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휴먼, AI도슨트 도입하는 대학가, 이제 국내 최초 AI신입생 ‘하루’ 탄생
하루 MBTI는 ‘ISFP’, 학생들이 직접 기획·제작해 만들어진 하루의 세계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AI휴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학은 늘어날 조짐

지난달 28일 서울예대 입학식에 등장한 버추얼 휴먼 ‘하루’. (사진=정은아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예대 입학식에 등장한 버추얼 휴먼 ‘하루’. (사진=정은아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지난달 28일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서울예술대학교 입학식에 조금은 특별한 신입생이 등장했다. 입학식이 열린 광장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이 신입생은 자신의 이름을 ‘하루’라고 소개했다.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버추얼 휴먼이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하루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감탄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은 교내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메타버시티와 메타휴먼 등 가상공간과 가상인물을 활용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대면으로 대학 행사가 열리기 시작한 대학가에 AI휴먼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서울예대 입학식에서 학생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하루는 버추얼 휴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모습과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루는 서울예대 50명의 학생들의 얼굴을 바탕으로 AI 딥러닝 기술로 만들어진 버추얼 휴먼이다.  하루는 앞으로 ‘핸드프린팅 행사’와 ‘불꽃축제’ 등 다양한 서울예대 교내 행사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인사의 말을 전했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AI휴먼이 앞으로 학교 생활을 함께한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설렌다는 반응이었다.

이화여대 AI휴먼 도슨트. (사진=이화여대 제공)
이화여대 AI휴먼 도슨트. (사진=이화여대 제공)

■ 코로나19 시대의 대학, 이화여대 ‘AI도슨트’와 순천향대 ‘스칼라’ 등 가상인물 탄생 = 대학가에 가상인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이화여대는 이미 지난 2021년에 이화여대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AI휴먼 도슨트’를 도입했다. 이정선 이화여대박물관 연구원은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화가 소장한 명품들을 온라인 상설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획을 했다. 그 과정에서 AI휴먼 도슨트가 탄생했다”며 “AI휴먼 도슨트는 당시 이화여대박물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던 방송인 박은영(전 아나운서) 씨를 모델로 삼아 제작됐다. 자연어처리(NLP), 음성합성(TTS), 등 최첨단 딥러닝 기술을 결합해 박은영 홍보대사의 목소리, 동작, 표정 등을 학습시켰다”고 전했다.

순천향대 메타 휴먼 ‘스칼라(SCHolar)’. (사진=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 메타 휴먼 ‘스칼라(SCHolar)’. (사진=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으로 입학식을 진행하기 어려워지자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메타 휴먼 ‘스칼라(SCHolar)’를 선보였다. AI휴먼처럼 사람과 똑같이 생긴 형태는 아니지만, 학교 축제나 조별 과제 등에 참여를 한다는 등 좀 더 구체화된 세계관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서울예대 버추얼 휴먼 ‘하루’. (사진=서울예대 제공)
서울예대 버추얼 휴먼 ‘하루’. (사진=서울예대 제공)

■ 하루살이 아닌 서울예대 버추얼 휴먼 ‘하루’, 대학가 버추얼 휴먼의 미래 = 펜데믹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대학은 다시 대면 행사를 열기 시작했지만 AI휴먼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서울예대 입학식에 등장한 하루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오준현 서울예대 디지털아트 전공 교수(산학협력단장)는 “앞으로 하루를 실시간으로, 실사화해서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미 (서울예대는) 사람과 같은 크기의 홀로그램을 만들어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접목시켜 하루의 실감을 높일 것”이라며 “지금은 얼굴 합성만 이뤄냈지만, 앞으로는 몸 전체를 합성해 배우가 따로 하루의 몸체를 연기할 필요없이 다양한 학교 행사에 참여한 모습을 즉각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예대 뿐만 아니라 AI휴먼을 제작·운영하는 대학은 더욱 많아질 조짐이다. 이정선 이화여대박물관 연구원은 “옛것만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AI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이 MZ세대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안내 멘트를 단순히 녹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휴먼 기술은 편리한 점이 많다. 이런 이유로 대면 전시가 가능한 현재에도 AI도슨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AI휴먼 ‘예지(禮知)’. (사진=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 AI휴먼 ‘예지(禮知)’. (사진=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는 이번에 처음으로 졸업식와 입학식에서 AI휴먼 ‘예지(禮知)’를 선보였다. 문상규 성균관대 정보통신처 팀장은 “예지는 학사상담 서비스를 위해 제작됐다. 스크립트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학사일정 등을 구두로 안내해준다. 최형기 정보통신처 처장을 중심으로 외부 협력업체와 함께 만들었다”며 “앞으로 예지의 활용 범위를 점차 확장할 예정이다. 문자가 아니라 음성으로 학사정보를 안내하는 방법이 MZ세대한테 더욱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챗GPT의 기술을 AI휴먼에 접목해 지금보다 고도화된 상담원 입시나 학사상담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중이기도 하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인터뷰] 버추얼 휴먼 ‘하루’ 제작한 서울예대 학생들, “저희는 졸업하지만 하루는 입학해요” = 서울예대의 입학식에 등장한 버추얼 휴먼, ‘하루’. 그리고 하루를 유난히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서울예대 출신 학생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척’의 팀원들이었다. 하루는 지난해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부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을 밟고 있던 구준수, 박정수, 주원빈 총 3명의 방송영상전공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디디다 프로젝트’에서 버추얼 휴먼 하루를 기획했고, 2022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인 ‘아프로(A-PRO) 페스티벌’의 음반 제작 사업에 참가해 하루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하루를 서울예대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앞으로 다양한 교내 행사에 선보일 예정이다. 3명의 학생들은 지난 2월 학교를 졸업하며 ‘스튜디오 척’을 설립했고 현재 김주호 씨, 남궁솔 씨를 포함한 총 5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튜디오 척’ 팀원들이 하루 입학식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주호 씨,  구준수 씨, 박정수 씨, 주원빈 씨, 남궁솔 씨. (사진=정은아 기자)
‘스튜디오 척’ 팀원들이 하루 입학식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주호 씨, 구준수 씨, 박정수 씨, 주원빈 씨, 남궁솔 씨. (사진=정은아 기자)

주원빈 씨는 “디디다 프로젝트에서 다른 분야와 융합한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기획하게 됐다”며 “3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서울예대 학생들이 하루의 제작에 참여해왔다. 하루의 얼굴을 합성하는 일에서부터 뮤직비디오 제작하는 일까지 모델, 작사, 작곡 등의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그 결과 문창, 실용음악, 연극 등을 전공하는 서울예대 학생들과 함께하게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루 제작팀은 전공에서부터 생일, MBTI 등 꼼꼼하게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해야 했다. 주원빈 씨는 “하루의 전공은 방송영상전공으로 정했는데, 전공을 정하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가수로 데뷔했기 때문에 실용음악 관련 전공으로 할까 고민하기도 했고, 아니면 아예 독특하게 글을 쓰는 전공이지만 음악에도 재능이 있는 콘셉트로 만들자는 지도교수님의 아이디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의 세계관 설정하는 과정에서 작은 부분까지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뮤직비디오 제작에서부터 학생들을 지도한 오준현 교수는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을 나눈 후 방송영상전공으로 정해졌다. 하루의 학교 생활을 현실감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본인들(하루 제작팀)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정수 씨는 하루의 MBTI는 ISFP라고 밝히며 “서울예대 재학생들 중에 S와 F가 많은 편이다”며 “I로 설정한 이유는 요즘 소위 말하는 ‘내향적 관종’을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팀원들의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의 성격은 하루의 MV에서 활약했던 배우의 성격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구준수 씨는 하루라는 이름에 대해 “하루라는 이름은 ‘모두가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날인,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눈을 뜬 하루’라는 설정에서 나왔다”며 “사실 하루라는 이름은 어디에든 갖다 붙이기 좋다. 예를 들어 유튜브 제목을 짓는다면 ‘하루살이’라고 제목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현재 ‘스튜디오 척’은 사업자 등록증을 낸 상태며 서울예대와 산학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학생들은 “하루의 탄생이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도록 교내 홍보대사로 내세우는 등 꾸준히 관련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며 “버추얼 휴먼의 인기가 유지되려면 결국 기술력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등장한 버추얼 휴먼들이 처음에 반짝 등장하고 끝이 미미한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준현 서울예대 교수는 “하루는 학교 측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기획한 성과물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할 만하다”며 “학교 측에서 지원해주면 앞으로 다양한 일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그 결과 하루를 23학번 신입생으로 입학시킬 수 있었다”며 하루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