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란 호남대 AI융합대학 학장

백란 호남대 AI융합대학 학장
백란 호남대 AI융합대학 학장

최근 교육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은 챗GPT일 것이다. 챗GPT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각자의 브랜드화된 챗GPT를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 활용이 우리 생활 속, 아니 교육현장으로 무섭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교수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대학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요?” 미국에서는 챗GPT가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로스쿨 입학 시험도 합격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3월에 입학할 예비신입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문제’를 풀기도 했다는 기사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을 넘어 위협으로 다가온다. 

최근 한 국회의원은 챗GPT를 활용해 법안을 분석한 보도자료를 냈고, 모 스타트업은 챗GPT를 이용한 코딩강의 프로그램을 내놨다. 챗GPT를 활용해 소설을 만들거나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등 활용 사례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대학 현장의 교수자들은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무겁다. 

호남대학교 디지털 새싹 캠프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우리 대학에서 기획한 인공지능큐브캠프를 챗GPT을 통해 기획과 추진내용이 잘됐는지를 질문해보았다. “초중고생에게 AI-SW교육을 잘하려면?” “교육할 강사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가?” “학부모가 자녀들에게 인공지능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챗GPT의 대답은 매우 논리정연했다. 호남대 디지털 새싹캠프 브랜드인 인공지능큐브에서 필요한 것들을 챗 GPT 덕분에 하나하나 점검한 후 캠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국내에서도 일상으로 파고들며 엄청난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꼈던 AI가 이제는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 역시 교육현장에 위협으로 엄습해오고 있다.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가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한 후 제출한 학생들을 전원 0점 처리한 것으로 국내 교육현장에서 챗GPT 부정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챗GPT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GPT제로(Zero)’(미 프린스턴대 재학생이 개발한 챗GPT 활용 적발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과 연구현장에서 인공지능 적용에 대한 기준과 윤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인공지능을 하나의 교육과 연구의 도구로 본다면 교육의 수월성, 연구의 방향성으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도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적용한다면 교육과 연구의 윤리적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우리의 몫이다. 그러므로 각 영역의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적용에서 오는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방안도 매우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세상은 급격한 속도로 변하고 있다. 대학은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을 쉽게 따라갈 수 없다.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에 대학은 과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교육현장에서 추진력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신기술에는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과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대학에서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BACK TO BASIC” 즉, 도메인(전공) 지식을 위한 교육이 충실히 이뤄져야 하고, 신기술이 전공지식을 학습한 후에 적용되도록 신기술 교육과정으로 재편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한 교육과정보다 먼저 전제돼야 할 것은 교수자들의 역량 강화다. 교육기관에서는 교수자의 신기술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고, 교수자들은 전공과 연계해 신기술 학습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평생교육을 교수자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로 역할의 전환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틀에 박힌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생각, 혁신적 사고가 필요할 때다.

교육계가 혁신을 위해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학습자들에게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수자들은 전공지식(도메인)에 기반한 신기술 개념과 응용에 대한 교육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디지털 인재양성 100만 명 시대로 가는 길은 멀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맞는 교육 성과를 인공지능융합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전공(도메인) 지식과 함께 AI-SW 지식, 논리적 수학적 지식(인공지능원리)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 산업현장에서의 애로기술 등 다양한 현장 중심문제를 교육과정에서 제공한다면 현장맞춤형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다.

대학은 교육에 충실하고 정부에서도 새시대에 맞는 교육을 위해 교육기관과 함께 초·중·고등학교 교육현장을 면밀히 살펴 인적·물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는 신기술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과 함께 대학교육과 연계되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정책들이 교육현장의 수요자 중심으로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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