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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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진로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있다. 학생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걱정한다. 그러나 진로 결정 시기가 대학입시나 기업의 입사에 당락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진로 결정을 늦게 했다고 해서 대학이나 기업에서 불합격시키지 않는다. 선발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불합격하는 것이다. 즉, ‘어떤 성과를 통해 합격하기에 충분한 실력이 있다’라고 대학이나 기업이 인정하면 합격이다. 달리 말하면 성과가 있어야 합격의 자격을 증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25장 14~30절(혹은 누가복음 19장 11~27절)에 나오는 달란트에 비유해보자. 어떤 주인(귀인)이 타국으로 장기간 여행을 하게 됐다. 주인은 종 3명을 불러서 각자의 재능대로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기고 떠났다. 5달란트를 받은 종은 달란트를 받자마자 바로 나가서 장사해 5달란트의 이익을 남겼다. 투자 대비 100%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2달란트를 받은 종도 역시 바로 장사를 시작해 원금과 같은 2달란트의 수익을 내었다. 하지만 1달란트를 받은 종은 자기가 받은 달란트를 땅속에 감추고 원금만을 보전했다.

주인이 돌아오자 바로 3명의 종을 불러, 자기가 맡긴 돈에 대해 정산을 했다. 맨 먼저 5달란트를 받은 종은 자신이 받은 5달란트로 장사해 5달란트의 이익을 남겼고, 2달란트 받은 종도 장사해 2달란트의 이익을 남겼다고 보고했다. 주인은 두 명의 종이 보고한 내용에 대해 즐거워했다. 적은 일에 충실했다는 칭찬과 함께, 앞으로 많은 일을 맡길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인이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라는 초대도 받았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달란트를 받은 종은, 자신이 수익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명했다. 주인이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주인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자신의 무능함을 주인에게서 찾은 것이다. 이는 본인의 게으름과 무능의 원인을 부조리하게 보이는 사회현상에서 찾는 사람과 비슷하다.

1달란트를 받은 종의 보고에 주인은 화를 내며 1달란트를 맡기었기에 생긴 손해를 말했다. 주인은 자신의 무능을 주인 때문이라고 핑계 대는 종의 달란트를 빼앗아 10달란트를 가진 종에게 주었다. 무능한 종을 어둠 속으로 쫓아냈고, 있는 자는 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 빼앗길 것이라 했다. 결국 게으르고 무능한 자는 기존에 자신이 누리던 자리까지도 빼앗기고 설 자리는 없게 되는 사회적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비유에서 주인은 철저히 성과를 바탕으로 행동한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3명의 종에게 서로 다른 달란트를 줬다. 또 성과를 기준으로 해 성과를 내지 못한 종의 1달란트를 빼앗아 가장 성과가 좋은 종에게 줬다. 주인은 성과를 잘 내는 종을 더 신뢰했다. 그런 주인의 믿음 때문에, 큰 성과를 낸 종은 더 큰 성과를 낼 기회를 또 잡았다.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한 종은 자신이 가졌던 최소한의 기회도 박탈당하며, 기본적으로 누려온 최소한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이는 현실에서도 비슷하다.

자신이 무엇을 할지 모른다고 고민하는 학생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지금 하는 일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야 한다. 자녀가 진로를 결정하기를 바라는 부모도, 자녀가 지금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성과는 숫자와 기록으로 나타난다.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학입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것이다. 대학생이라면 원하는 기업에서의 일자리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낸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신뢰를 받으면서 또 다른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달란트를 받은 종처럼 주인을 탓하면서 게으름 피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 주인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이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주인의 선택은 당신의 생각이나 소망과는 상관없다. 당신은 주인의 행동을 비판할 시간에 자신의 성과를 어떻게 높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어떤 성과를 어떻게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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