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능력, 판단하는 능력, 정보를 종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져
AI기술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창의성, 공감 능력은 여전히 필요

본지가 챗GPT에 유사한 질문 두 개를 던져보자 서로 다른 답변이 나왔다. (사진=챗GPT 화면 캡처)
본지가 챗GPT에 유사한 질문 두 개를 던져보자 서로 다른 답변이 나왔다. (사진=챗GPT 화면 캡처)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최근 서울예술대학교가 개최한 메타버스 콘서트에는 챗GPT가 창작한 시가 전시됐다. 이는 챗GPT가 이미 독립된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AI기술이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AI기술이 여전히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챗GPT가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결국 챗GPT의 시대에도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분명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계에서도 대학이 앞으로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춰 교육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예대는 지난 5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UCSD) 예술가들과 함께 ‘체인징 타이즈Ⅲ - 3:RE’라는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며 챗GPT가 쓴 시를 선보였다. 작곡가들이 키워드를 제시하면 이 제시어들을 활용해 챗GPT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창작 요소를 가미해 시를 창작했다. 챗GPT를 활용한 이번 콘서트는 오는 4월에 재방영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샘 알트만이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지난해 11월에 대중들에게 공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다. 챗GPT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에세이, 시, 편지, 축사 등을 작성할 수 있고, 이미 미국의 의사·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챗GPT 외에도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 작곡을 해주는 ‘아이바(AIVA)’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챗GPT에 ‘역사적 자료에 근거할 때, 간도는 어느 나라 땅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 위치한 중국 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 질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백두산 정계비에 따르면, 간도는 어느나라 땅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제가 이전에 드린 답변이 부적절했습니다. 백두산 정계비에 나와 있는 간도는 조선 시대의 한 지명으로, 현재의 중국 광시성(廣西省)과는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입니다. 따라서 백두산 정계비에 따르면 간도는 한국 땅이었습니다’라고 이전의 답변을 번복했다. 챗GPT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에 따라 답의 수준이 결정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질문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본지가 간도에 관련해 던진 질문에 대해 “두 번째 질문에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서 챗GPT로부터 새로운 답변을 끌어낼 수 있었다”며 “이는 질문자의 역량에 따라 챗GPT로 산출해내는 성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챗GPT의 시대에도 인간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어 “이런 점에서 챗GPT를 활용할 때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의 답변을 보면 중국에 유리한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건을 잘 제시해야 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답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챗GPT가 판단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최신 데이터의 양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질문을 한다면 현재와는 상반된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답변을 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새로운 혁신, 개혁 등에 관해서 챗GPT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기존의 것을 고착화시키는 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챗GPT는 고도화된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부분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챗GPT를 교육적 활용에 접목해야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질문하는 능력’ 외에도 “챗GPT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정보들을 ‘종합하는 능력’ 역시 중요해졌다. 챗GPT는 구글링으로 자료를 찾는 것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한 자료를 복사하는 것에 그치지말고, 다양한 자료를 종합해 본인의 방향에 맞게 활용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챗GPT를 활용함으로써 시간이 절약되는 만큼, 이 내용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정도의 지식을 사전에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챗GPT가 내놓은 방대한 양의 정보의 출처를 찾아서 더 정확한 지식을 갖고, 본인의 지식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AI기술을 활용해 예술 교육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주목할 만하다. 윤형건(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는 “미드저니와 같은 AI기술이 예술가의 창작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창작의 자극제로 쓸 수 있는 예술가라면 더욱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창조는 수많은 작품을 접하고 이를 모방하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챗GPT의 시대일수록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임 교수는 “감정을 파악하는 문제는 합리적인 사고로 접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은 감정의 시대라고 할 만큼, 이성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감정을 알려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명’이 중요하다”며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할 때 공명을 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챗GPT가 이 부분까지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이런 점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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