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발생한 ‘문과 침공’, ‘선택과목 유불리’에 고심하는 대학가
난이도 조절로는 어려워…2027학년도까지 현 수능체제 유지도 걸림돌
대학 선발 방식 개선으로 대안 모색…현실적 대안은 공평한 교차지원 허용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대학 입학 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입학 관계자 간담회를 주재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두 번째 실시된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인문계열 수험생의 불리함은 여전했고,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사태는 더욱 늘어났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과생들에게 불리한 교차지원 제도 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입제도 4년 예고제로 인해 당장 수능 개편이 어려운 만큼 ‘대학 선발 방식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신호는 지난 1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대교협·입학처장 간담회’에서 이미 감지됐다. 이날 이 부총리는 “최근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둘러싸고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과, 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서만큼은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들 또한 현재 상황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음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대학들 또한 문과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 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조만간 지난해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적인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2024학년도 대입에서 자연계열 지원자를 대상으로 요구해온 수능 필수 영역 요건을 폐지했다. 즉 문과생의 이공계열 지원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 교육과정 따로, 대입전형 따로 노는 통합형 수능 = 학생 선택권 확대, 융합형 인재 교육이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지난 2022학년도부터 실시됐다. 이에 수험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국어, 수학, 탐구에서 선택 과목을 정해 수능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현 수능은 크게 두 가지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와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교차지원이다.

통합형 수능은 난도가 높은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미적분과 기하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보다 표준점수가 높다. 문제는 이과생 대부분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고, 문과생들은 대체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이미 수학 선택 과목에서부터 유불리가 갈리는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선택과목별 유불리의 경우 현재로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없애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하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교차지원의 경우 주요 대학들에서 자연 계열 학과에 수학 영역의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 탐구 2과목을 필수 영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이과생을 선발하고 있다. 반면,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과 침공은 이과생의 ‘선택과목의 유리함’과 ‘교차지원’이 결합돼 만들어졌다. 유리한 표준점수를 발판 삼아 상위권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함으로써 ‘침공’이란 현상이 된 것이다.

■ 선택의 기로에 선 대학들…“형평성이냐, 공정성이냐” = 근본적인 대책은 수능을 개편하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7학년도까지는 현 체제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대학으로 공이 넘어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개다. 이과생들에게 문과 모집단위 진입을 통제하는 방안과 문과생들에게도 이과 모집단위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문과 모집단위에 과목을 지정해 제한을 둘 경우 교육과정 취지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문·이과를 구분하는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확률과 통계와 사회탐구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쉬운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문과생들에게도 이과 모집단위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은 현재 교육당국이 각 대학에 요청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과 모집단위에 적용된 미적분 또는 기하, 과학탐구 지정을 해제하는 것으로, 현재 수학은 58개 대학이, 과학탐구는 62개 대학이 과목을 지정하고 있다.

이 방안은 대학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 이공계열의 경우 대학교육을 이수하려면 최소한 미적분·기하를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만기 소장은 “대학에서 사전, 보수 교육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인문계생들이 이과 모집단위로 가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건 기회의 형평성 문제이고, 실제 지원 여부는 두 번째 문제”라고 일침했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 또한 지난 18일 열린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대학과 수험생이 과목에 대한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배우고 와야 한다는 전제를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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