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에서 지난 1일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성과확산포럼’ 개최
박동열 박사, “전문기술석사과정 이수 성과가 기업 인사 규정과 연계할 수 있어야”
김병국 회장, “산학 공동 교육과정, 유연한 학사제도 등 산업계 수요 파악할 필요”
시범 운영 8개교, 정책적 홍보·재정적 지원 요구 한목소리…지역사회 연계 고려도

마이스터시범운영사업단협의회가 지난 1일 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에서 성과확산 포럼을 개최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정은아 기자)
마이스터시범운영사업단협의회가 지난 1일 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에서 성과확산 포럼을 개최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정은아 기자)

[부산=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전문대가 전문학사만 운영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일반대와 전문대의 벽을 허물 계획이라 밝혔다. 미국처럼 한 대학이 일반학사, 전문학사,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사이버대학까지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뜻이다. 

이날 마이스터대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토대로 마이스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같은 흐름은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에 선정된 8개의 대학이 그동안의 운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이어지고 있어, 고숙련 전문기술인 양성 지원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단 협의회(회장 황규진, 동양미래대 기획처장)는 지난 1일 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에서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단 협의회 성과확산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관계자, 각 대학별 단장을 포함한 교내 관계자들 등이 참석했다.

마이스터대는 대학의 일부 학과(또는 전체)에서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직무 중심의 고도화된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산업 수요를 반영한 직무를 중심으로 블렌디드러닝, 선행학습경험인정(RPL) 등을 통해 성인친화적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이다. △단기직무과정(수료, 1년 이하) △전문학사과정(2~3년) △전공심화과정(학사, 1~2년) △전문기술석사과정(2년 이상) 등으로 나뉘며, 현장실무 경력이 있는 성인 학습자를 우대해서 입학·선발하고 있다.

이상우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그동안 마이스터대의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하게 됐다”며 “최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계의) 전면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교육부가 마이스터 활성화를 통해 고등교육 전문인을 양성하고 전문대학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숙 한국연구재단 팀장 역시 “마이스터대는 새로운 고등직업교육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발표할 내용을 듣고 더욱 내실있는 사업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동열 박사, “마이스터대, 비논문과정 확대해 기업 특화 인재 양성해야” = 먼저 박동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가 마이스터대의 인재상을 설명하면서 일반대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어야 하는지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동열 박사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제 직업교육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은 ‘뉴컬러 고숙련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저숙련 일자리 중심으로 자동화 기계가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학력이나 전공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무역량이 중요해졌다. 능력을 성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숙련 전문인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마이스터대”라고 말했다.

이어 마이스터대의 시범 운영 결과에 대해 “현재 마이스터대는 논문과정이 약 90%정도인데, 사실 마이스터대는 비논문과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논문과정과 비논문과정의 비율은 50대 50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논문과정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기업 특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대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통해 학위가 증명되는 일반대와 달리, 마이스터대의 비논문과정은 학위 수여자가 해당 기업에 적합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전문 인재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논문과정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는 “비논문과정에서 특허권을 등록하거나 실용신안 등에 관한 표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학습자는 발명자, 기업과 대학은 등록기관이 되는 셈이다. 지금 고등학교 17개 교과군에는 지식재산 관련해서 융복합 교과군이 있다. 이처럼 마이스터대의 비논문과정에서는 특허, 실험시간, 직무기술서 등에 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융복합, 지식재산 관련 교과과정이 전제가 돼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마이스터대를 나옴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기술석사과정 이수 성과가 해당 기업의 인사 규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 CEO, 인사담당자와 협의해 인사 규정 조직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마이스터대의 예산상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과의 연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부처 예산 중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1조 7천 억원에서 3000억 원 정도가 전문대인 반면, 일반대는 7000억원이다”라며 문경대 미래산업융합과의 사례를 들었다. “문경대는 문경시에서 지역정착맞춤형 계약학과 운영 지원 조례 만들어 예산 문제를 극복했다. 조례가 만들어지면 여기서 담당부서가 만들어지고 담당 예산이 편성된다 점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연구소 설치 희망 기업에 관한 요구를 분석하고 지자체와 연계한 간담회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국 회장, “마이스터대를 통해 ‘인력 매칭’ 문제 극복할 수 있어야” = 김병욱 부산벤처기업협회 회장이 첫 강연 주자로 나섰다. 김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요구되는 마이스터대의 역할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우선 대학과 기업의 관계를 설명하며 “대학과 기업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적절하게 만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매칭이 잘 안되고 있다”며 “한때 대학이 인재를 양성하면서 기업을 리드하는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업이 훨씬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고, 대학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학생들은 취업 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전공지식과 학점을 떠올리지만 정작 기업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격증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만 고려하게 된다. 기업이 중요시하는 것은 직무 관련 경험과 성실성”이라며 “학생의 이력이 보직과의 연관성이 가능한 많을수록 좋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가장 성실하다고 평가하는 직원은 오래 근무한 직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마이스터대는 해당 기업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해 냄으로써 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전문기술석사과정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과 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밝히며 “응답한 학생의 약 30%가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한다면 참여(입학)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약 39%가 전문기술석사과정 운영의 필요성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한 산업체의 약 48%가 대학과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위해 산학협력·맞춤형 교과과정 개발에 참여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기업마다 다른 상황을 두고 어떻게 매칭할 것인지에 대한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전문기술 석사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산업계의 니즈(Needs)는 학생역량 강화를 위한 산학 공동 교육과정 개발, 산업체와 연결될 수 있는 유연한 학사제도, 산업체 요구가 반영된 취·창업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등이다”며 “회사가 해야할 교육을 대학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직원을 석사과정의 강사로 초빙하는 형식으로 취업 전 강사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은 학생들을 스카웃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마이스터대 시범운영해보니, “정책 홍보와 재정적 지원 절실” = 대학별로 그동안의 시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대림대는 공학분야 지식기반 신산업 고숙련 직무로 수요되는 △미래자동차과 △방송음향네트워크과 △BIM설비유지관리과 △메카트로닉스시스템과 △ICT융합안전공학과 등의 전공에서 마이스터대를 시범 운영했다. 문건창 대림대 교수는 “산업체에서 3년 이상의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선발해서 운영하다보니 교수들보다도 실무 경력이 많은 학생들도 많았다. 교수 입장에서도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런 점에서 저 또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다만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조건 때문에 탈락되는 지원자들이 많다. 특히 프리랜서 같은 경우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협의회 차원에서 대안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동양미래대는 연성대와 컨소시엄으로 운영하면서 첨단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마이스터 양성에 특화했다. 연성대는 블랜디드 플랫폼 ‘통합건축 ICT’를 통해 창의융합 맞춤형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석용 동양미래대 교수는 “아마존 코리아와 더불어 구로여성회, 구로구청 지역경제과와도 연계해 산학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앞으로도 거버넌스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업 측에서 먼저 필요성을 느껴 학생들을 석사과정에 보내고 있다. 10명 중 7명은 회사에서 학비를 지원해준다. 마이스터대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석사과정이 끝난 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동의과학대와 동주대 역시 컨소시엄으로 운영했으며 두 대학 모두 스포츠 재활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점과 학교기업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대경 동의과학대 교수는 “올해 마이스터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보니 타 대학 출신들이 70% 이상이었다. 마이스터대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제 이 분위기를 어떻게 계속 이어나갈지 고민해볼 시점”이라며 “각 대학 특색에 맞는 개별 홍보전략을 세워 전국단위로 마이스터대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 마이스터대가 안착에 이르기까지 재정적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신산업연계 초정밀금형 기술 명장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정밀기계공학과에서 마이스터대를 운영했다. 도한신 영진전문대 교수는 “작년 신입생 출신학교를 분석해보니 총 30명의 신입생 중 우리 대학 졸업생들은 10명 정도였고, 경북대와 한양대 등 일반대학 졸업생이 14명이었다”며 동의과학대의 경우처럼 타 대학 출신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점에 공감대를 표했다. 추진 시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대학원 명칭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홍보할 때 어려움이 있다”며 “재학생 대부분은 산업체 재직자다보니 정규과정 이외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적에 일정 조율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영상대와 아주자동차대는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실감형(AR·VR) 콘텐츠와 미래 자동차 융합을 선도하는 창의인재 양성을 사업목표로 정했다. 권준규 한국영상대 교수는 “산업체 재직자들의 니즈(Needs)가 수중촬영과 관련한 교육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중촬영 전문가 과정을 운영해왔다. 그 결과 각 방송국, 외주업체 등 특수촬영 분야의 재직자들이 다수 참여했다”며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하기 위해 세종시민대학 ‘집현전’과 함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을 추진 중이다. 연계의 범위를 고교까지 확장해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연구 프로젝트 수행과 장학금 등의 지원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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