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강의 늘리고 합숙프로그램까지


국내 각 대학이 영어교육에 사활을 걸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한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각 대학이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업 중엔 영어만 사용 … 전용 강의 개설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위해 최근 대학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전용 강의 개설. 영어 전용 강의를 개설했을 경우 학생들의 전공 지식과 영어 실력을 동시에 확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는 이번 학기 총 591개(15.1%)의 영어강의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치외교학과의 정치학 원강 △국제통상학과의 국제금융시장 분석 △행정학과의 복지정책론 △사범대학의 인간과 교육 등의 다양한 전공 교과목이 영어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외대는 △영화의 이해와 감상 △한국 사회의 이해 △Korea and the world 등의 교양과목도 영어로 진행해 학생들의 흥미로운 어학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또 영어 외에 590개(15.1%)의 원어 강의도 마련, 총 1181개(30.3%)의 외국어 전용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는 이번 학기 총 738개(23.32%)의 영어강의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간호학과의 간호관리학1 △경영학부의 경영정보시스템 △교육학과의 교육학 고전강독 △기계공학부의 로봇공학 △식품영양학과의 영양상담 등의 전공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또 전공과목 외에 △법과 경제 △국제비즈니스 윤리 △미국 사회와 영화 △세계화와 환경 문제 등의 교양과목도 영어로 운영되고 있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은 “현재 대다수 국내 대학들이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영어강의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교수·학생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당장은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차근차근 노력해 가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한양대 외에 서강대 20.8%, 연세대 서울캠퍼스 27.46%, 포스텍 30%(대학원 86%)의 영어 전용 강의를 개설, 운영 중에 있다.

■일상 속에서 영어학습 … 기숙 프로그램 마련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기숙 프로그램을 마련한 대학들도 있다.

덕성여대는 매년 신입·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단계별 ‘기숙영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숙영어 프로그램에 따라 덕성여대 신입생들은 3주간 언어교육원에서 생활하며 영어권 국가의 문화와 관습 등을 체험한다. 또 교육 기간 동안 하루 3시간씩 원어민 교수와의 대화 학습에 참여하며 집중적으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재학생의 경우 학기 중 12주 동안 생활관에 체류하며 실무 영어를 익히고 있다.

김문규 덕성여대 언어교육원장은 “영어 말하기·듣기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외국인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기숙 영어 프로그램을 마련, 학생들이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집중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기숙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영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공동체 생활에 대해서도 몸소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서울여대도 매년 학생들이 합숙하며 영어로만 소통하고 배우는 ‘스웰(SWELL)’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웰은 학기 중에는 매주 14시간씩 12주 동안, 방학 중에는 40일간 실시된다. 서울여대는 스웰을 통해 영어교육은 물론, 바비큐파티·아이스크림데이 등 외국 문화 체험 행사도 제공, 학생들이 보다 종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방학 이용한 ‘특별’ 영어교육

방학 기간을 활용, 해외 어학연수와 동일한 프로그램의 특별 영어교육을 벌이고 있는 대학들도 많다.

대구대는 매년 여름·겨울방학마다 ‘단기 집중 영어능력 향상 영어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어학연수와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구대의 이번 여름방학 영어캠프는 오는 7월 6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실시된다. 총 40명을 모집해 10명씩 4개 반을 구성한다. 대구대는 각 반에 원어민 강사를 2명씩 배치, 영어 말하기·듣기·쓰기·문법 등에 관한 종합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동춘 대구대 어학교육원장은 “영어캠프에 참가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어학연수와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캠프 후에는 원어민 강사들이 담당 학생의 강점·취약점은 물론, 향후 학습 방향까지 말해 주도록 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대도 올해부터 해외 어학연수를 대신할 ‘외국어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외국어 캠프는 전남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22일부터 2~3주간 진행된다. 캠프에서는 영어뿐 아니라 불어·독어·중국어·일어 등 제2외국어에 관한 교육도 진행된다. 전남대는 캠프 참가비를 영어 10만원, 제2외국어 5만원으로 책정해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캠프에는 원어민·내국인 전문강사가 전격 투입, 하루 6~8시간씩 집중적인 교육을 벌인다. 강사들은 특강과 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 계발까지 도울 방침이다.

박충년 전남대 교무처장은 “해외연수 없이 학교 안에서도 우수한 외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캠프를 통해 국제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TS TOEFL ITP
활용 대학 증가

대학들의 영어교육만큼 평가방식도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ETS TOEFL ITP(기관토플, 이하 ITP) 점수를 교환학생 선발·자체평가 등에 활용하는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ITP 시험의 주관 기관, 문제 유형이 공식 PBT TOEFL과 동일해 공신력 있는 평가가 가능한 데다 응시료가 최대 85%가량 저렴해 학생들의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ITP는 TOEIC·TOEFL·GRE·SAT 등의 시험을 주관하는 세계적인 영어평가 전문기관 ETS사가 직접 출제하는 TOEFL 모의테스트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아 왔다. ITP 시험 실시를 신청한 대학·기관 등에서 단체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ITP 시험은 공식 PBT TOEFL과 동일한 유형의 문제로 시행된다. 또 응시료가 저렴하고 절차가 간편해 TOEFL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각자의 용도에 맞춰 학생들의 ITP 점수를 활용·참고하는 대학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경성대·경희대·삼육대·아주대 등은 교환학생, 부산외대 테솔센터·이화여대 테솔대학원·한양대 테솔대학원 등은 신입생 선발에 있어 ITP 점수를 적극 참고하고 있다. 또 연세대 원주캠퍼스·포스텍 등은 외국어졸업 인증·대학원 입시,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는 대학원생 레벨테스트, 중앙대는 교환연수생 선발에 ITP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정병우 경성대 대외협력처장은 “미국 등 영어권 국가 대학들이 교환학생을 받을 때 TOEFL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식 TOEFL 시험은 응시료가 비싸고 난이도가 높아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이 큰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일부 해외 대학들과 협의, 교환학생 선발 시 ITP 점수를 반영하고 있다. 공식 시험과 문제 유형이 같고 응시료가 저렴해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고 밝혔다.

이달 초 ITP 시험에 응시한 아주대 김병수(전자공학부·3)씨는 “아주대의 경우 해외대학 교환학생·복수학위제도에 지원할 때 ITP 점수를 사용할 수 있다. 곧 복수학위제도에 지원할 생각이어서 ITP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며 “물론 일반 TOEFL 성적을 제출해도 되지만 ITP의 응시료가 훨씬 저렴해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

어학·전공 함께 살릴 수업방식 바람직

“영어강의 시 어학적인 측면에만 너무 집중하면 자칫 지식의 교류라는 대학 강의의 본질을 놓치게 될 우려가 있어요. 영어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전공 지식의 정확한 전달은 더욱 중요합니다. 전공 지식 전달과 어학 능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효율적인 영어수업 운영 방식을 찾는 일이 급선무지요.”

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 전용 강의에 맞는 효과적인 수업 운영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학생들의 영어 실력까지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영어에만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대, 영어강의 개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런데 사실상 대다수의 교수·학생들은 영어강의에서 큰 만족감을 얻고 있지 못한 상황이에요.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으니 교수는 전달력이, 학생들은 이해력이 떨어져 답답함을 느끼곤 하지요. 또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교수와 학생을 어렵게 하고요.”

이 교수는 “강의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정확한 이해”라며 “용어나 개념 등 어려운 내용을 설명할 때는 어느 정도의 한국어 사용이 용인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수가 적극적으로 나서 영어에 대한 학생들의 두려움을 없애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틀리게 말해서 혼나거나 부끄러움을 당하게 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내재돼 있는 거죠. 교수는 학생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편안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합니다. 영어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하지요.”

이 교수는 외국인 교수·학생 유치도 학생들이 가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교수들을 위한 영어강의 클리닉 등도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영어강의를 위해서는 결국 대학·교수·학생이 마음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 해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간다면 즐겁고 효율적인 영어강의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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