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KERIS ‘에듀테크 소프트랩 성과보고회’ 개최
현직 교사·시도교육청·에듀테크 기업 관계자 의견 청취
한국형 에듀테크 생태계 구축 방안 다각도 모색

15일 진행된 ‘에듀테크 소프트랩 성과보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김상운 KERIS 부장. (사진=임지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교육 전문가들이 에듀테크가 수업 도구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활용법 공유, 신규·예비교원 대상 연수 프로그램 운영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성 상황에서도 유용하고, 확장성 높은 에듀테크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에듀테크 소프트랩 성과보고회’를 열고 에듀테크 활성화에 대한 현직 교사와 에듀테크 기업의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한국형 에듀테크 생태계 구축 방안을 다양한 시각에서 모색했다.

성과보고회 첫째 날인 15일에는 에듀테크 소프트랩 구축 및 운영사업 성과 보고와 우수 실증 사례에 대한 발표, 교육현장과 에듀테크 기업이 전하는 에듀테크 생태계 발전방안, ‘한국형 에듀테크 생태계 구축 방향’ 주제 전문가 포럼이 진행됐다.

16일에는 현재 운영 중인 에듀테크 소프트랩 3개소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각자의 운영 방식과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에듀테크 소프트랩의 기능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성과보고회에는 시도교육청, 에듀테크 소프트랩 담당자, 에듀테크 기업, 교사, 전문가 등 교육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했다.

서유미 KERIS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작년 말 미국 스타트업 오픈 AI가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물론, 산업구조 변화를 넘어 우리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ChatGPT’ 열풍은 우리 교육 체제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미래 기술 혁신을 주도해 나갈 디지털 인재를 길러내고 미래의 실제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신속하게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원장은 “2023년 우리는 디지털 시대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방대한 도전에 출발점에 서 있다. 오늘 개최되는 성과보고회가 디지털 시대의 교육 체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성과 보고에서 나눈 의견과 아이디어들을 자양분 삼아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이 교육 현장에 신속히 뿌리 내리고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는 축사에서 “에듀테크는 미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수 학습의 핵심 요소로 구상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국가들은 이미 에듀테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미래 세대의 교육을 추진 중”이라며 “교육부 역시 전담 부서를 신설해 디지털 교육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짜임새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학교 현장이 디지털 기술과 더 가까워지도록 돕는 것은 교육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또한 그는 “앞으로 기술을 활용한 교육은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에듀테크가 이런 수준까지 활용될 수 있도록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단단한 성장 기반이 필요하다. 오늘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돼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교육의 소속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세 한국디지털교육협회 회장은 “초중등학교 단위인 공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고 에듀테크 기업의 성장 속도도 더딘 편”이라며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에듀테크 기업이 학교 현장의 교사에게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경험할 수 있도록 유통 활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6개 에듀테크 제품 실증 테스트 실시, 실증 전문가 299명 양성 = 첫 발표를 맡은 김상운 KERIS 부장은 ‘에듀테크 소프트랩 구축 및 운영사업 성과보고’를 주제로 2차년도 사업개요에 따른 실증 성과와 운영 성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다.

에듀테크 소프트랩은 교육 현장과 에듀에크 기업을 연결해 현장 수요에 맞는 에듀테크 기술 개발 촉진 및 에듀테크 활용 모델 발굴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시도교육청 및 전문기관 등과 협업해 경기·광주·대구 등 3개 지역에서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26개 에듀테크 제품에 대해 실증 테스트를 실시하고, 실증 전문가를 299명 양성해 교원 약 400명, 학생·학부모 약 750명을 대상으로 에듀테크 연수도 제공했다. 이외에도 학교 내외 에듀테크 활용사례 및 가이드 개발, 에듀테크 도입 지원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에듀테크 활성화를 위한 후속 과제로는 △교사와 기업 등 구성원의 참여 활성화 △실증 고도화 및 실증 결과 확산 △실증 완료 에듀테크 현장 확산 지원 △소프트랩 확대 대비 운영 모델 마련 등이 꼽혔다.

김상운 부장은 “실증을 진행한 제품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성과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에듀테크가 학교에 원활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실증이 완료돼도 신뢰성이 미약해 도입을 주저하는 부분이 있어 인증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체계가 구축되면 가이드 마련해 시범운영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과 보고 이후에는 에듀테크 소프트랩 우수 실증 사례 시상식과 실증 사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최우수상은 퀴즈앤 제품을 활용해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모델을 개발한 퀴즈앤 플레이 팀(황형준 고양 오금초 교사, 이현진 경기 은가람중 교사)이 수상했다. 우수상은 사공정일 대구안일초 교사와 박재찬 성덕초 교사, 장려상은 와우사(WOWS)팀(류수혁, 김광명, 유진성) 등 7명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퀴즈앤 플레이 팀은 쇼를 이용한 퀴즈, 보드를 이용한 방탈출 퀴즈, 인터액티브 비디오 등을 다양한 초·중등 과목 수업에 활용했다. 또한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학교 수업에 제품을 활용한 후 기능 측면에서 46개, 교육 측면에서 15개 개선 사항 피드백을 전달했다.

황형준 교사는 “퀴즈앤 제품을 활용해 초등교과, 영어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학습활동 등을 진행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큰 효과를 얻었다”며 “학생 만족도도 높았다. 우선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재미를 느끼게 했으며, 수업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평도 받았다. 앞으로도 교실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떠오르는 개선 아이디어와 건의 사항을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은 교사의 실증 요구로 제품을 상시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공교육 활용 및 도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형 화순제일초 교사는 ‘교육현장의 에듀테크 활용 실태와 현장에서 원하는 에듀테크’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 “에듀테크 활용 방안 공유 위한 연수 프로그램 운영 필요” = 에듀테크 사례 발표 후 이어진 주제발표와 전문가 포럼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에듀테크를 도입, 활용한 교사가 기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에듀테크 활용 방안 공유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운영’이다. 신규·예비교원 대상으로 한 연수뿐 아니라 리더 대상 에듀테크 인식 제고를 위한 연수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영주 경기자동차과학고 교사는 ‘교육현장의 디지털 전환’ 주제발표에서 “에듀테크는 목적이 아닌 도구다. 교육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실증 전문가 심화 과정 이수자를 활용, 신규·예비교원을 위한 에듀테크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현진 순천향대 교수 역시 “에듀테크 소프트랩 연수 프로그램이 잘 활성화 돼 있지만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함께 공유하는 체제의 연수, 학교장 대상 리더십 연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비교원 에듀테크 활용 교육 확대는 물론, 에듀테크가 교육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큰 학부모 대상 연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용하고 확장성 높은 에듀테크 개발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김도형 화순제일초 교사는 ‘교육현장의 에듀테크 활용 실태와 현장에서 원하는 에듀테크’ 주제발표를 통해 “선생님들에게 어떤 에듀테크를 활용하는지 설문해보니 안전 연수, 화상수업, 숙제 검사, 자유학년제 수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었다”며 “에듀테크가 활성화되려면 특정 상황에서도 유용하고 확장성이 높아야 하며, 다른 교사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있는 실증 사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공공-민간-학계 연계·협력, 법령 제·개정 우선돼야” = 에듀테크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공공-민간-학계 연계·협력을 위한 법령 제·개정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장상현 KERIS 교육데이터센터장은 ‘교육 빅데이터 축적 및 활용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교육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약사항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으로 법령 제·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상현 센터장은 “민감 정보가 많은 교육데이터 특성상 활용할 수 있는 법적인 제약이 다수 존재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수집·연계·분석할 수 있는 신규 법령 제정 및 기존 특례법, 초·중등 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개정 내용으로는 가명처리 규제 완화, 학생동의 연령 일원화, 데이터 이용 동의 활성화를 위한 인식 제고, 강력한 교육테이터 거버넌스 구축 등이 요구된다. 이런 부분이 개정된다면 공공-민간-학계의 연계 및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학습 데이터 표준과 공동체 협력을 제시하고, 에듀테크에 대한 소수의 관심을 다수의 관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성혜 이사는 “에듀테크에 대한 필요성이나 인식 개선들이 많이 됐다고 하지만, 실증을 진행하다 보면 에듀테크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한 명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하는 선생님들은 굉장히 소수에 불과하다”며 “소수의 선생님들이 전체 선생님들로 확대되기 위한 과제가 남아 있다.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용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에듀테크를 교육을 편리하게끔 도와주는 단순한 도구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환경이 바뀌면 교수 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에듀테크 활성화 역시 생태계 구성이 관건이지만 국내 시장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다음에 생태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조은순 목원대 교수가 전문가 포럼에서 좌장으로 참여, 의견을 전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조은순 목원대 교수가 전문가 포럼에서 좌장으로 참여, 의견을 전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 에듀테크 고도화 위한 실무자 간 소통 중요성 강조 = 김기환 로보라이즌 부사장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기환 부사장은 “에듀테크를 통해 ‘에듀’와 ‘테크’가 만났지만 현실적으로 ‘테크’는 거의 없다. 때문에 ‘에듀’와 ‘테크’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연구 모임을 공적으로 진행하면 선생님들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고, 장소도 마련될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부터 활용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실무적인 부분에서의 고민도 이어졌다. 박혜진 팜피 대표는 “실증에 들어가기 전 교사들이 에듀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교육방식을 고민하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이 있는지 미팅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술 활용에 대한 부분도 서면로 전달하다 보니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서면이 아닌 대면 미팅을 진행해 콘텐츠를 합의하면 서면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상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에쿼터블(Equitable, 공정·공평)을 강조했다. 조용상 교수는 “한국 교육은 모두에게 동일한 것을 줘서 동일한 결과 내지는 나은 결과를 내는 ‘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평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며 “에듀테크 생태계 역시 공평한 생태계를 실현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런 제품과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추구하고 싶은 기대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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