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최근 몇주 동안 수도 키이우와 서부 비니치아, 남부 오데사를 비롯한 전국 여러 도시에 샤헤드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이어져 피해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전쟁초반 튀르키예 드론으로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초반에 승기를 잡던 우크라이나였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도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리는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이용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샤헤드-136은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목표물을 발견하면 즉시 낙하해 공격하는데 공격 후엔 스스로를 폭발시켜 파괴한다. 샤헤드 드론의 무게는 200kg, 길이는 3.5m로 윙스팬(양쪽 날개 사이 길이)은 2.5m이다. 속도는 185km/h로 다소 느리지만 최대 비행거리가 약 2500km에 달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비행할 수 있다. 정밀 유도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며 폭탄 탑재량만 50kg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미국이 개발한 ‘스위치 블레이드’로 맞설 계획이라고 한다. 스위치 블레이드는 배낭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드론으로 샤헤드와 마찬가지로 폭탄을 장착한 채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하는 자폭 드론이다. 인명 살상용으로 설계된 ‘스위치 블레이드 300’과 탱크, 장갑차 등 대규모 타격을 위해 제작된 ‘스위치 블레이드 600’ 두 종류다. 스위치 블레이드 600은 길이가 60cm가량, 무게는 2.5kg 정도로,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최대 15분, 반경 1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군사용 드론은 일부 군사 강국만이 사용하는 첨단 무기였다. 이스라엘이 1970~80년대 중동전쟁 당시 중동 국가들의 방공망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용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도 드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미국은 2007년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드론 운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0년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 사용한 MQ-9 리퍼가 대표적인 기종이다.

2010년대 이후 기술 발전과 상업용 드론의 광범위한 보급 등으로 군사용 드론은 더 이상 일부 국가의 점유물이 아니게 됐다. 이란과 튀르키예 등이 드론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가격이 저렴해졌다. 예멘 후티 반군이 2019년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공격한 사례는 그런 변화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더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무인 무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자율형 살상 무기 시스템(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이 미래 전장에 본격 등장할 것이 불 보듯 명확하다.

2018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국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구한말 조선에서 일본군의 간섭과 부패한 관리들을 몰아내고 일본군의 앞잡이인 흥선대원군에 대항하기 위해 전봉준 장군을 선두로 동학군이 구성돼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전투결과를 보면 관군과 일본군의 화력에 밀린 동학군은 처절하게 패배하고 무장봉기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하늘을 찔렀지만, 당시 동학군이 사용한 무기를 보면 일본군에 대항할 만한 충분한 최신 무기를 소지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조약을 통해 서방의 문호를 개방하고 일찌감치 영국군이 만든 스나이더 소총을 개량한 무라타 소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조선으로 보냈다. 당시 동학군의 무기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첨단 무기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임진왜란 때부터 사용하던 조총(화승총)이었다. 우수한 무기와 서구화된 군대조직을 갖춘 일본군과의 전투는 동학군 3만 명 이상이 학살당하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다.

드론을 무기화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수동으로 총을 단 드론이 전투현장에 투입이 되겠지만 앞으로 인공지능기능을 가진 소형화된 드론이 전투현장에 투입돼 피아 식별로 적군만 사살하는 드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전투현장에서 사용될 것이다.우리는 아직 북한과 정전 중이고 주변 강국에 둘러싸여 늘 긴장하면서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 나라다. 바로 지금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드론과 로봇개발에 많은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적기이다. 동학군과 일본의 전투에서 배운 점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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