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

언제나 그렇듯 대학에게 겨울이란 새싹을 뿌리는 계절이다. 신입생 모집이라는 새싹을 잘 뿌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모집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한때 명성을 날렸던 공학계열 전문대학마저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1979년을 시작으로 지난 44년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전문대학은 그 중심과 출발에 ‘중견기술인 양성’이라는 전문대학만의 정체성이 있었다. 이로 인해 산업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기계, 전기·전자 산업 등 중소기업 인력의 대부분은 전문대학 공학계열 졸업생들이 주를 이뤘다. 공학계열 전문대학은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역사를 함께 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학계열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이 보다 더 심각하며, 이는 우리나라 산업경제를 이끌어 갈 공학계열의 핵심인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엔지니어 공백 현상’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지금 연료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기술력으로 대체연료를 개발해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공학계열 기술인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학계열 기피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수한 공학계열 인재들의 결핍은 국가 경쟁력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을 선포했다. 디지털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인 만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내놓고, 앞으로 5년간 연평균 20만 명 규모로 총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보면 초급(고졸, 전문학사)인력이 16만 명, 중급(학사)이 71만 명, 고급(석,박사)이 13만 명이다. 교육부는 현재 디지털 인재 양성과 관련해 80여 개 사업(총예산 3조800억 원)을 진행하고 있다.

공학계열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정부의 공학계열 활성화에 대한 방안이 될 수 있는 이번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정책이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매우 씁쓸하다. 최근 개최된 전문대학 발전방안 관련 총장 간담회에서는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이라는 국정과제 속 미래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신산업 분야별 특화된 전문 인력 육성을 통해 전문대학이 앞장서 중소·중견기업에 필요한 기술인재를 집중 양성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계획 속 고졸을 포함한 전문학사의 비율은 16%에 그친다. 반면 디지털 인재양성에 관한 비율의 84%가 일반대학 이상의 학력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재정지원 역시 일반대학에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전문대학 공학계열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래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초급 및 중급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정부는 전문대학 공학 분야 특성화 지원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공학계열 신입생 충원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 이대로 전문대학 공학계열을 방치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의 미래와 국가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1963년 개교 이래 59년 동안 공학계열 특성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상당수 대학들이 백화점식 양적 확장에 주력할 때 우리 대학은 공학계열 특성화의 외길을 걸으며 중견기술인 양성이라는 전문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계속 발전해왔다. 그 결과 우리 대학은 한 차원 높은 직업교육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여러 평가 및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성과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특히 지난해 우리 대학은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에 선정돼 서울대(주관대학), 포항공대, 중앙대 등 7개 대학과 ‘차세대 반도체’인재 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선정된 전문대학은 우리 대학이 유일하다.

미래 신산업 분야 신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기본인 공학계열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학문들이 융복합 과정을 겪어 성장할 것이고, 디지털 분야 핵심 인재 양성의 기반 역시 공학계열 학생들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부문 공학계열 전문대학 단독 재정지원사업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사업을 통해 대학 간 경쟁에서 공유와 협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지역 간, 대학 간 역량 차이를 뛰어 넘어 학생의 성장을 함께 지원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대학에 비해 예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학계열 전문대학 인재 비율을 늘리고,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근간인 전문대학 공학계열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및 산업체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교육부의 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업 등이 있으나 일반대학에 비해 지원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익부 빈익빈,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육여건 격차 악화 등 지방과 전문대학을 위한 지원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전문대학 공학계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창의·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첨단기술에 대한 지식과 창의적 안목을 가진 ‘융합 공학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유능한 교수의 확보, 대학 구조의 개혁, 커리큘럼을 포함한 행정제도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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