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의원회관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토론회 열려
교육부 직제 개편…대학운영 공적 규제 및 책임 철폐, 대학관리 시장에 맡기는 쪽 급선회
완전 시장방식의 대학정책 현실화되면 지역 소멸 위험도 커져…지방대 구조조정 ‘태풍’ 전망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의무 폐지…비정기적 수입에 의존도 커져, 안정·지속적 대학지원 기대 힘들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하는 참석자들 모습. (사진= 장혜승 기자)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하는 참석자들 모습. (사진= 장혜승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정책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중단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신 국가적 책무성을 충실히 반영한 대학균형발전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대학이 변화하기 위한 재정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는 18일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교수노조 부위원장)가 좌장을 맡았다. 이어 송주명 한신대 교수와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강민정 의원은 “안 그래도 위기에 빠진 고등교육 생태계를 윤석열 정부가 총체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오늘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제안한 내용을 발판삼아 고등교육 생태계 파괴를 막고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규제완화·철폐로 대학의 ‘자율운영’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국가적 차원의 고등교육정책 폐기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대적 직제개편안이 근거로 제시됐다. 송 교수는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대신 인재정책실을 신설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국가적 차원의 정책 폐기를 전제로 대학운영의 공적 규제 완화와 철폐, 나아가 대학관리를 시장에 맡기는 것으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완전 시장방식의 대학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소멸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경고했다. 대학들에 대한 일정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 특히 지방사립대학들과 전문대학, 그리고 중소도시 국립대학들에게 집중적으로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진단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책 대신 국가의 책무성이 반영된 ‘대학균형발전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송 교수는 “대학의 주체들과 국민들의 충분한 논의, 민주적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은 중단해야 마땅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원점에서 모든 쟁점을 대학, 국민, 국회와 재논의하고 올바른 대학균형발전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대학규제 완화의 실제와 효과’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문제의식은 송주명 교수와 같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임 연구원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기준 폐지가 초래할 문제점에 대해 분석했다. 현재 규성장 학교법인은 대학의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 해당하는 가액의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하며, 확보한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그 총액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전년도의 예금은행 가중평균 금리 중 저축성 수신 금리를 곱해 산출한 금액 이상의 연간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쉽게 말해 A대학의 연간 수익이 100억 원이라면 그만한 값어치의 수익용 재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 등을 통해 운영 중인 대학의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 중 학생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에 해당하는 가액의 2.8퍼센트 이상을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그 해에는 해당 학교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대해 임 연구원은 “안정적 재원으로서 의미를 지닌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의무를 폐지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렇게 되면 법인은 기부금 등 비정기적인 수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대학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토지 등 저수익성 재산을 고수익성 재산으로 유도하는 정책도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 연구원도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재정지원이나 대학육성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자율과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책임을 회피했던 고등교육 정책을 철회하고 대학에 대한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임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박치현 대구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이 지방대 위기와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을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방대 위기는 지역불균형에 토대한 대학서열구조와 시장주의 논리, 사학재단의 봉건성이 결합해 나타난다. 

특히 이번 규제완화 교육 정책으로 법인의 전입금 납부 문제가 불거질 거라는 전망이다. 박 교수는 “학교 법인이 전입금만 제대로 내도 재정문제가 해결될텐데 조사해보니 지난해 7000만 원만 전입금으로 납부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니까 그제야 재작년에 밀린 전입금 15억 원을 냈다”고 말했다. 

권오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 분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또다시 강사의 위기’라는 주제로 강사 고용 불안정성의 심화를 언급했다. 권 분회장이 분석한 강사 고용의 문제는 대학기관인증평가 5대 영역별 6대 평가준거에서 강사 고용 관련 지표가 약화됐다는 점이다. 대학기관인증평가 평가준거 가운데 3영역 교원 및 직원, 3.2 교원확보 평가준거에 강사 임용 절차 및 방법과 강사 관련 규정과 3.3 교원 처우 및 복지 평가준거에 △강사강의료 △급여 규정 △강사대기실 현황 △강사복지제도만 포함됐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폐지됨에 따라 기존의 평가 준거인 △강의 규모의 적절성 △총 강좌 수 △강사 담당학점 지표가 없어진 점도 강사 고용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대학들의 강사 고용 유인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상황이 누적돼 지금의 강사 제도 위기를 만들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수도권 주요 사립대 민원에 대한 교육부의 화답이라고 비판했다. 대폭적인 ‘대학 규제 제거’가 일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학생 수 감소와 대학운영의 위기를 겪는 사립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게 될 때의 부작용도 지적했다. 김 실장은 “향후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이 대학의 사활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 교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일례로 신안산대가 교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있는데 기존에는 임금삭감이었는데 이제 공식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부의 대학 평가체제 개편 방안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권선국 경북대 교수는 “교육부가 2015년부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실시했는데 많은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며 “그간 교육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역량진단 폐지는 대학가의 의견을 반영한 점이라 이 부분만큼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권 교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 그동안 대학별 다양한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라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기관평가인증과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별개로 실시해 대학의 평가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최용하 교육부 대학경영지원과장은 이번 고등교육 개혁 정책이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의 현실을 고려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최 과장은 “지방대의 학생 정원이 1만 명이고 교지와 교사 기준도 있는데 실제로 전라도와 강원도 등의 지방대학을 가면 학생이 1천 명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지와 교사 등의 기준을 맞추라고 하면 대학 억압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기본재산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고 봤다. 최 과장은 “교육부에서 엄격하게 교육용 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을 구분해왔는데 대법원에서 교육에 직접 사용을 하지 않는 유휴재산은 수익용으로 전환해도 된다는 판례가 나왔다”며 “현실을 반영하는 그런 차원에서 규제들이 완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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