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 인기몰이 중인 웹소설…시장 규모 약 1조 850억 원 추산
대학들, 교육과정 개편과 학과 명칭변경으로 웹소설 인재 육성 나서
인기 폭발적이지만 작가 쏠림 현상 우려, 저작권 침해 등 문제도 ‘산적’
“웹소설 분야 경쟁력 강화하겠다”는 정부, 현장은 “맞춤형 지원부터”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해 방송된 TV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동명의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원작으로 해 TV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 외에도 ‘사내맞선’ 등 웹소설 IP(지식 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등 영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처럼 한 가지 콘텐츠를 가지고 여러 가지 매체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Source Multi-Use)’가 웹소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 MZ세대 중심으로 짧고 간편한 책 읽기, 웹소설 확산 움직임 = 웹소설은 말 그대로 ‘온라인 상에서 연재되는 소설’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재미있는 내용과 함축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한 회의 분량과 연재 주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추상적이거나 심각한 주제는 피하며 서사를 부각해 빠른 전개로 젊은층 사이에서는 가독성 높은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독자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지속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표적인 스낵컬처(Snack Culture)다.

이 같은 특징과 모바일에서 손쉽게 읽힐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10~30대의 MZ세대만이 즐겼던 세대문화에서 40~60대 기성세대들도 향유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산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 850억 원으로 2020년 7415억 원에서 약 1.5배 상승했다. 매년 대한출판협회가 발간하는 ‘출판시장 통계’에서도 2021년부터 웹툰과 웹소설 등의 전자책 플랫폼 기업을 포함시키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 ‘통폐합 위기’ 문예창작과, 웹소설 교육에 뛰어들다 = 이런 변화 속 국내 대학들은 문예창작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중심으로 웹소설 분야 인재 양성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학생 취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쓴소리를 들어왔던 문예창작과가 웹소설 교육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문예창작과는 수업의 교육과정이 등단만을 위해 짜여 있고 관련 분야 및 문화 예술 관련 분야로의 취업 또한 제한적이라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5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 및 국세DB연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당시 전문대학 기준 문예창작과 취업률은 46.5%으로 인문계열 중 최하위이자 평균인 56.8%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문예창작과는 대학 평가를 앞두고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이 화두에 오를 때 통폐합 대상 학과로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2012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를 통합한 동국대를 비롯해 동아대, 서일대 등 일반대와 전문대를 가리지 않고 학과 통폐합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웹소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올라가자 이에 힘입어 문예창작과가 다시금 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문계열 중 최하위였던 취업률도 2021년 기준 63.4%로 크게 올라 인문계열 중 취업률 선두이자 전체 평균인 57.9%를 웃돌았다.

지난해 광주대 문예창작과가 웹소설 장르문학 인재 양성을 위해 ‘제3회 전국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다. (사진=광주대)
지난해 광주대 문예창작과가 웹소설 장르문학 인재 양성을 위해 ‘제3회 전국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다. (사진=광주대)

■ ‘1조 시장 잡아라’…교육과정 신설, 학과 명칭 바꾸는 대학들 = 이런 이유로 문예창작과는 웹소설 교육이라는 변화를 선택했다. 순수 문학만 다루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 온라인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콘텐츠 창작을 교육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광주대 문예창작과는 2017년부터 학과 내 정규 교육과정으로 웹소설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기업과 협력해 전국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거나 전공서적 ‘웹소설 입문’을 출간하는 등 관련 산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제3회 고교생 웹소설 공모전’에서는 입상자가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할 시 2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최초로 웹소설 분야 전공을 신설한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창작전공의 경우 높아진 관심에 맞춰 모집인원을 2019년 30명에서 2022년 76명으로 확대했다. 또한 2021년부터 ‘원스토어’와 협약을 맺고 대학 내 웹소설 제작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 △학생 창업 △멘토링 △창작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제작한 웹소설 콘텐츠를 해당 기업 매체를 통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도 ㈜작가컴퍼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웹소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는 기존 ‘국어국문학과’의 이름을 지난해부터 ‘웹문예학과’로 변경했다. 4년제 대학 최초로 웹소설 관련 전공을 개설한 동국대는 실무자 교육, 웹 플랫폼 협약 등을 통해 웹소설 작가의 등용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문예창작과는 통폐합 대상 학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인 웹소설 인재 양성의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가 웹소설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웹소설 스튜디오 ‘브라더 스튜디오’와의 협약식을 지난달 12일 가졌다. (사진=청강문화산업대)
청강문화산업대가 웹소설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웹소설 스튜디오 ‘브라더 스튜디오’와의 협약식을 지난달 12일 가졌다. (사진=청강문화산업대)

■ ‘웹소설 키우기’ 천명한 윤석열 정부…“정책 지원과 지식재산권 보호 나서겠다” = 갈수록 성장하는 웹소설 시장 규모를 주시하던 윤석열 정부도 관련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 시대에는 콘텐츠 산업이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웹소설을 비롯한 K-콘텐츠 산업 발전이 국가 역량을 강화시키고 수출 동력을 키우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보고에서도 웹소설 분야에 대한 지원 방침이 포함돼 있었다. ‘K-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 국민행복’이라는 비전 아래 문체부는 웹툰·웹소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00억 원을 투자해 융합센터를 설립하고 10억 원을 추가해 작가 육성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K-콘텐츠 산업이 수출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며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지식재산권으로 성장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지식재산권 보유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1500억 원 규모의 ‘콘텐츠 지식재산권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 높아진 인기에 저작권 침해 사례 ↑, 부족한 대처에 웹소설 업계 속은 ‘활활’ = 다만 웹소설 분야는 국내외 불법 이용으로 인한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열린 출판협회 신년 간담회에서는 웹소설 불법 다운로드가 포털사이트 ‘네이버’ 트래픽의 10%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처럼 불법 공유 속도가 빨라지고 저작권 침해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온라인 불법 복제물 공유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웹소설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기존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저작권 침해 대응 종합안내서’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 집중 모니터링 △중점적으로 보호해야 할 저작물 대상에 ‘웹소설’ 추가 △웹소설 유통·배급 플랫폼에 저작권 보호 기술 우선 지원 등 저작권 보호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 열린 저작권 보호 정책과 웹소설 분야 지원정책 설명회에서는 해당 문제를 포함해 웹소설 현장 관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관계자들은 문체부가 제시한 방법으로는 꾸준히 지적됐던 지식재산권과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김휘빈 한국웹소설작가연합 대표는 “불법 공유가 늘어나면서 웹소설 작가들의 저작권과 지식재산권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공유 행위를 적발한다고 해도 관련 법 제도가 빈약해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늘려 웹소설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30일 향후 웹소설 분야 지원 정책 설명과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최한 ‘웹소설 지원 및 저작권 보호 정책 설명회’의 모습. (사진=김한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30일 향후 웹소설 분야 지원 정책 설명과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최한 ‘웹소설 지원 및 저작권 보호 정책 설명회’의 모습. (사진=김한울 기자)

■ 전문가들 “저작권 관련 제도 정비 필요”, “작가 양성에만 집중하면 안돼” = 이처럼 김 대표는 저작권 보호와 더불어 관련 제도를 우선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웹소설 분야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나름의 복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웹소설 문화가 뿌리내리면 대학을 포함해 웹소설 분야 인재들이 더욱 많이 양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웹소설 작가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관련 직업군 양성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선민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와 관련 플랫폼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대학들이 웹소설 인재 양성에 관심을 가진 지금이야말로 관련 산업에 대한 인력 양성 및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체부를 비롯한 현 정부가 웹소설 작가 육성에만 치중하는 것을 지적하고 △전문 PD △지식재산권 전문가 △일러스트레이터 △번역가 등 밀접 분야 전문가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웹소설의 세계적인 인기에 걸맞은 웹소설 전문 번역가를 대학에서 키워내 미래 웹소설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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