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

계묘년 새해를 맞아 교육부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시대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고자 종전의 고등교육정책실·학교혁신지원실·교육복지정책국·학생지원국·평생직업교육국·교육안전정보국을 인재정책실·책임교육정책실·대학규제혁신국·교육자치협력안전국·디지털교육기획관 체제로 전환하는 직제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이 중 ‘대학규제혁신국’ 신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관장사무만 보면 기존 관리 업무가 그대로 있어 오히려 학령인구 급감과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규제가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장·차관 직속의 독립국으로 하고, ‘대학규제혁신총괄과’를 주무과로 하면서 규제개혁을 제1호 사무로 명시한 것을 보면 교육부 폐지 주장의 이유로 지적되던 대학 규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규제 개혁의 결의가 반드시 실천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규제 개혁이 있어 무엇보다 내·외부 환경 변화와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개혁의 방향을 바르게 잡을 수 있고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환경변화이다. Martin Trow 교수의 고등교육이행단계론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은 해방 이후 불과 70여년 만에 소수를 위한 엘리트형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보편형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다변화되고 다양한 대학의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또한 초저출산과 지식정보화, 글로벌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국내외의 다른 대학들과는 물론 유튜브 강사와도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온라인 수업의 일상화로 기존의 대학 운영 방식이 도전을 받게 됐다.

다음으로 교육의 본질이다. 교육은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최대한 계발해 자아를 실현하고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활동이다. 국가는 이런 교육을 진흥·조장하고 지원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교육이 사회적 지위 획득의 수단으로 운영되는 것을 당연시 하여 규제하고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대학 규제 개혁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대학 운영 제도를 교지·교사(校舍)·재산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교육 활동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하드웨어만으로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배움과 익힘이 없고 학생 성장이 없는 교육은 의미가 없기에 교육 활동에서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배움과 익힘의 훈련과 체화가 중심이 되게 한다.

셋째, 재정 지원의 효과성이다. 단년도 회계주의, 단기 지원, 구체적 지침 제공 방식의 재정 지원을 기금화를 통한 장기적 사용,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지원, 사업수행방식의 자율성 보장, 목적 지향적 사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넷째, 출발선 불평등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평등을 최대한 추구한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지역대학, 중소대학, 전문대학, 사립대학 학생들의 교육에 특별 지원을 한다. 비리대학, 폐교 가능성이 높은 대학, 100% 종교인 양성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지원을 하고, 3주기 진단 미선정된 대학도 소급 지원한다.

다섯째, 대학은 성인공동체이다. 학생을 포함한 구성원 스스로가 결정하게 하고, 외부 개입은 최대한 유보하는 등 대학 구성원에 의한 운영 시스템이 되게 한다.

여섯째, 대학은 사회적 자본이다. 대학을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활용한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사조직은 대학별 여건에 따라 조정하되, 잉여의 인적·물적 자원을 영유아·초중등 및 성인교육과 직업교육훈련, 창업, 복지, 공익을 위한 시설 등으로 활용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캠퍼스 문화가 있는 대학은 온라인 공간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한다는 것에 유념한다. 사람은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외로움과 고독의 시대에 대학은 Maslow가 말하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는데 있어 매우 유익한 기관이다.  

교육부의 대학 규제 개혁, 이번에는 꼭 환영받는 결실을 맺어 대학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래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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