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월드컵 축구 경기는 언제나 짜릿하다.

거리 응원 400만 명의 신화를 쓴 2002년이 그랬고 그로부터 딱 20년이 흐른 2022년의 월드컵 축구 경기 또한 그에 못지않게 뜨겁다.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마음 편히 16강에 올라간 경우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세계 무대는 넓고, 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모습에 가슴 한 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가 가지고 있는 체력을 다 썼기 때문에 몸이 안 움직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는 어느 선수의 말에 승패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일의 희망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국가대표 축구선수에게 보내는 박수가 아깝지 않다.

특히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안와골절이 완치되지 않아 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한 ‘마스크 투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기적의 선수’, ‘아시아의 한계를 깼다’, ‘이제 손흥민이 한국축구의 기준이다’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전 세계 720명에게만 허락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EPL 축구 무대에서 손흥민 선수가 득점 1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출간한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손 씨가 축구의 기본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 손흥민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까지 리프팅 등 기본기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책에서 손흥민 선수는 “4시간 동안 공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했다. 눈이 빨개지고 바닥이 노래졌다. 공이 세 개로 보이는 등 피곤했지만 아버지는 화를 냈다”고 전했다. 과거의 한국 축구는 성적 조급증으로 기본기보다 ‘크로스 후 헤딩’ 식의 단편적인 소위 ‘뻥축구’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초등학교 경기 방식을 8대 8로 바꾸고, 개인 능력과 기본기를 강조하면서부터 우리나라의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학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대기업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여럿 신설해 본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산학연계, 현장중심형 교육과정을 개설하고자 제안서를 제출했을 때 그 교수는 “기술은 빠르게 변합니다. 어떤 기술이든지 적용할 수 있도록 기본기만 탄탄히 대학에서 교육해 주십시오. 산업에 맞는 교육은 우리가 시키겠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어설픈 실무 교육보다는 그 분야의 기본이 되는 교육을 내실있게 해달라는 의외의 반응에 적잖이 놀랐다.

경영이 어려울 때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화두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많은 도전과 성공, 그리고 실패 속에서 ‘기본에 충실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적정규모화 계획 제출 이후 대학별 컨설팅과 정원 감축 권고, 기본역량진단을 대체할 새로운 대학평가제도의 도입 그리고 △AI △반도체 △메타버스 등 새로운 학문 분야와 마이크로디그리와 나노디그리 등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까지 대학은 숨돌릴 틈이 없다. 어느 한 방향에 장단에 맞추다 보면 기회비용뿐만 아니라 유례없는 변혁기에 자칫 낙오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의 기본기, 대학 특성에 맞는 기본기를 찾아 강화할 때다. 특히 ‘학생’과 ‘교육’은 대학의 가장 근본적 요소이자 포기할 수 없는 기본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이를 위해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육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 고민의 중심에는 우리 대학이 가장 잘하는 ‘기본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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