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서울교대 대학원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교수

김갑수 서울교대 대학원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교수
김갑수 서울교대 대학원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 교수

서비스가 출시된 후 활성화와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대략 5000만 명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 사용자가 5000만 명에 도달하는 데 자동차는 62년, TV는 22년, 컴퓨터는 14년, 핸드폰은 12년, 인터넷은 7년, 유튜브는 4년 걸렸다. 지난해 11월 말에 세상에 나온 ChatGPT3.5는 공개된 지 5일 만에 100만 명을 달성하고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했다. 5000만 명의 사용자 기준으로 본다면 ChatGPT는 이미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연일 세계 각국을 휩쓸고 있는 ChatGPT는 대학 교육에도 큰 영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챗봇을 이용하면 쓰고자 하는 글을 순식간에 작성할 수도 있고, 그림도 순식간에 그릴 수 있고, 음악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도 창작할 수 있다.

주로 지식 전문가들에 의해 콘텐츠가 생성됐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대학도 당분간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지식과 더불어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터넷 브라우저가 나오고 검색엔진이 생활화된 시기가 벌써 25년 전이다. 이 때는 지식정보를 생성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의 강의노트나 강의자료 등을 인터넷에 게재하던 시기다. MIT대학에서 오픈 코스웨어(ocw.mit.edu)로 교육과정을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리고, 지금은 강의 노트뿐만 아니라 동영상 강의 등을 공개해 누구나 학습할 수 있는 시대다. 검색엔진이 활성화돼 지식정보를 물어볼 때는 특정 검색엔진에 물어보면 된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다.

2000년대 초기에는 검색대회가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검색을 어떻게 잘하는 것인지가 매우 중요했다. 지금 교수들은 강의 교안을 만들 때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이트에서 좋은 자료를 기반으로 강의 교안을 만들고, 참고 영상자료 등을 올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학생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교수들은 손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대학에 따라서는 보고서 복사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 

ChatGPT 시대에 교수들은 교수학습 자료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교수학습 자료를 만들면서 ChatGPT를 이용할 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질문을 잘해야 좋은 대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두 수의 최대 공약수를 찾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ChatGPT를 이용해 만들어본 것을 예시로 들어보자. “최대 공약수가 무엇인가?” “34과 82의 최대 공약수는?” “최대 공약수를 구하는 방법은?” “유클리드 호제법(Euclidean Algorithm)은?” “두 수의 최대 공약수를 구하는 HTML과 자바스크립트 파일을 만들어 보자” 이런 질문을 순서대로 하니 완벽하게 교수학습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서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이미 지식을 잘 알고 있는 교수들은 좋은 질문으로 ChatGPT를 이용해 교수학습 자료를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지식을 모르고 학생들이 학습할 때는 학생들이 학습 패스(Learn Path)를 잘 모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쉽게 만들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교수는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 확산될 수 있는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통해 질문을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과제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또한 매우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에게 이제는 손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가 ChatGPT를 이용해서 한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지난 1월부터 DetectGPT에 대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논문들은 ChatGPT가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를 탐지하는 것이고, 곧 상용화돼 대학마다 도입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ChatGPT 시대에는 새로운 평가 방법이 나와야 한다. 인터넷과 검색엔진으로 단순한 암기 지식을 평가하는 시대에서 기존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프로젝트 수업 평가를 많이 하는 것처럼 앞으로 새로운 평가 방법들이 등장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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