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11월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200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신년호 《Why We Need To See the Light About Energy Efficiency》라는 특집에서 “에너지 문제가 부각되면 사람들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원자력 에너지 부활을 주로 얘기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라고 강조한 것이 상기되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제안과 함께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고 규정했다. 네가와트(Negawatts)라는 제5의 연료다.

제1의 에너지가 불이라면, 제2의 에너지는 석유, 제3의 에너지 원자력, 제4의 에너지는 수소 및 태양에너지가 인간이 추진하는 단계별 에너지원이다. 첨단과학과 효율성에서 아무리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가장 훌륭한 제5의 에너지(The Fifth Fuel)는 절약이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절약하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다면 202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의 2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가와트(Negawatts)란 에너지 단위 ‘watt’와 에너지 절약을 뜻하는 ‘negative’가 결합한 말이다. 즉,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절약으로 생기는 잉여 에너지가 곧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개념이다. 네가와트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80년대 말에 미국 록키 마운틴 연구소의 환경학자 에머리 로빈슨(Amory Lovins)이다. 흥미로운 것은 로빈슨이 이 단어를 착안하게 된 계기다.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에너지에 대해 고심하던 그는 어느 날 미국 콜로라도 주 공공시설 보고서의 전력 사용량에서 메가와트(Megawatts, 100만 와트)가 오타로 네가와트(Negawatts)로 잘못 기록된 것을 보게 됐다. 그는 곧 네가와트가 메가와트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단어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네가와트(Negawatts)의 중요성은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IEA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32Gt(Giga ton, 10억 톤)을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이 중 45퍼센트를 네가와트(에너지 효율 증대와 절약)로, 32퍼센트를 저탄소 에너지원(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나머지 일부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로 배출량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전기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배출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필요로 하는 토지는 물론 광물도 늘어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규모 개발’이 따라줘야 한다. 또한 사용 후 폐기물 처리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시설이 주로 지대가 싼 농어촌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 사회 주민들 간의 새로운 갈등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RE100 재생에너지 목록에는 석유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바이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이 있다. 여기에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절약으로 생기는 잉여 에너지인 네가와트(Negawatts)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국제적 캠페인을 전개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약 63% 차지하는 산림면적 등 불리한 지리적 여건으로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를 확대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 대부분을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수출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자연환경과 국민들이 고통받고, 필요 이상의 재생에너지 확대로 이중 부담(double burden, double jeopardy)의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실질 국내총생산(GNP) 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9%이다. 전 세계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이고, 중국은 25% 내외와 미국은 10% 미만이다. 따라서 공정한 감축분담(Fair Sharing of Burden) 원칙을 적용해 정부는 선진국답게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세터(Trendsetter)로서 국제사회에 우리나라 환경보호와 경제 및 산업을 보호하는 슬기로운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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