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대학, 국립대, 일부 사립대 등 14년째 등록금 동결 이어져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가 발목잡아…등록금 인상 예정 대학도 고심
일부 대학, 대학원·외국인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 상황 타개 ‘고육지책’

2023학년도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의 등록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가 학부 등록금을 동결을 결정해 사립대 특히 지방대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장영우(출처/대학세평 중)]
2023학년도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의 등록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가 학부 등록금을 동결을 결정해 사립대 특히 지방대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장영우(출처/대학세평 중)]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2023학년도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의 등록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국민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과 경북대·충남대·공주대·순천대·한밭대 등 지방 국립대가 학부 등록금을 동결을 결정해 사립대 특히 지방대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극심한 재정난을 토로해도 고물가와 경제난 속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당분간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 상황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서울 주요 대학, 지방거점대 등 등록금 동결 =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국민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은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다.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적 상한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산정한 4.05%다. 2020~2022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대학은 1.5배인 4.05%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지난해보다 3.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경북대·충남대·공주대·순천대·한밭대 등 지방 국립대 역시 일찍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고영진 순천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이 급감하는 등 대학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나 학생과 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 등 여러 성과를 이뤘으며 도서관·학생회관 리모델링, 첨단공학관 신축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캠퍼스 환경개선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 역시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며 “대학재정도 어렵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 등을 잘 활용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중에서는 대전대·한남대·원광대·안동과학대 등이 등록금을 동결을 결정했다.

한남대 관계자는 “장기간 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로 인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있지만 학생들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하고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며 “올해 불요불급한 경상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긴축재정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 등록금 동결하는 대학들 =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학부모의 학비 부담 최소화’를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들은 지난 2009년부터 14년째 등록금 동결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경상권 사립대학 관계자 A씨는 “‘벚꽃이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말을 웃고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올해 역시 등록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국가장학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전북권 사립대학 관계자 B씨 역시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현상 등으로 안그래도 지방에 남는 학생이 없는데, 국가장학금까지 제한되면 누가 우리 대학에 오려고 하겠나”며 “등록금 인상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등록금을 인상할 예정이었던 대학도 고심이 깊다. ‘망하기 직전’이라며 극심한 재정 어려움을 토로해도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당분간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전문대학 관계자 C씨는 “올해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해 대학 재정이 더 악화된다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아직까지 확답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갖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인상을 하고 싶어도 동결하는 데는 이 부분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학원과 외국인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 상황 타개책을 마련한 대학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원 등록금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 정해져 있지만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정원 외인 외국인 등록금은 인상 규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정원 외 외국인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연세대·서강대·중앙대 등이 있다.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서강대·공주대·서울시립대·한밭대 등이다. 서강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계열별로 2%에서 4%로 인상했고, 서울시립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법정 상한인 4.05%까지 올렸다. 한밭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1.2%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공주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4% 인상하고 이 중 1%는 대학원생을 위한 지원 예산에 투입하는 것을 예산편성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원성수 공주대 총장은 “대학원생의 경우 등록금 인상에 따른 장학금 추가 지원 등 학생 복지 증대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교협은 12일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및 교육비를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 차원에서 대학 재정부담을 완화해주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정·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4년간 지속된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으로 학생부담 1인당 순등록금은 감소했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평균등록금은 2022년 679만 4000원으로, 소비자물가 인상율을 반영하면 2008년 대비 23.2% 인하한 수준이다. 또한 등록금 인상 상한 비율을 적용한 등록금(931만 9000원) 대비 27.1% 인하한 수준이다.

학생부담 1인당 순등록금 및 부담률은 2021년 342만 6000원이고, 순등록금 부담률은 50.6%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학생부담 1인당 순등록금은 148만 9000원이고, 순등록금 부담률은 35.2%다. 사립대학은 397만 3000원, 부담률 53.0%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21년 1709만 6000원, 교육비 환원율(등록금 대비 교육비)은 252.4%다. 국·공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106만 9000원, 사립대학은 1589만 7000원이었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은 그동안 등록금 인하·동결 등을 통해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투자 금액을 높이는 등 사회적 책무를 실천해왔다”며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대학 재정부담을 완화해주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재정·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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