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교수 연구팀, Acr-Aca 듀얼 기능 AcrIF24 단백질 세계 최초 발견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중앙대학교(총장 박상규) 약학대학 연구진이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항-크리스퍼(anti-CRISPER)의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는 데 더해 스스로 항-크리스퍼 기능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이 박테리아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왼쪽부터 박현호 교수, 김기업 박사과정생, 이소연 박사과정생.
왼쪽부터 박현호 교수, 김기업 박사과정생, 이소연 박사과정생.

중앙대는 약학대학 박현호 교수와 김기업·이소연 박사과정생 연구팀이 항-크리스퍼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능과 스스로 항-크리스퍼 단백질로 작동하는 기능을 동시에 가진 AcrIF24 단백질이 박테리아에 존재한다는 점을 새롭게 발견하고, 해당 단백질의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본래 박테리아는 자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가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즉각 제거한다. 이러한 방어 시스템을 일컬어 크리스퍼-카스(CRISPER-Cas)라 하며, 유전자 가위라고도 부른다.

바이러스는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억제하는 다양한 항-크리스퍼 단백질(Acr)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에 맞서 박테리아는 항-크리스퍼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전사 억제 단백질(Aca)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한다는 사실이 최근 박현호 교수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AcrIF24의 발견과 항-크리스퍼 전사조절인자 기능·기전 규명.
AcrIF24의 발견과 항-크리스퍼 전사조절인자 기능·기전 규명.

박 교수 연구팀은 이번 후속연구를 통해 Acr 기능과 Aca 기능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이 박테리아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롭게 발견된 AcrIF24 단백질의 3차 구조를 분석한 결과 어떻게 해당 단백질이 특정 프로모터에 결합해 Acr의 발현을 저해하는지, 어떻게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무력화하는지를 분자 레벨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서로 공격하기 위한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 낸 Acr과 Aca 활성을 모두 갖는 단백질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용기전이 밝혀진 것 역시 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거둔 성과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BK21+(글로벌혁신신약학과)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항-크리스퍼 기능 그리고 항-크리스퍼 발현 조절 듀얼 기능을 가지는 AcrIF24의 분자 작용기전(Molecular basis of dual Anti-CRISPR and auto-regulatory functions of AcrIF24)’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지난해 피인용 지수(Impact Factor) 19.1을 기록한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미래 인간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연구 분야다. 다만,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절 물질인 생체조절 단백질이 필요한 상태”라며, “AcrIF24 단백질은 향후 크리스퍼-카스 조절 단백질로 응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이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박테리아에 삽입되면서 자라는 특성상 박테리아에는 다양한 융합단백질이 존재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에 의한 진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융합단백질들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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