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2011학년 전형 기본시안 '기존의 틀' 못벗어나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학 입시의 3단계 자율화 방안이 삐걱거리고 있다. 대교협이 지난 22일 공개한 ‘201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시안)에 대해 대학들은 대입 자율화가 도대체 언제 이뤄질런지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정책’을 유지토록 한 건 예상됐던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입시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한 뒤 ‘3불정책’ 폐지는 2012년 이후 고려될 사항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안이 나오기까지 ‘3불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도입하거나 고교정보공시제 등에 근거한 고교종합평가를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을 빚은 끝에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다는 취지로 서울대에 지원했던 전국 고교 추천서와 고교 커리큘럼 등 고교별 현황을 담은 ‘고교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입시에 활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별 데이터베이스’는 매년 같은 추천서를 제출하는 고교를 선별해 전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 한편, 고교별 커리큘럼에 따라 주로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심화교과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고교별 랭킹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이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현장 자료를 바탕으로 다단계 전형과 다수에 의한 전형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고교별 순위 매기기를 부인했다.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병기 청주대 교무처장은 이날 대교협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고교별 종합평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혀 고교 등급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김 처장은 “대입 3원칙은 대입자율화와 상반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켜지는 것이 옳다”면서 “수도권대학과 비수도권대학간 첨예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대입 3원칙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하고자한다”고 말해 3불 논란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시안은 특히 입학사정관제도를 지칭하는 ‘선진형 대입전형’의 근거 조항을 신설하면서 대학들에게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도록 하고 있고, 선발 사정 방법 조항도 추가 신설해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을 가능하면 실제 반영비율로 제시하도록 하는 등 관치 대입의 굴레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이번 3불 유지 조치는 정부가 출범 초기 자율화를 쉽게 얘기했다가 딜레마에 빠져 한 발 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좋은 것은 대학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정부는 대교협에 입시업무를 이관했다고 하지만, 뒤에서 흔들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모 사립대 입학처장은 “자율화, 자율화 하는데 과연 자율화가 되고 있는 건지, 입학사정관제 실시하는 게 자율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이인택 울산대 입학처장은 “논술 다양화와 고교 특성화 반영 등 대입자유화를 열어주는 내용이 빠진 것은 대입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들은‘3불 정책’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다수지만, 지켜지기 힘들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주삼식 성결대 부총장(교무처장)은 “3불 정책 유지는 말로만 가능한 사안”이라면서 “3불 유지가 정말로 이뤄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사안을 어떻게 정리하면서 갈지 의문스럽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한용수·신하영·민현희·남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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