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도 ‘역경 극복’ 의지 밝혀
일상 회복의 반가움 속 대면 만남에 대한 기대감 내비쳐
지역사회에서 커진 대학의 역할…‘지방시대’ 지역과 협업 강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세정 서울대 총장, 한균태 경희대 총장,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이장호 군산대 총장, 홍원화 경북대 총장,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세정 서울대 총장, 한균태 경희대 총장,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서승환 연세대 총장, 이장호 군산대 총장, 홍원화 경북대 총장,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3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올해 총장들의 신년사 키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말은 최근 신조어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다. 각 대학의 총장들은 지난 한 해 국내외에 닥친 어려움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4년 차에 접어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학령인구 감소,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 지역소멸 위기 등 국가 내부적 위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위협 등 당면한 문제들 중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몇몇 총장의 경우에는 현 시국을 ‘난세(亂世)’라 표현하기도 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일반대 총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움츠러들지 말고 혁신을 통해 어려움에 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긴 안목을 통해 장기적으로 대학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비전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구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하나되어 어려움을 헤쳐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 어려움 속 의지 강조…‘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 일반대 총장들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학들에 닥친 현실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공유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독려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현 시대를 지성의 빈곤이 부른 ‘난세’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성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 총장은 “지금의 난세는 ‘지성의 빈곤’, ‘지성의 타락’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며 “반지성주의가 난무하고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의심받는 지금이야말로 서울대와 우리 사회 ‘지성’의 존재 의의를 증명해야 하는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 세레머니 문구 중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며 “올 한 해는 분명히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겠지만 지난 80년 가까이 거센 파도에도 꺾이지 않았던 우리의 힘을, 지성의 힘을 믿고 꿋꿋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균태 경희대 총장 또한 현 시국을 난세에 비유했다. 한 총장은 “‘중.꺾.마’를 모든 구성원이 가져야 한다”며 “모두가 녹록지 않은 여건에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자발적이고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가짐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칫 현실에 안주하다간 언제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며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정운 한국외대 총장은 “코로나로 앞당겨진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AI, 빅데이터 등 첨단분야 산업계 수요가 증가해 우리 대학이 혁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학생들이 ‘꿈을 꾸고,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추기 위해 올 한 해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올해도 경제위축과 같은 예정된 사회적 고통들이 도래할 것으로 보이며, 대학 역시 그러한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깝지만 올해도 우리는 고난들을 이겨내며 대학의 본분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중앙대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행보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변화의 물결은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정체의 늪에 빠져있을 것인가를 좌우하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요즘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경영자의 한사람으로서 걱정이 크다”며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듯 우리 성신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 기회를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즘”이라고 전했다.

■ 일상 회복에 대한 반가움…‘활력’ 되찾은 대학가 = 많은 일반대 총장은 지난해 2년 만에 학생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난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했다. 대면수업을 통해 캠퍼스에 활기가 돌고 교수들 또한 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는 등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반겼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오랜만에 캠퍼스로 돌아온 학생들은 곳곳을 누비며 젊은 열기를 발산하고 교수님들께서도 강의실에서 새로운 열정으로 제자를 맞이했다”며 “이러한 밝고 활기찬 기운이 올해에도 이어져 가득차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승환 연세대 총장은 “작년은 모든 연세인의 역량을 결집해 많은 성과를 이룩한 해였다”며 “2023년은 연세의 역량을 총결집하여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선은 연세의 연구 역량을 총결집시키는 Project-Y를 시작하고 Project-Y 연구원(IPY, Institute for Project-Y)을 설립해 탁월성이 전제되는 모든 형태의 융합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오는 2023년 2월 22일에 4년 만에 드디어 대면 입학식을 개최한다”며 “지난 4년간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코로나19 이전엔 너무도 평범해서 자칫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기까지 했던 그 위대한 ‘일상’이 다시 우리 곁에 펼쳐진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새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깊은 배려와 화합”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모든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2023년을 희망찬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 이제는 ‘지방시대’…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역할 강조 =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표명한 만큼 각 대학들의 기조도 좀 더 명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역과 밀착한 사업을 기반으로 대학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고등교육지원특별회계가 설치되면 추가 확충된 재원은 지역혁신의 허브로서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새로운 도약에 기반이 될 사업을 준비하고, 학교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장호 군산대 총장은 국내외에서 중앙집중적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고 진단하며 지방시대를 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에 있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역의 국립대학은 지역 소멸화의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대한민국이 다시 지방중심시대로 가는 역방향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 지방 소도시의 국가중심대학이 선봉이 돼 이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겠다”고 역설했다.

김헌영 총장은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타깃형 연구중심 융합대학원」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강원대학교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국가거점국립대의 공공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박정운 총장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의 학과 신설은 글로벌 캠퍼스가 소재한 반도체 특화도시인 용인시와 관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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