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i buddhisti della Corea antica》, 《Poesia epica della Corea》
이탈리아어로 쓴 《해동고승전》과 《제왕운기》 번역서 출간
《제왕운기》 최초의 번역 사례…이전에도 여러 한국고전문학 번역해와
“과거를 아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돼”
“한국고전문학의 매력 잘 알려져 있지 않아…힘 닿 는데까지 한국 문학 전파하고파”

마우리찌오 리오또 안양대 인문학한국플러스 사업단 교수
마우리찌오 리오또 안양대 인문학한국플러스 사업단 교수. (사진=안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마우리찌오 리오또 안양대학교 인문학한국플러스(HK+) 사업단 교수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어로 《해동고승전》과 《제왕운기》를 번역한 《Santi buddhisti della Corea antica》, 《Poesia epica della Corea》를 출간했다. 《해동고승전》은 고려시대 승려 각훈이 한국 불교 고승들의 이야기를 저술한 책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나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지 않는 옛 이야기들이 등장해 한국 불교사는 물론이고 역사 연구에 중요한 서적으로 뽑힌다. 《제왕운기》도 고려시대 문관 이승휴가 지은 서사시집으로 발해를 고구려의 계승국으로 서술힌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오또 교수는 이 두 고전의 진본 여부에 관한 연구 논문과 함께 자세한 역주와 한문 원본을 소개했다.

이전에도 《삼국유사》, 《왕오천축국전》, 《구운몽》 등 다양한 한국 고전문학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온 그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 나폴리 동양학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및 문학을 가르치는데 힘써왔다. 1985년 문교부(현 교육부) 연구생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연구, 석촌동에서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는 등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다. 그의 저서 일부는 스페인어로까지 번역돼 한국 고전이 전 세계로 알려지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는 안양대 신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에서 동서교류 문헌 연구에 매진하며 한국 문학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 그를 지난달 30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해동고승전》과 《제왕운기》, 두 작품의 이탈리아어 번역서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이 자기들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실제로 그 과거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고 있다. 《해동고승전》과 《제왕운기》는 고대 한국의 불교와 역사를 연구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지닌 책들이다. 이런 자랑스러운 문학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 파워가 강해지면서 점점 많은 외국인들이 K-POP을 비롯해 한국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와 풍습, 전통을 모르면서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어떤 나라와 그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의 기원을 제대로 알아야 온전히 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교수로서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이 옛 한국의 고전을 통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하고 싶었다.
사실 한국 고전문학의 번역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출간한 《삼국유사》, 《왕오천축국전》, 《구운몽》, 《홍길동전》 등도 번역 사례가 있었다. 다만 이번 《Poesia epica della Corea》의 경우 《제왕운기》를 세계에서 최초로 번역 사례로 남게 됐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돼 기쁘다.”

- 책 내용 중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설명해달라.
“두 책에는 기억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 중 《제왕운기》의 경우 대중들에게 알려진 호랑이와 곰이 마늘을 먹다가 곰이 사람으로 변하는 기존의 단국신화와는 다르게 환웅이 자기 손녀에게 약을 먹여 사람으로 만들고 단수신(檀樹神)에게 시집보내 단군을 낳았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술된 신화 내용이 흥미로웠다.
또한 남아있는 자료들 중 발해를 처음으로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는 인식이 처음으로 나온 책이라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면서 발해의 역사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논리가 퍼져나갔는데 이 책을 통해 발해가 당당하게 한국 역사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 이전부터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았나.
“어렸을 때부터 동양에 관심이 많았다. 탐구를 지속하던 중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면 중국과 일본 가운데 놓여있어 과거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로마 가운데 위치한 그리스와 유사성을 띄고 있다. 그리스가 메소포타미아 문화를 로마로, 로마 문화를 메소포타미아 지방으로 전하며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한국도 중국, 일본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역사 속 한반도의 문화적 역할을 연구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 고전 문학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세계가 발전하면서 과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다. 과거에 대한 연구는 미래 사회 발전을 위한 과학에 비해 사회 통합과 발전에 ‘필요없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고전 문학 연구를 비롯해 역사와 문화를 조사하는 일은 모든 행동과 사상상의 기초인인 도덕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를 아는 것을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 고전 문학이 말하고 있는 ‘옛’ 가치는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인본주의적 가치다. 고전문학의 매력은 거기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한국에 관한 논문과 연구를 비롯해 고전문학을 알리고 싶다. 안양대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에 합류하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위로부터 많은 도움은 받지 못할지라도 한국의 고전 작품 번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늘날 중국과 일본의 역사와 고전 문학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더 잘 알려진 이유는 해당 문학을 번역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고전 문학 번역의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관심이 적을지라도 향후 다른 학자들과 교수들이 한국 고전문학의 힘과 가능성을 느끼는데 주춧돌 역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움직임이 하나씩 쌓여나간다면 한국인들은 한국의 고전문학에 대해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세계인들도 상대적으로 알려져있지 않은 한국 고전문학의 매력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