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회원수 3000여 명 유통학계 대표 한국유통학회 28대 회장에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취임
“기업 간 협동이 유통의 핵심…경쟁 심화되는 유통업계, 협력 통해 시너지 창출해야 서로 윈윈 가능”
“국내 유통산업 또는 기업 내 유통 관련 기존의 틀 벗어난 새로운 사고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유통혁신’”

정환 한국유통학회 신임 회장. (사진= 본인 제공)
정환 한국유통학회 신임 회장. (사진= 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따로 또 같이.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독립적인 기업 간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유통의 특성을 함축한 문구다. 

소비자 직접 판매(D2C·Direct to Consumer), 자체브랜드(PB), 옴니채널. 최근 유통업계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협력과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다. IT의 발달로 산업 간, 시장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D2C와 같이 제조업체가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몰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듯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간명하다. 경쟁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협력이 전제돼야만 시너지 창출을 통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 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유통학회 28대 회장으로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정환 신임 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을 만나 유통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한국유통학회는 1994년 창립했으며 총 회원수가 3000여 명에 이른다. 연간 4회 발간하는 ‘유통연구’를 통해 유통 관련 산업 및 정책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연 4회의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 취임 소감과 1년 동안 학회를 어떻게 이끌지 각오 부탁드린다.
“국내 유통 분야 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유통학회의 회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열심을 다해보려 한다. 우선 제 힘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취임사에도 언급했듯이 학회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학회인 만큼 많은 분들이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기획해볼 생각이다. 물론 학회의 본질에도 충실하겠다. 학술대회, 유통포럼 등 기존 사업들을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유통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물리적 개념으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 흘러가는 일련의 과정을 유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특성은 그 흐름에서 각각 다른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인 생산자와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물론 D2C와 같이 생산자가 직접 유통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다. 따라서 독립적인 기업 간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분야가 유통이다.”

- 대학가 못지않게 유통업계도 많은 규제가 옭아매고 있는데, 철폐되거나 완화돼야 할 대표적인 규제 사항이 있다면.
“유통산업 내 논쟁의 중심에 있는 규제법안이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중소유통업자 보호를 목적으로 대규모 점포에 대해 영업과 출점 규제를 시행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물론 대규모점포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입에 정부가 개입해 중소유통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규제가 중소유통업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이 제한적인 반면, 전체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업체 규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적으로 규제의 순효과와 역효과가 모두 존재한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점은 적절한 균형이다. 중소유통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규제를 당해야 한다면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소유통업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병행해 규제 없이도 중소유통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유통업체는 리더로서 전체 파이의 크기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중소유통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참여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취임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키워드로 ‘협력’과 ‘융합’, ‘시너지’를 제시한 이유는.
“IT의 발달로 산업 간, 시장 간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D2C와 같이 제조업체가 유통을 수행하기도 하고 유통업체는 PB와 같이 자기 브랜드를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듯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나, 여전히 둘은 상호의존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더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의 확대 또한 지리적으로 구분되는 시장 또는 상권의 개념을 점점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대·중소, 온라인·오프라인 기업 간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측면에서 파이의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파이의 분배와 함께 전체 파이 크기의 확대를 동시에 고민해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이 전제돼야 하며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효과적인 파이 크기 확대를 가능케 한다. 결국 IT 발달과 온라인 성장 등 현재의 추세를 고려했을 때 협력과 융합, 시너지에서 더 많은 성공과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 조건으로 혁신과 변화를 제시했다. ‘유통혁신’의 개념과 유통혁신을 위한 제1 조건은.
“‘혁신’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찾아보면 기존 관습과 방법 등을 완전히 바꾸고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결국 ‘유통혁신’이란 △비즈니스 모델 △운영관리 △경쟁전략 등 국내 유통산업 또는 기업 내 유통과 관련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사고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빅데이터 같은 미래 지향적 개념이 포함돼야 유통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스토어나 이케아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기존의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의 공간으로 접근할 때 (아날로그식) 유통혁신이 가능하다.  
유통혁신의 제1 조건은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문제는 △유통기업 △유통정책 △소비자(고객) △유통기술의 문제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것 없이 단순히 새로운 시도로 바꾸려 한다면 유통혁신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올해 학교와 학회에서 맡은 일들을 잘 감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회장으로서는 학술대회와 포럼과 같은 행사들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치러내고, 가능한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인 목표로 꾸준히 공부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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