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재정난 해소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김 의장)이 예산 심의 마지막 날인 11월 30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특별회계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국가재정법 등 재정 관련 3법을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와 소관 상임위는 예산안과 세입예산부수법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게 돼 있다. 이 기간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은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며,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됨과 동시에 자동으로 통과된다.

김 의장은 재정 관련 3법을 포함 총 25건 법률안을 세입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 차원에서 여·야·정 3자 협의체를 진행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진 예산부수법안 지정으로 교육위 차원에서의 거중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당 측에서는 일단 김 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이 국회의 ‘예산심사권한을 무력화’한 처사로서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열차는 이미 떠난 것으로 보인다. 예산부수법안 결정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재정 관련 3법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재정 관련 3법 대표발의자인 이태규 의원은 동 법이 「국회법」 제85조의3제4항에 따라 2023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코웃음을 쳤다. 야당 출신인 의장이 있고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듯이 행동했다. 나름대로 논리도 전개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고등특별회계 설치에 따른 세입예산안도 없고, 유특회계로 전출하는 금액을 제외한 교육세 전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편성된 상태”라며 “세입 예산안에도 반영돼지 않은 법률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교육재정 확충만 반복 주장했다.

김 의장은 야당의 ‘소박한 구애’를 과감히 뿌리쳤다. 이로써 재정 관련 3법을 둘러싼 여야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종착점을 맞이하게 됐다. 하루 남은 시점에서 여·야·정 3자 협의체가 별도의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부여당안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3년도 예산안 본회의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를 거쳐 올라온 부처별 예산안은 12월 2일까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법정시한 내 처리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까지 심의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종부세, 금투세 등 쟁점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자칫 준예산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이 재정 관련 3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함으로써 고등교육 재정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꽉 막힌 통로에서 출로를 열어준 느낌이다. 사실 김 의장의 결단은 여야 모두에게 무거운 정치적 짐을 어느 정도 덜어준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하면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의 ‘고독한 결단’을 환영한다. 국회의장은 실질적 권한보다는 국회 대표라는 상징성이 더 크다. 그러나 의장은 법률안 직권상정 권한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도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중 하나다.

김 의장이 ‘고독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이 한몫했다. 김 의장은 5선 의원으로서 원로 정치인이다. 5급 사무관을 시작으로 재경분야에서 관록을 쌓은 행정관료 출신이기도 하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원내에서는 재정과 교육에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런 김 의장이기에 금번 재정관련 3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당파를 초월해 스스로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산안 조정이 어떻게 끝날 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여·야 줄다리기 속에서 김 의장이 보여준 ‘결기’는 이념적 테두리 안에 갇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의원들에게 원로 의원의 경륜과 품격을 보여 준 결단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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