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최적화된 정책을 찾아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책 수요자의 요구는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정책은 그에 따라 함께 변화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정책 사이의 간극은 항상 존재하게 된다. 정책이 이처럼 현실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다음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정책을 실행하는 행정가는 그 정책의 수요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행정가와 정책 수요자는 가까이에 있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정책을 바라본다. 행정가는 정책 수요자의 관점에서 정책 효과를 체감하는 데 더 둔감할 수 있고 행정절차의 합리성에 더 무게를 두고 업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행정가가 정책의 효과를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정책 모니터링 제도와 같은 것이다.

둘째, 정책의 효과가 정책 수요자 모두에게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정책은 누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누구에게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한쪽의 목소리만 듣고 그 조건을 정책에 그대로 반영하게 되면 정책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수용해 최적화된 정책을 찾는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정책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방법을 만들어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찾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셋째, 정책을 실현하는 행정실무층과 정책결정층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책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책을 변화시키려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결정 권한은 실무층이나 정책 수요자가 아닌 제3의 정책결정층에게 있다. 그래서 아무리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하더라도 정책결정층이 의사결정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 바뀌는 시기에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정책결정층은 하나의 정책만을 다루지 않는다. 여러 다양한 정책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가 다른 요인에 의한 역학관계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책결정층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의사결정이 완료되는 다층 구조로 되어 있고, 정책의 변화는 이러한 다층 구조의 정책결정층을 모두 통과해야 가능하다.

넷째, 정책의 실행 기간과 정책변화 적용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은 한 학기 또는 학년도와 같은 기간 구분은 있지만 하나의 정책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정책은 당장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 바꾸어 내일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현재의 정책변화 논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적용될 씨앗을 심는 것이어야 한다. 이처럼 정책은 과거에서 미래까지 시간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행정가는 항상 현재 정책을 운용하면서 그 정책의 과거와 미래를 현재 시점으로 가져와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의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의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조직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책변화의 형태는 당연히 꽃이 지고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그럴수록 자연 변화의 순리를 보고 배워야 할 지혜가 많다. 자연은 한겨울 땅속에서 부지런히 봄을 준비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캠퍼스의 겨울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기 위해 그동안의 정책을 되돌아보고 변화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좋은 정책은 절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정책의 변화를 위한 정교한 보살핌과 노력,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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