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산업계 자동화 발전 속도에 영향력 커져…평생직업교육 측면 고려 필요
산업·교육계 “산업 자동화 발전하더라도 직업 속성이 변할 뿐, 일자리 총량에 영향 없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얼마나 급격히 전환될지 예측 어렵다…일반적인 준비 태세라도 취해야”
박동열 선임연구위원 “늦어도 4년 뒤 노동시장에 충격 올 것…정부의 제도적 대비책 시급”

국내 산업계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공정 자동화 등 인공지능 기술 도입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Unsplash, Lenny Kuhne)
국내 산업계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공정 자동화 등 인공지능 기술 도입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Unsplash)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챗GPT 등 학습형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산업계에서는 생산·정비 등 공정 작업의 자동화 분야를 위한 인공지능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일의 특성이 바뀔 뿐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예측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산업혁명, 인터넷·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은 큰 흐름이며, 휩쓸리기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결과를 예측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체들이 산업현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람이 없는 ‘무인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초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2021년 1조 원에 인수해 로봇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030년까지 울산 조선소를 가상·증강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및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조선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공정 자동화에 커지는 고용 불안…학계 “일자리 감소에 영향 적어, 바뀌는 직업 속성에 맞게 교육과정 바뀌어야” =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동향지 《KIRIVET Issue Brief》 251호에서 인공지능기술의 충격이 미래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제조, 조립, 수리 등 현장 기술직이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컸다. 또 기술적 대체와 사회경제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인공지능 대체 저위험군’에 속하는 직업은 전체 872개 직업 중 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등으로 지역 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자동화에 대한 기업 수요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직업 대체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직군에서 꾸준히 자동화 연구가 진행돼왔고 전기차의 등장으로 산업 대전환을 겪는 중이다. 자동차 정비 등 관리작업, 검수 기술도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영국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내연자동차 공정에 비해 전기자동차 공정에 필요한 인력이 62% 적게 필요하다. 자동차 정비 과정 기술에 자동화 기능이 적용되고 나서는 일일이 차량 부품을 확인해볼 필요 없이 버튼 한 번으로 3D 스캔이 완료돼 단번에 고장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반도체·조선 산업에서도 기존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동화 설비를 운용하는 인력까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면서 2030년에는 무인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조선 산업 역시 현재 부족한 인력을 메꿀 협동 로봇을 조선소에서 활용하는 등 세부 작업에서 자동화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동화 기술이 보급된다고 해도 일자리의 수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직업 소멸이 아닌 직업 변화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직업교육 프로그램은 발전한 산업계에서 일할 노동자를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일자리가 완전히 대체될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특히 한 자동차 분야 전문가는 산업 환경에 맞게 교육 체계를 수정한다면 학생들이 무리 없이 미래산업 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자동차 교육도 산업 변화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자동차 정비 기술을 보면, 과거에는 고장 난 엔진의 부품을 찾아 하나하나 뜯어서 고쳐야 했다면 요즘은 엔진 전체를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고장 차량을 진단할 때도 설비를 활용하면 순식간에 찾을 수도 있다. 기존에 교육하던 자세한 부품 지식의 중요도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바뀐 산업계 현장에 따라 정비방식, 차종에 따라 다른 진단 장비 운용법을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무인공장 등 자동화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더 많은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분석이 나온다. 여민우 경남정보대 반도체과 학과장은 “반도체 산업에서 공장 전면 자동화가 된다면 오히려 산업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미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소수의 자동화 장비 인력만을 운용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력도 사용하지 않는 자동화 공장을 더 늘린다면 그 공장에 배치될 자동화 공정 로봇의 생산직이 늘어나게 된다. 교육 측면에서 인력 양성의 비중을 조정한다면 산업 변화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영남이공대 스마트팩토리과 교수는 이런 자동화의 흐름이 꼭 인력 대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동화란 인간의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생산력이 2배가 됐다고 해서 기업들이 인력을 반 토막 내는 것이 아닌 공장의 매출을 2배로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뿌리산업 인력이나 생산직군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이런 자동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대응과 평생직업교육 측면에서 심리·제도적 완충재 마련 필요” = 직업 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 대체로 노동시장에 찾아올 충격은 예정된 수순이고, 감당하기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예측하기 어려운 극단적 직업체계 변화의 충격이 찾아올 경우를 고려해 언제든 직업 전환을 유연하게 시도할 수 있도록, 재직 중인 노동자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심리·제도적 완충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동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근무하는 산업체 재직자들이 기술 대체를 마주할 경우 직무를 바꾸거나 심할 경우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평생직업교육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면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에게는 단기간의 직무 향상보다는 다른 새로운 직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1년 정도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박동열 선임연구위원은 “늦어도 4년 뒤에는 큰 변화가 찾아오면서 여기에 적응하는데 굉장히 힘든 상황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고 대응할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복지 지원이나 의식 마련 등 사회적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이미 늦었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조속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익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업이 한꺼번에 대체돼 인공지능이 그 일을 유지하는 형태의 산업현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일의 속성이 변하거나 새로운 일과 직업이 창출되는 현상을 예상하고 포괄적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변화에 의해 미래 직업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도로 발전한 기술을 우리 사회가 어떤 원칙과 방향성을 갖고 대처하고 이를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