이번에도 물 건너간 것 아닌가? 공청회를 끝낸 후 현장에 참석했던 많은 총장들의 장탄식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여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기존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진술인들의 발표에서 각 당 소속 의원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만 발췌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었다. 때로는 자기들 입장과 유리된 진술인의 주장에는 거품을 물고 반론을 제기하며 몰아붙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당의 입장이 종국에 가서 어떻게 타협안으로 귀결될지 자못 귀추가 궁금하다. 사실 희망 보다는 절망이 앞선다. 가뜩이나 경색된 정국이 여야 간 타협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판은 만들어졌는데 정녕 여기서 멈추게 되는 것인가. 진술인들의 교육 재정 확충 주장은 진정 허공에 흩어진 메아리로 끝나지 않을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국회 연설에서 노동, 연금, 교육개혁을 핵심과제로 제시하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여대야소 국회 상황에서 극명하게 입장이 갈리는 3대 혁신과제 추진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설치를 통한 고등교육 재정 확보는 교육혁신 과제 중 첫 작품이다. 나름대로 명분도 갖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제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그 문제점이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예산운영의 효율성’과 ‘분배의 불균형성’을 시정한다는 명분하에 구체적인 개선책이 모색돼 왔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어떤 혁신 과제보다도 여야 합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과제로 간주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생 것 뺏어 형님 준다’는 프레임에 갖춰 본질에는 다가서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표류하고 있다.

모든 진술인이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동의했다. 김병주 교수와 하연섭 교수는 재정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특별회계 설치를 통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임희성 연구원과 박종훈 교육감은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주장을 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고수했다. 

재정이 뒷받침된다면 민주당 안이 이상적일 수 있다. OECD 회원국이 평균 GDP의 1.1%를 고등교육 재정에 투입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GDP 1.1% 수준 이상의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가. 임희성 연구원은 “비용추계에서 GDP 1.1%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부금으로 책정한다는 전제 아래 추가 재정 소요액을 산출한 결과 2023~2027년까지 5년간 총 44조 2792억 원(연평균 8조 8558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회계로 확보되는 예산보다 얼추 한해 5억 5000만 원 정도가 더 소요된다.

교육재정 전문가인 김병주 교수와 하연섭 교수는 현 재정 여건상 GDP 1.1% 수준 이상의 고등교육 재정 확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주장을 폈다. 대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해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 특별회계 세입으로 전환해 열악한 고등교육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내내 현재와 미래 문제가 혼재되며 논의됐다.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고등교육 체제에 대한 본질적 논의 없이 진행되는 재정확보 논의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대학 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논의도 곁들여졌다. ‘회의는 춤췄다’라는 말이 맞을 듯싶다.

이런 상황을 인식이라도 하듯이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공청회 말미에 “유·초·중등과 고등교육의 갈라치기가 아닌 상생해야 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며 “여야 간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초·중등과 고등이 상생하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안’을 만들어주면 그 ‘안’을 가지고 기재부와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이니셔티브가 없는 상태에서 여야 줄다리기가 계속될 때, 과연 고등교육재정 확보에 출로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질곡 상태에 머물 것인가? 

교육감 대표로 나온 박종훈 교육감은 “나중에 재정이 어려울 때 특별히 도와준다면 개인적인 자격을 전제로 저희들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병주 교수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한 안정성 보완 장치를 강구하여 특별회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절충의 모티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대목이다. 불가능은 없다. 여의도에서 교육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중진의원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