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위드 코로나’ 전환 여전히 전망 밝아…교수 혁신의 한 갈래로
이동통신사·대학 협업 통해 교육 서비스 영역 확장, 유대감 강화에도 활용
입학식 등 일회성 행사 플랫폼 넘어 비교과 활동 등 학습 공간의 효과 극대화
전문가 “AI와 메타버스, 미래사회 필수 역량…대학에서 필수 교과로 가르쳐야”

청주대는 LG유플러스와 대학 특화 메타버스 플랫폼(Meta-Life, CJU)’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 내년 3월까지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한다. (사진 = 청주대 제공)
청주대는 LG유플러스와 대학 특화 메타버스 플랫폼(Meta-Life, CJU)’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 내년 3월까지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한다. (사진 = 청주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메타버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가 촉발한 메타버스의 미래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메타버스는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 이상 온라인 교육의 일환이 아니다. 메타버스는 교수 혁신의 한 갈래로 대학가에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메타버스가 미래에도 인터넷처럼 필수 역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방향도 제시됐다.

■ 일회용 행사 넘어 교육 공간으로 확장 = 코로나19 발생 초창기에 주로 입학식과 졸업식 등 행사용 플랫폼으로 활용됐던 메타버스는 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대학 전체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주대학교는 LG유플러스와 대학 특화 ‘메타버스 플랫폼(Meta-Life, CJU)’ 구축을 위한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특히 국내 일부 대학이 진행한 메타버스 캠퍼스는 대부분 단과대학 차원에서 진행됐으나 청주대는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돼 내년 신입생들은 메타버스로 수업과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청주대는 기존의 대학들이 입학식이나 축제 등 일회성 이벤트 형태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대학 생활과 메타버스의 대학 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청주대만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내년 3월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주대는 대학 건물 대부분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했다. 학생들은 실제로 수업을 받는 건물에서 ‘아바타’를 통해 특정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랜선 도서관 이용, 동아리 활동, 버스킹 공연을 비롯해 메타버스 상담실에서도 상담 예약 및 진행도 가능하다.

동국 메타버시티(Dongguk Metaversity)에 접속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진 = 한송이 교수 제공)
동국 메타버시티(Dongguk Metaversity)에 접속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사진 = 한송이 교수 제공)

동국대도 ‘동국 메타버시티(Dongguk Metaversity)’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동국대에 따르면 23학번 신입생부터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수업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국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지난달 ‘메타버스 활용 교수·학습 활성화 방안 구현’ 연구를 통해 메타버스 환경에서 학습자 중심 교수설계 가이드라인과 교육적 활용 효과 등 연구를 수행하고 플랫폼을 개발했다. 팔정도, 본관(홍보관), 정각원, 강의관(교수·학습공간), 행사관 등 총 5개 건물을 구현해 내년 신입생부터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연구 책임자인 한송이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오프라인 공간과 유사한 학습경험을 원하고 있다”며 “동국 메타버시티는 수업, 행사, 상담, 이벤트, 홍보 등 오프라인 경험 못지 않게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국 메타버시티에 재현된 팔정도 전경. (사진= 한송이 교수 제공)
동국 메타버시티에 재현된 팔정도 전경. (사진= 한송이 교수 제공)

메타버스를 통해 학생들의 유대감과 소속감 강화에 나선 사이버대학도 있다. 세종사이버대학교는 지난 5일 국내 사이버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했다.

세종사이버대에 따르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이 대학 재학생은 시·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메타버스 캠퍼스 안에서 라이브 강의와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 캠퍼스는 총 600여 개에 달하는 강의실과 행사장, 교수연구실 등으로 구성된다. 400여 가지 강좌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1만여 재학생이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화상 면담이 가능하다.

‘원스톱 상담 센터’에서는 튜터의 학업 상담, 원격 지원 등이 이뤄진다. ‘학습 정보원’에서는 세종대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각종 도서를 열람할 수 있다. 학생회관에는 40여 개의 중앙 동아리실과 학생 휴게실, 한국어 교육원, 상담 심리 센터 등이 있다. 노천극장과 컨벤션 홀 등 대규모 강당에서는 입학식, 졸업식, 강연회 등 각종 행사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 가능하다. 이 밖에도 ‘대학로 카페’와 ‘굿즈샵’에서 자유로운 만남과 학생 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한성대 도서관에 구축된 ‘한성 북니버스’ ver.2. (사진= 한성대 제공)
한성대 도서관에 구축된 ‘한성 북니버스’ ver.2. (사진= 한성대 제공)

도서관을 메타버스 도서관으로 꾸민 대학도 있다. 한성대는 지난해 서울지역 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도서관인 ‘한성 북니버스’ ver.1을 제페토 플랫폼에 열어 지난 1년간 약 3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북니버스는 북(Book)과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이에 힘입어 지난 9월 게더타운 플랫폼을 통해 ‘한성 북니버스’ ver.2를 선보였다. 

한성대에 따르면 전년도 플랫폼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동영상 플레이, 웹사이트 링크, 화상채팅 등의 기능들을 활용해 △도서관 시설이용 및 서비스 안내 △자료 검색 △전자책 열람 △도서 추천 △독서프로그램 참여 신청 △독서클럽 진행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숙명여대도 메타버스 캠퍼스인 스노우버스 2.0을 15일 구축했다. 스노우버스 2.0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학생들이 메타버스 도서관에 모여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윗미(Study with Me)를 비롯해 상담실, 홍보관, 강당 등의 기능을 추가해 보다 현실 같은 캠퍼스라이프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 메타버스, 온라인 교육 수단이 아닌 ‘교수 혁신’ = 대학 관계자들은 메타버스가 단순히 온라인 교육의 일종이 아니라 교수 혁신의 한 갈래로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한송이 동국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수는 “대면수업이 재개된다고 해도 교수학습 방법이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블렌디드 러닝과 하이브리드 수업 등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만큼 혁신적인 교수법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도 교수학습 방법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메타버스가 필요한 교과목이 있고 불필요한 교과목이 있는 만큼 교과목의 특성을 보고 메타버스가 필요한 교과목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학생들의 유대감 강화에 메타버스가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종사이버대 학생처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물리적 공간이 없는 사이버대 특성상 물리적 공간감과 소속감 부여 측면에서 메타버스가 역할을 한다”며 “실제로 메타버스를 이용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온라인 대학이라 동아리방 운영이 쉽지 않았는데 메타버스에 구축한 동아리방에 들어와서 회의도 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성대 학술정보관 관계자도 “메타버스 도서관을 운영해 보니 학생들과의 소통 증진 효과는 물론 외부인에게 저희 도서관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있었다”며 “제가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돌아다녔더니 외부 청소년이 와서 한성대 교직원이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메타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해주기도 하면서 이용자들의 도서관 이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AI와 메타버스, 대학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대학에서도 메타버스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AI 기반 메타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엔데믹으로 메타버스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견도 있지만 메타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이 오는 2030년에 최대 5조 달러(약 640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터다. 이와 함께 기업들에 메타버스는 ‘전략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McKinsey & Company)는 최근 발간한 ‘메타버스의 가치 창출(Value creation in the metaverse)’ 보고서를 통해 2030년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전자상거래(2조6000억 달러)가 가상학습(2700억 달러), 광고(260억 달러), 게임(1250억 달러) 산업을 제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2022년 6월까지 여러 기업, 벤처캐피털, 사모투자사들이 메타버스에 투자한 금액은 1200억 달러(약 153조 8000억 원)를 넘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인 570억 달러(73조 600억 원)의 2배를 상회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메타버스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은 지난 9일 외교부가 주최한 ‘2022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메타버스로 현실과 디지털 세상이 교류되며 하나가 되고 있다”면서 “미래사회에는 AI 기반의 메타버스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교육에서도 AI 기반 메타버스는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될 거란 견해가 나온다. 안종배 회장은 “메타버스는 단순한 온라인 교육의 개념이 아니”라며 “예를 들어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면 어떤 기본적인 사회생활도 할 수 없는 것처럼 AI와 메타버스를 대학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수업을 메타버스로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AI와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수가 됐고 그래야만 졸업 후 사회를 주도하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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