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고 휴학생 중 인문계 학생, 자연계 학생보다 크게 증가
전문가들, 취업난 탓…현 정부 이과 중심 인재육성 정책 지원 지적도
대학 관계자·교육 전문가들 “문과 관련 전반적인 정책 재검토 필요”

휴학을 계획한 학생들 중 40.9%가 코로나19로 인한 강의질 하락을  휴학 이유로 꼽았다.(사진 = 아이클릭 아트)
서연고 휴학생 중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 학생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인문계 휴학생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인한 현상임을 지적하면서도 모든 정책적 포인트가 이과 중심으로 쏠린 현 정부의 이과 중심 인재육성 정책이 지원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인문계 지원 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 아이클릭 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서연고 휴학생 중 인문계 학생이 자연계 학생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인문계 휴학생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인한 현상임을 지적하면서도 통합수능에서의 이과 문과 교차지원, 정부의 이공계 집중 육성정책, 의대 정원 확대 등 모든 정책적 포인트가 이과 중심으로 쏠린 현 정부의 이과 중심 인재육성 정책이 지원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인문계 지원 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서울권 주요대 16개 대학 인문계 휴학생 55.0%…자연계 휴학생보다 10.1%↑ = 최근 종로학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서울권 주요대 휴학 추세 분석’에 따르면, 서연고 휴학생 중 인문계 휴학생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서연고 전체 휴학생 3만 3181명 가운데 1만 8065명인 54.4%가 인문계생들이었다.

인문, 자연계 휴학생 비율 격차는 5년 전인 2018학년도에도 인문계가 3.9%가 더 많았고, 2019학년도 4.5%, 2020학년도 5.7%, 2021학년도 5.8%, 2022학년도 8.9%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2학년도 통합수능에 따른 이과생 문과 교차지원으로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자연계 휴학생은 2018학년도 48.1%, 2019학년도 47.8%, 2020학년도 47.1%, 2021학년도 47.1%, 2022학년도 45.6%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권 주요대로 확대, 분석한 수치에서도 인문계 휴학생이 자연계 휴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2학년도 서울권 주요대 16개 대학 가운데 인문계 휴학생 8만 5830명으로 55.0%, 자연계 휴학생은 7만 104명으로 45.0%였다. 10.1%가 인문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주요대 인문계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난으로 우선 휴학을 하고 졸업 유예를 하면서 취업에 관련된 준비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기졸업보다는 졸업 유예를 택하는 수치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9년간 사라진 인문계열 학과 155개…증가세인 자연계열 학과와 대조적 = 대학에서 인문계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서울 소재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에서도 인문·자연계 양극화 현상으로 인문계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 인문사회 계열 학과 17개가 사라지고 공학 계열 학과 23개가 신설됐다.

교육부 역시 지난해 최근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학과 155개가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에 962개였던 인문계 학과는 2021년 807개로 16%가량 줄었다는 것. 특히 주목할 점은 학생 수가 줄면서 학과도 줄었지만 사회계열이나 자연계열은 8% 정도만 줄었고, 공학계열은 2012년 1333개에서 2021년 1446개로 113개(8.5%) 늘었다는 점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인문계열이 취업률도 낮고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중소 대학일수록 재정 압박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문계열 학과를 포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관심있는 분야의 학과를 신설하는 것은 대학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에 취업률이 들어가다보니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신설하고, 취업이 잘 되지 않는 학과는 자연스럽게 폐과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순수학문, 인문학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정량적 대학평가제도, 인문사회분야 지원 우선 축소하는 고등교육투자 등 개선돼야 = 이처럼 대학가에서는 인문계 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공계 인재 육성에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분야 고급인력 수급을 위해 지난해 정부는 대학 반도체 관련학과 신증설을 통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풀어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관련 학과 신설이 이어졌으며,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 유망직종 관련 학과도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는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의대 정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내년 간호학과 입학 정원을 7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이공계생의 의대 이탈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간호학과 입학 정원 확대까지 겹쳐 인문·자연계열 할 것 없이 우수인재의 의학계열로의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문계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기술과학중심주의는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만 ‘인문학의 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문학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교육부의 정량적 대학평가제도, 인문사회분야 지원을 우선 축소하는 고등교육투자 등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늘 지적돼 왔다.

교육부의 최근 10년간 사회과학연구지원(R&D) 사업을 보면 2016년 과제 수 74개, 270억 원에서 2020년 과제수는 45개, 예산은 18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10년 전이었던 2010년 예산은 150억 원 규모였다.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은 본지 직설을 통해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같은 인류공동체 생존 위기 극복에 인문 정신에 기초한 공동체 가치의 개발과 확산이 필요하다”며 “창의력의 원천인 인문학은 선진국 한국에서 더욱 중시되고 육성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득구 의원 역시 “한국문화에 대한 파급력이 커지는 이면에는 우리의 인문학이 기반이 된 부분이 있다”며 “대학에서의 인문학 중시 풍토와 인재 육성 등 국내 대학 인문학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폐과나 통폐합이 아닌 인문학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바꾸고 예산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모든 정책적 포인트가 이과 중심으로 쏠린 상황에서 주요대 문과생들의 고민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과 중심의 대책에서 문과에 관련된 전반적인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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