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6~7일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2022년 동계워크숍’ 개최
이윤수 협의회장 “대학 교육, 학생 인권을 넘어 삶의 의미와 학업 이유까지 제시해야”
지역 소멸 대처방안부터 정보보안, 인권교육, 성상담 가이드라인까지…학생 안건 ‘총망라’

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는 6일부터 이틀간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동계위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전문대학학색처장협의회)

[부산=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회의실, 학생들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듣고 이를 도맡아 지원하는 전국 전문대 학생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전문대의 미래 방향 설정과 학생들의 행복 실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

3년간 계속돼 온 팬데믹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최근 잇따른 안타까운 사고들로 우리 청년들의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 전공 교육뿐 아니라 심리·인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학생 교육이 조명받고 있다. 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는 6일부터 이틀간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동계위크숍을 개최하고, ‘인권존중! 대학생활의 시작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학생들의 몸·마음 건강 회복과 대학이 추구해야 할 올바른 인권교육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6월 열린 하계워크숍에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따른 전문대의 정책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한 이후 이윤수 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장의 주최 아래 두 번째로 열린 행사다. 행사에는 70여 명의 교수가 참여했고 네 명의 강사가 학생 현안을 위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윤수 회장은 개회사에서 “학생처장은 학생이 행복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대학생은 삶의 의미와 학업에 전념하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만족도 높은 배움과 희망을 주고 있는가? 와 같은 고민을 항상 하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대학의 인권교육은 학생 본인의 인권교육에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와 공부하는 이유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해답을 이번 워크숍에서 함께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전문대 당면 과제의 해결, 입학자원 감소, 등록금 동결, 일반대와 차별 직업교육법 제정 등 전문대가 마주한 과제가 많다. 신임 교육부 장관도 그동안 AI 교육, 비대면 강의 등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교육혁신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흔들림없이 지속되고 전문대가 발전할 수있도록 의견을 나눠주시기 바란다”며 “무엇보다 학생의 행복을 찾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학생처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내 제자, 내 동료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상우 교육부 전문대학지원과장은 “지난 3년간 정부와 대학은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중단없는 학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간의 대응방안으로 안정적인 학사운영을 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처장님들은 대학 내 방역체계를 살펴주시기 바란다. 최근 잇따른 사고로 학생들의 심리 정서적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학생 마음 건강 지원방안과 대학 내 지원방안 모두를 활용해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전문대학의 학생처장이 모여 학생 인권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우지수 기자)
전국 전문대학의 학생처장이 모여 학생 인권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우지수 기자)

■ 지역 소멸시대 전문대의 대책부터 학생 인권·성인지감수성 교육방안까지 = 강연은 △한지원 두원공대 교수의 ‘전문대학의 대변혁 시대, 나아갈 방향은’ △노병규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의 ‘사례로 보는 개인정보 보호’ △황인지 긍정리더인재개발원 대표의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위한 인권감수성 키우기’ △송혜련 홍성통합상담지원센터장의 ‘대학생 성희롱, 성폭력 2차 피해 예방과 고위직의 역할’ 총 4개의 발표로 구성됐다.

한지원 두원공대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문제보다는 지역 인구감소 문제를 거시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한지원 교수는 “전문대의 위기는 대학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위기로 이어진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인구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위기 지역에 지방의 일부 지역이 포함돼 있었지만, 2047년에는 서울과 대도시 일부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이 위기 지역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인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인구감소는 국내 전문대만의 문제일까. 감소하는 세계 출산율 추세에서도 볼 수 있듯 범지구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인구 증가에 맞춘 사회 시스템이 이제는 감소하는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인구 유입·정제정책을 펼치며 대비하고 있다. 전문대가 살아갈 길은 세계 각국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중국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직업교육법 개정 △싱가포르의 전문대 직업교육강좌 재정지원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AI 교사를 통한 개인별 맞춤교육 시스템 △캐나다의 산업체 인턴형 교육과정 등 세계 각국의 인구 절벽 대책을 전문대와 엮어 설명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문대는 선도해 이끄는 대학에서 세계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해 변화하는 대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또 인구감소가 급격해질 것은 명백하니 지금부터 성인학습자 확보에 관심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유학생 유치 역시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병규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는 대학에서 어떤 이유로든 수집·이용·제공한다. 이를 관리하다 기간이 끝나면 파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개인이 노출되기 꺼리는 민감정보와 주민등록번호 등의 고유식별정보를 수집할 때의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그는 “학생·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업무상 수집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법률에 저촉되는 면이 없는지 면밀하게 교육하고 항상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지 긍정리더인재개발원 대표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위한 인권감수성 키우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황 대표는 노련한 진행으로 교수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학생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한마음 한뜻이 중요하다”며 제시한 두 단어 중 한 단어를 외치는 일심동체 게임을 교수들과 진행해 길어진 행사에 경직된 분위기를 풀었다. 황 대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예의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제 개인적 생각이다. 인권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학교란. 나에게 학생처장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개인의 심도 있는 고민에 의해서만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인지 대표는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 공동체에 대해 제시관 단어를 이용해 교수들이 정의내리도록 했다. 정의 방법은 △차별 △배려 △편견 △소중 △평등 △인권 △존중 △이해로 여덟 단어 중 네 단어를 이용한 글짓기.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학생처장들은 학생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점차 적극적으로 펜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갔다. 강의가 끝날 때쯤 황 대표는 “학생처장 여러분이 ‘동계 워크숍’의 의미에 한층 더 다가선,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 보기 좋다. 남은 시간 더 적극적인 의견 공유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송혜련 홍성통합상담지원센터장은 교수가 학생들의 성폭력 피해를 마주했을 때의 자세와 대처 방안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송 센터장은 “우선 학생이 성고충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낼 수 있는 대학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조직 내에 성희롱·폭력 사건이 생긴다면 내규에 맞게 해결하고, 매끄러운 진행이 어렵다면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며 “조직 내에서 선제 대응이 미흡하다면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먼저 고민을 털어놓기 힘들 것이다. 관련 시스템을 파악해야 한다. 의무 학점제를 통한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학내 성평등 상담소, 양성평등상담소 등의 존재를 학생들에게 잘 알리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 센터장은 “학생의 의도를 파악하고 연구실 등 한적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상담해야 한다. 상담이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에 학생의 상담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에는 상담받을 수 있는 센터를 소개해 줘야 한다. 또 이 같은 사안에 있어 교수의 역할과 도움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 둬야 한다. 교수의 위치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을 미리 알아두고 대비해둬야 학생을 더 잘 도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태도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고, 피해자의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권한을 넘는 의견 제시 또는 방향 설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을 진행하는 강사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지원 두원공대 교수, 노병규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 황인지 긍정리더인재개발원 대표, 송혜련 홍성통합상담지원센터장. (사진=우지수 기자)
강연을 진행하는 강사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지원 두원공대 교수, 노병규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위원, 황인지 긍정리더인재개발원 대표, 송혜련 홍성통합상담지원센터장. (사진=우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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