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 교직원이자 점역사로 활동…저신장 극복하고 점역사 자격증 취득
점자명함 갖기 캠페인 ‘NADO Together 챌린지’ 펼쳐, 시각장애인 처우 개선 노력
대학 주변 맛집 및 편의시설, 지역사회에 점자 홍보물 제작해 배분하는 등 다양한 활동
“장애인들은 공무원, 복지 업무만 해야 한다는 편견 넘어, 장애학생들의 꿈 실현 돕겠다”

지난 12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경화 씨가 ‘NADO Together 챌린지’ 사업의 일환으로 점역한 점자 홍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12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경화 씨가 ‘NADO Together 챌린지’ 사업의 일환으로 점역한 점자 홍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사람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도움의 경우에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도 한다. 외국어를 못하면 통역사를 통해 도움을 받듯 시각장애를 지닌 사람은 점역사에게 도움을 받는다. 조금은 생소한 명칭인 점역사는 글자를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한글을 점자로 번역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즉 점역사는 시각장애인들이 글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다. 재활복지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는 나사렛대학교에도 한 명의 점역사가 활동하고 있다. 본인이 저신장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직원이자 점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화 씨를 지난 12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점역사란 직업이 생소하다.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비장애인들은 점역사라고 부르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교정사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한 자격증으로는 보건복지부가 공인한 민간자격으로 점역·교정사 자격증이 있다. 점역·교정사 자격증은 1~3급으로 구분되는데, 처음 국어 과목을 합격하면 3급, 3급을 소지한 자로 3급 포함 두 개 과목을 취득하면 2급, 3급 소지자가 2급에 해당하는 과목 중 2과목 이상 취득하면 1급이 되는 방식이다. 다만, 1급이 되려면 영어 과목을 꼭 합격해야 한다. 과목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과학(컴퓨터), 음악, 중국어, 일본어 이렇게 6과목이 있다. 현재 3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점역사는 1700여 명 정도가 활동 중인데 여전히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점역사들은 시각장애인들이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점역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점역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나도 지체장애 경증을 가진 장애 당사자이지만 그래도 다른 장애인에 비해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장애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게 점자를 알려주신 은사님도 장애가 있으셨다. 은사님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분의 활동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은사님께 배운 것을 통해 장애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같은 장애인끼리 도우면 도움을 받는 학생들도 좀 더 편하게 여기리라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우연한 기회에 교직원이 될 수 있었고,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각장애 담당을 맡게 됐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잘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점역사 역할도 같이 하게 됐다.”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경화 씨가 ‘NADO Together 챌린지’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그간 이룬 성과가 있다면.
“현재 일하는 곳이 대학이다 보니 매 학기마다 학생들이 듣는 수업이 다르다. 매 학기마다 학생들에 대한 교재 지원을 하고 있다. 교재에 대한 점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점역 교재 제작도 하고 있으며, 교내 홍보물에 대한 점자도 제작한다. 그리고 장애 인식 개선 차원으로 ‘NADO Together 챌린지’라는 점자 명함 갖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나사렛대 모든 교직원의 명함에는 점자로도 본인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천안시청, 쌍용2동 행복복지센터, 복지관 등 지역기관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는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사렛대 주변 맛집 및 편의시설에 대한 점자 홍보물을 제작해 지역기관에 배부하고 있다.”

- 점역 작업 중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장애인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편이다. 예산 부분이 가장 큰데 그 때문에 지원에 한계가 있다. 특히 외부에서 자료가 들어올 때 대부분 점자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다 작업해야 할 때가 많다. 사실상 1순위는 학습에 대한 지원인데, 외부에서 오는 자료도 같이 하다보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다. 또 책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이 허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텍스트 파일로 미리 제공받으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일일이 제작해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점자도서관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서둘러 우리가 작업해야만 한다.”

- 점역사로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려면 결국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이는 장애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기억에 남는 학생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특수교육학과를 전공한 시각장애인이었다. 그 학생은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학생을 위해 밤을 새가면서 교직 이수 관련 책을 점자로 만들어줬다. 말 그대로 물심양면 도왔는데 이 학생이 한 번에 합격을 했다. 현재는 교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학생의 경우에는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지체장애 갖고 있는 중복 장애 학생이었다. 이 학생의 꿈은 바리스타였는데 잘 보이지 않고 손도 불편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 학생이 바리스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러 부분에서 도왔는데 그 결과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카페에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 외에도 최근에 ‘어둠 속에 대화’라는 시각장애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카페에 학생 2명이 직원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경화 씨가 시각장애인용 노트북(모델명 ‘힘스 한소네 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의 시선 속에서 장애인이 일을 한다면 꼭 공무원을 해야 한다거나 복지 쪽으로밖에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이 꿈을 펼쳐나가게끔 ‘통로자’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나사렛대는 장애를 가진 학생도 다양한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다. 보다 많은 장애학생들이 이곳을 발판 삼아 꿈을 실현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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