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컴퓨터공학 지식으로 국방과학연구원 향한 꿈 품어
‘K-전차 챌린지’에 진출해 현역 장교들 중 과학기술전문사관 자격으로 장려상 입상
대구경찰청과 함께 공공와이파이 취약점 연구 프로젝트 등 참여…KNU영예장학생 선정

경북대에 재학 중인 김도현 학생. (사진=본인 제공)
경북대에 재학 중인 김도현 학생.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학력과 학점 등 전통적 채용 기준들이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직무 역량과 직무 적합도 그리고 잠재적 역량 등이 인재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인공지능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가짜 인재’와 ‘진짜 인재’를 분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가짜’와 ‘진짜’는 어떻게 구분할까.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보이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진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김도현 학생이 그런 경우다. 5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북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중학생 시절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걸음마 수준이긴 했지만 코딩도 조금씩 해봤었고, 중학생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보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3학년 때 대구대 정보보호영재교육원에서 교육생으로 선발됐다. 이글루시큐리티 등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거 재밌다’라고 생각하게 됐고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정하게 됐다.”

-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 선발됐는데, 이 분야로 진로를 설정한 이유는.
“그동안 중학생 시절 영재교육과 같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덕분에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국가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과학기술전문사관(이하 과기전문사관)을 알게 됐다. 과기전문사관은 대학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하고 중위로 전역할 수 있다. 군 복무 3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지내게 된다. 평소에도 연구원의 꿈이 있었다. 연구역량을 개발함과 동시에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 과기전문사관으로서 인상깊었던 경험이 있나.

‘K-전차 챌린지’에서 수상한 김도현 학생. (사진=본인 제공)
‘K-전차 챌린지’에서 수상한 김도현 학생. (사진=본인 제공)

“과기전문사관으로 선발된 이후 국방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최된 ‘K-전차 챌린지’에서 본선에 진출해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과기전문사관 동기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약 100일 정도의 시간 동안 전투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했다. 이후 게임과 유사하게 전장 환경을 만들고, 전투 프로그램을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각 팀끼리 전투를 벌이게 된다. 본선에 출전한 팀은 총 7개였다. 광운대에서 본선이 열렸는데 도착하고 보니 저희 팀 말고 나머지 6개 팀은 전부 현역 장교들이나 병사들도 구성된 팀이었다.
사실 저희 팀원들은 현역이 아닌 후보생들이라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도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장려상이라는 성과를 얻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 지역사회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예전에 다양한 학과 학생들과 함께 기부 활성화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적이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레이블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일반 시민들에게 맡기고, 완성물은 업체에게 팔아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일회성 기부가 아닌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동일한 성장 기회를 주었는지 돌아본 적이 있다. 제가 쌓아온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이 마침 현재 사회에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도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가 받은 기회나 혜택을 사회에 갚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 대학 생활은 어땠나.
“대회도 많이 나갔고, 근로장학생, 학생회장 등 다양한 경험치를 쌓아왔다. 한번은 대구지방경찰청과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생겼다. 경찰청에 지인이 있는 학과 사무실 선생님이 저를 추천해주신 덕에 참여하게 됐다. 프로젝트는 공공와이파이의 취약점을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경북대도 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학교 와이파이를 조사해봤다. 조사 결과 제가 특정 공격을 하면 저와 같은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 사용자들의 통신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제가 도서관 1번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 상태면, 도서관 1번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 휴대폰 사용자들의 메시지를 훔쳐볼 수 있는 셈이다. 프로젝트 덕에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학교 와이파이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종종 있었다. 근로장학생으로 일할 때였다.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웹사이트 주소창의 형태가 문제의 여지가 있었다. 시험삼아 홈페이지 공격을 시도해봤는데 실제로 공격이 먹혔다. 누군가 이를 악용하면 피싱 홈페이지로 이어지는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제가 제보를 한 덕에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문제를 발견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해결하고자 했던 적이 많은데 그런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아 KNU영예장학생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일들이 또 있나.    
“학과 학생회장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대학생활 3년 동안 몇 가지 건의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평범한 학생 한 명이 말하는 것은 힘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활 마지막 해에 우리 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학생회장을 맡게 됐다. 학생회장이 돼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컴퓨터학부생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경북대 컴퓨터학부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약 1000명 정도로 굉장히 큰 규모다. 신입생만 해도 약 200명을 뽑는다. 국내에 컴퓨터학부 정원이 이 정도로 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규모가 크고 많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 각자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컴퓨터학부 구성원이라면 서로 자극을 주며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
그런 취지로 열었던 행사가 ‘해커톤’이었다. 1박 2일에 걸쳐 진행됐는데 학부생들끼리 팀을 이뤄 하루만에 소프트웨어 만들어내야 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보통 한달은 잡아야 하는데,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사다. 그 과정 동안 다른 친구들이 무엇을 만드는지 볼 수 있다.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또 팀플로 진행되니까 협동심도 기를 수 있었다. 행사를 개최하면서 참여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행사 이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적에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됐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 앞으로의 마음가짐은.
“주위의 많은 분들의 도움과 국가의 여러 지원 덕에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쓰고,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약자를 보호하는 인재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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