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목 삼육대 총장

김일목 삼육대 총장.
김일목 삼육대 총장.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2030년에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 이래,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에 분주하다. 각 대학들은 이를 토대로 경쟁력을 갖춘 교육기관으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사회변혁의 흐름은 대학 교육의 전 영역에서의 뉴 노멀(new normal)을 요구하고 있어 대학들의 미래 전략들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을 위협하는 메가트렌드(Megatrend)의 첫째 요인은 학령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 구조의 변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고등교육은 물론 교육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대학들은 입시 문제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특별히 이 문제는 지역 대학들에 있어서 더 심각하다. 2023년 입시에서도 지역 대학 수시 입학생의 18% 이상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3% 정도에 그친 수도권 대학들과 비교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입시 전략 수립은 풀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기술 인본주의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는 인구 감소 못지않게 중요한 메가트렌드가 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IoT 등 ICT 기술과 학문과의 융합 발전은 이제 왕성한 청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은 여전히 그 트렌드에 적응하기에 버겁다.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변혁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어떤 경우에는 기초 체력과 훈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다가 넘어지고 상처를 입는다.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비해 교육 정책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 전략적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고등교육에 위기와 기회의 요인이 되는 또 다른 메가트렌드다. 21세기 사회에서 고등교육의 책무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학문-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ESG 경영을 주요 정책 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대학 인프라를 그린 캠퍼스 콘셉트로 바꾸고, 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주적 지배구조 방식으로 학문 단위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학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당위적인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이 문제는 또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고등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21세기 메가트렌드는 이 외에도 더 있다. 정치, 경제, 문화적 분야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 인자들이 존재한다. 이런 메가트렌드로 인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난제들을 극복하고 대학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나름대로 전략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방향은 아마도 위의 과제들을 극복하는 것과 연결돼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21세기 메가트렌드에 부합한 대학 전략의 방향은 다음의 몇 가지 요소로 집중될 수 있다.

첫째는 대학의 구조개혁이다. 각 대학들은 대학의 설립 목적 및 철학에 부합하는 특성화 방향에 기초한 학과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아마도 이 같은 전략적 방향은 각 대학들이 가장 고민하는 요소일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 첨단과학 중심의 학과로의 개편을 원하지만 대학의 여건상 그것이 쉽지 않다. 이 경우에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대립도 해결하기 어려운 요소다. 따라서 학과 구조개혁은 대학의 특성화와 미래 과학기술의 방향 간의 융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CK 사업을 통해 특성화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14년 이래 약 3조 원의 재정이 투입된 대학 특성화 사업은 2019년에 이르러 종결되었지만, 각 대학들은 이 사업을 통해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꾸준하게 구축해왔다. CK 사업의 결과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은 특성화 사업을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연계시켜왔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대학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아울러 학과 구조개혁도 이 방향에 집중해 이뤄져 왔다. 이제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추진돼야 하는 시점에서도 대학의 특성화는 여전히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학의 특성화 방향과 연계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대학의 미래 전략에서 주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둘째는 대학의 교육혁신이다. 대학 교육의 기본 목표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핵심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있으므로 교육은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각 대학들은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여전히 혁신 교육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는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교육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학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은 요원할 것이다. 특별히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교육과 문제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적 사고 역량 교육을 위해 교육은 과감하게 강의실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혁신적 교육 방법이 급진적으로 실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대학의 인프라 구축이다. 여기서 대학의 인프라는 기존의 교사(校舍), 기숙사, 도서관, 실험실, 연구실 등의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멀지 않은 미래의 대학 교육은 장소와 시간과 대상에 있어서 기존의 표준과는 많이 달라질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사이버 환경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의 인프라는 온라인에 더 집중해야 하며, 하이브리드 교육을 통한 시간의 제약을 넘어 교육 콘텐츠가 제공돼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 환경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평생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고등교육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 재정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외에도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고등교육의 전략 과제는 대학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추가될 수 있다. 이런 전략 과제들은 가시화되고 있는 대학들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교육 활동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수립돼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전략들에 대한 구체적 인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 막연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23년이라는 새해를 맞이했다. 이 새해에는 지난해와 다른 희망이 우리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새로운 희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학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부디, 대학의 변화와 발전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이 메가트렌드를 주도하는 희망을 창출하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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