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NHN에듀 부대표

김상철 NHN에듀 부대표
김상철 NHN에듀 부대표

코로나19의 등장과 함께 전세계가 변혁(變革)의 높은 파고에 출렁이고 있다. 경제분야의 급변 못지 않게 교육분야의 급변은 이제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은 ‘비대면’, ‘원격’, ‘온라인’ 등의 키워드들이 차지하며 효율성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교육격차의 심화라는 부정적 측면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학들에게 원격수업의 도입은 그야말로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강요된 선택이었으나 분명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있어 수많은 도전적 과제들을 다시 고민하게끔 했다.   

2012년 미네르바대학교(Minerva University)은 ‘세계를 위한 비판적 지혜를 함양하기 위한(Nurturing Critical Wisdom for the Sake of the World)’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설립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학부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테크 플랫폼을 활용한 소규모 세미나 형식의 학습과 전세계 7개국 도시에서 운영되는 프로젝트 기반의 현장체험학습이 결합돼 2022년 세계혁신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학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 건설되는 대형건물들이 즐비한 물리적 공간의 대학캠퍼스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몰입해서 학습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의 형성과 학습 환경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학비는 미국 내 사립대학의 절반 수준으로 졸업생의 대다수는 세계 유수의 기업에 취업하거나 명문대학에 진학해 석·박사과정을 진행한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미네르바대학의 마이크 매기(Mike Magee) 총장과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마이크 매기(Mike Magee) 총장은 “미네르바대학의 한국인 학생비율은 6%정도로 약 10명의 학생이 매년 본교에 입학하고 있으나, 한국 내 학생과 학부모들께 본교의 입학정보를 더욱 세밀하게 제공해 향후 한국학생의 비율을 10% 수준까지 올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시 미팅에 참석한 교육계 관계자들은 적지 않은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미 학생 유치를 위해 국내 대학 간 경쟁이 아닌 세계 유수 명문대학들과의 경쟁이 필연적인 시대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OECD회원국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하면서 약 3만 3000명의 자연적 인구감소를 기록했다. 지속적 인구감소로 향후 교육, 의료, 주택, 소비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복합적 위기가 잉태되고 있다. 인구감소는 소비를 위축시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국가성장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 출산율의 저하가 당장 우리 피부에 와닿는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임을 ‘학령인구의 감소’를 통해 알 수 있다. 매년 줄어드는 유치원·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곧바로 우리나라 대학의 위기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재앙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이 위중한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 정부의 정책과 연계해 대학이 소재한 지역 내 시민과 함께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온라인 기반의 학위과정을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등 저마다 다양한 활로(活路)를 모색 중이다. 이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미네르바대학의 사례를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해 각 대학마다 대학이 지닌 차별점에 집중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기엔 필자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몇 개 의견을 용기 내어 개진해 본다.

첫째,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을 활용해 대학마다 각 대학의 특성을 극대화해 한국어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해서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다. 아시아권역의 대다수 나라에서 한국어 학습에 매우 관심이 높은 바, 분명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의미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세계 최고 수준의 ICT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학위과정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학위과정을 운영하되, 가능하다면 각종 인증(Certification) 과정도 추가개설해 운영하는 것이다.

셋째, 국제 무대에 진출해 우리나라 기업과 연계해 각 국가가 요구하는 특정분야의 수요맞춤형 산학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안·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또 다른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미있는 촉매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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