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하키, 타고난 스피드로 오른쪽 미드필더에서 대활약
유일한 국가대표 선발 대학생 선수…“세계 무대 보며 자극받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앞두고 팀이 필요로 하는 해결사 되겠다 ‘다짐’

이승우 한국체대 필드 하키 미드필더. (사진=본인 제공)
이승우 한국체대 필드 하키 미드필더.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 1월 23일, 인도 부바네스와르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제15회 국제하키연맹(FIH)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필드 하키 대표팀은 패널티 슛아웃 끝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13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지난달 25일 열린 ‘세계 3위’ 네덜란드와의 8강 전에서 1대 5로 졌지만 대표팀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에서 9년 만에 정상에 오른 데 이어 8강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국제 무대에서 이전과는 다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이은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대표팀의 이승우 선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민첩성과 높은 체력을 요구하는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대표팀 내 유일한 대학생 신분으로 ‘2020 제34회 대통령배 전국하키대회’에서 1위를 비롯해 △2021 전국춘계대회 1위 △2021 제35회 대통령배 전국하키대회 1위 △2021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3위 △2021 국제하키연맹 남자주니어월드컵 10위 △2022 한국대학실업연맹회장배 1위 등 여러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던 필드 하키계의 유망주다. 국가대표를 넘어 하키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려는 그를 지난 9일 한국체대 실외하키장에서 만났다.

2021년에 열린 남자 하키 주니어월드컵 미국 전에서 득점한 이승우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2021년에 열린 남자 하키 주니어월드컵 미국 전에서 득점한 이승우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 짜릿한 승리의 기쁨, 하키 스틱을 놓을 수 없었다 = 이승우 선수가 하키 스틱을 잡은 것은 신암중학교 재학 시절 체육 선생님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체육 시간에 남들보다 활발히, 많이 움직였고 누구보다 체육활동을 좋아했던 그에게 선생님의 권유는 당연한 일이었다.

스틱의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와는 다르게 필드 하키는 스틱의 한 면만을 사용할 수 있다. 섬세하고 정확도 높은 기술이 필요해 다른 필드 종목보다 체력 소모가 심한 스포츠 종목이다. 필드 하키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섬세한 기술과 더불어 빠른 경기 전개와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서 재미를 찾았다.

다른 종목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승리의 짜릿함에 하키를 계속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승리의 기쁨을 여러 번 맛보다 보니 성취감과 동시에 실력 향상에 욕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선수로 뛰고 싶다는 목표도 갖게 됐다”며 필드 하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기억에 가장 남는 장면은 승리의 순간이 아닌 패배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2021년에 열린 남자 하키 주니어월드컵에서 그는 필드 하키 강국이자 세계 랭킹 3위인 네덜란드 팀을 만났다. 아쉽게 패했지만 그는 “강팀과 붙는다는 긴장감과 수준 높은 경기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경기를 준비하기 전 기분 좋은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며 “패배했지만 그동안 하키를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설렘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 선수.  (사진=본인 제공)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 선수.  (사진=본인 제공)

■ 기대하지 않은 국가대표 선발… “꿈을 꾸는 듯 했다” = 팀의 공격 전개를 돕고 직접 해결하는 우측 미드필더를 주 포지션으로 삼은 그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많은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많은 선배 선수들이 한국체대를 거쳐 실업팀이나 국가대표에서 뛰는 모습을 본 그는 한국체대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좋은 환경에서 좋아하는 하키를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체대에 입학한 이후 그가 속한 한국체대 남자 하키부는 제34회 대통령배 전국하키대회 우승과 2021 전국춘계대회, 2021 제35회 대통령배 전국하키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게임 체인저로서 가능성을 눈여겨 본 대한하키협회는 지난 1월 ‘제15회 국제하키연맹 월드컵’에 참가할 남자 국가대표팀 훈련 명단에 이승우 선수를 등록했다. 선발된 24명의 선수 중 대학 소속은 그가 유일했다. 성인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그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며 선발 소식을 접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실제 경기에 참여하진 않고 13년 만의 8강 진출을 벤치에서 눈으로만 지켜봤다. 아쉬울 마음이 클 법도 했지만 그는 선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들의 마음가짐과 몸 관리 등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소에 닮고 싶었던 성남시청 소속 이정준 선수와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정준 선수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힘든 경기를 해결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한국 하키 대표팀의 오른쪽 미드필더 주전을 꿰차고 있다. 동일 포지션이라는 부담감이 앞설 법도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선배 선수의 장점을 모조리 흡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선배의 실력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며 존경하는 선수를 언젠가는 넘어서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 항저우에서 애국가 목청껏 부르고 싶다 =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즐기면서 하기’다. 좋아하는 하키를 통해 성과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금까지 즐기면서 하키를 해왔다. 초심을 유지하면서 하키를 계속 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힘든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팀이 힘들 때 해결사, 팀이 필요할 때 먼저 나서는 선수로 자리매김한다면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그만의 믿음이다.

이제 그의 눈은 중국 항저우를 바라보고 있다. 이승우 선수는 “올해 9월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다시 한번 국가대표로 참가하고 싶다”며 “가기 전까지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겠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국가대표에서는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나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경기 시작 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다면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겠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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