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피크타임>은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싱어게인>의 성공에 힘입은 제작진이 연차, 팬덤, 소속사, 팀명 등을 모두 가리고 말 그대로 음악과 퍼포먼스만 가지고 무대 위에서 승부를 가르겠다는 기획 의도가 재미있다. <피크타임>은 고만고만한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소위 ‘착한 오디션’의 성격을 지향한다는 차별점을 내세웠다. 지적이나 독설 중심의 심사가 아니라 공감을 기반으로 격려와 응원을 중심에 두고 있고, 말 그대로 무대가 그리웠던 보이그룹에서 오직 실력만 승부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정에 목말라 있는 젊은 세대가 호응하고 있다. 

<피크타임>은 그룹 단위 오디션임에도 그룹명을 쓰지 않고 익명성을 지향하는 듯하지만 그룹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이름은 공개해 개인별 팬덤을 자극하는 영리한 전략을 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각 라운드별도 다른 경연 방식을 진행하고 그것의 승패와 글로벌 투표인단의 투표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경연 과정의 팽팽한 긴장을 즐기게 한다. 더구나 <피크타임>은 제작사인 JTBC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일본 티비아사히, 아베마, 라쿠텐 비키 등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공개하고 투표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팬덤을 촉진한다. 완성형 아이돌이 아니라 팬의 선택과 지원에 의해 성장하는 육성형 팬덤을 지향한다는 점도 향유자의 참여-체험-공유의 즐거움에 무게를 싣고 있는 최근 콘텐츠의 경향과도 일치한다.

서버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 향유 요소는 최종 우승자가 누구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참가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퍼포먼스에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해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느냐다. 최종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3억 원의 우승 상금, 앨범 발매, 공연 등의 보상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장 오랫동안 실력을 인정받은 참가자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참가자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은 물론 호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차별화된 자기만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감의 접속 면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동안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은 우승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캐릭터와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가졌던 참가자들이 아니던가? 이것은 비단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에게도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심사위원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권위를 지녀야 하며 동시에 일반 시청자를 대신해 반응해야 하지만 심사위원 자신보다는 참가자를 좀 더 부각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 페르소나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서 구현돼야만 한다. 

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가 편리한 시간에 가장 용이한 방식으로 시청하는 것이 대세인 요즘,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다. 각종 플랫폼으로 통한 누적 조회수, 온라인 뉴스, 블로그, 커뮤니티, SNS, 유튜브 등에서 언급돼 얼마나 화제를 유발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수가 더 중요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화제성을 유발하기 위한 포맷 구성이나 편집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한 포맷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승패만 남고 즐겨야할 춤과 노래는 괄호 속에 묶인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오디션이 채널을 장악함으로써 다양성이 훼손되는 일방적인 편식이 진행된다는 점도 걱정되긴 매한가지다. 무엇보다 여유롭게 즐겨야할 콘텐츠 영역에서도 경쟁과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아쉽다. 어떻게 살 것이냐가 아니라 오로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문제인 시대는 여전히 불행한 시대인 까닭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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