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영 이화여대 기획처장(교육학과 교수, 미래교육연구소장)

정제영 이화여대 기획처장
정제영 이화여대 기획처장

대한민국의 대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모든 대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지방대학에서는 지역소멸의 위기로 연결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대학의 혁신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등 전략기술 분야의 인재가 부족하다는 산업계의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대학이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낡은 규제 탓에 대학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노동, 연금과 함께 교육을 3대 개혁분야로 설정해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 교육부의 고등교육 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방향과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건전성을 높여주는 정책적 전략을 4가지로 요청한다.

첫째, 우리나라 고등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학의 적정 정원을 관리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입학 자원이 급속하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대학의 총정원을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의 논리에 맡겨둘 경우에 특정 지역의 대학부터 미충원의 문제가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학평가와 연계된 대학 재정지원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의 기본적인 수입은 등록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충원이 안되는 대학의 경우에는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위기로 인한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대학의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학들은 대부분 재정 위기에 봉착해 있다. 평가와 연계된 다양한 재정 사업과 대학의 대응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여러 부처의 프로젝트 사업은 대학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높여주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대학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제도에 대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에서 적극적으로 규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과감하게 혁신하는 노력은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연말에 대학설립과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대학 규제의 핵심으로 제기되어 왔던 ‘4대 요건’, 즉 ‘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에 대한 기준을 완화한 것은 대학규제 혁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만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원 조정을 자율화한 것도 의미가 크다. 이런 노력이 일회성 혁신이 아니라 지속적인 규제 발굴과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넷째, 설립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학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지원 사업별로 유형을 나누어 평가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도권의 많은 대학은 역차별의 문제에 직면해 왔고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과의 차별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하나의 사업에 다양한 관점을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모두에게 비판을 받는 문제에 직면해 온 것이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차이가 현격해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비교하는 것도 한계를 갖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설립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학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대학 지원을 시도별 특성에 맞게 광역자치단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국가와 지역 발전의 근원이고,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가장 중요한 혁신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에서 대학을 규제의 대상에서 국가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상생의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주기 바란다. 새해를 맞아 대학별로 자율적인 발전 전략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고등교육 혁신이 가시화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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