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고등교육 정책자문 자료집’ 보고서 발표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해 2조 1582억 손실 추정
개설 강좌·연구비·실습비·자료구입비 등 감소

박상규 중앙대 총장이 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이주호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Ⅱ유형 규정 개선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박상규 중앙대 총장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이주호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Ⅱ유형 규정 개선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장기간 지속된 대학등록금 동결로 인해 전국 4년제 사립대 등록금 손실 규모가 지난 10년간 최대 2조 원을 넘어 이제는 대학등록금 동결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현안자료 3종을 발간했다. 이중 ‘고등교육 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료를 조사해 대학의 결손 규모를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등록금 총액 결손 규모는 2조 1582억 원에 달한다.

반값등록금은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대학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를 공약한 데서 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방선거라는 한계 때문에 이는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2008년 반값등록금 도입 촉구운동을 전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1년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정책 도입을 결정하면서 2012년부터 시행됐다.

2012년부터 시행된 반값등록금 정책은 정식 명칭은 ‘소득연계형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으로 소득 수준별에 따라 장학금 지원을 달리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대학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만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그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는 재정 자율성을 가로막는 벽이 돼 쟁점의 중심에 서 있다.

이로 인해 대학은 매년 오르는 물가에 비해 등록금 재원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재정 손실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대학의 불만은 법적으로 ‘법적 상한’만큼 매년 등록금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Ⅱ유형 연계로 인해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법적 상한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에 1.5배를 곱해 산정되는데, 이에 따르면 올해 법정 상한은 4.05%다.

송 교수에 따르면 사립대들이 매년 법정 상한만큼이라도 등록금을 올렸다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등록금 총액은 10조 9052억 원이라고 산출했다. 그러나 실제 4년제 대학들의 등록금 총액은 8조 7470억 원으로, 추정치와 2조 원 이상의 간극이 발생했다. 즉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의 결손이 2조 원이 넘는 것이다.

(출처=대교협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반값등록금정책의 성과와 과제’)
(출처=대교협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반값등록금정책의 성과와 과제’)

송 교수는 4년제 사립대가 매년 법정 인상률의 70%만 등록금을 인상했다면 1조 5786억 원, 전년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했다면 1조 3613억 원의 결손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손실이 교육의 질적 하락을 촉진했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 등록금과 교비장학금 수준을 2012년 수준으로 고착화 시킴으로써 대학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고 나아가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촉진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립대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비는 2012년 5336억 원에서 2021년 4212억 원으로 줄었으며, 실험실습비는 2075억 원에서 1501억 원으로, 도서구입비는 1480억 원에서 1117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출처=대교협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반값등록금정책의 성과와 과제’)
(출처=대교협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반값등록금정책의 성과와 과제’)

송 교수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등록금 동결정책에서 벗어나 등록금 책정권을 대학에 돌려줄 시기를 놓침으로써 대학재정의 위기를 확대시키고 고착화시킨 것은 정책의 적절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값등록금정책을 견인해온 한 축인 대학등록금 동결을 풀어야 한다”며 “이제는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교수는 반값등록금정책의 향후 과제로 △국가장학금Ⅱ유형 폐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학제별・설립별 국가장학금 지원 격차 해소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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