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사이버대 무한경쟁시대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이버대의 등록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평생교육법에서 고등교육법으로 이관되면서 향후 전망도 밝다. 이런 호재 속에 너도나도 ‘사이버대전(戰)’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른바 ‘사이버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것. 혼란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그 무기는 바로 ‘콘텐츠’다. 본지는 한양사이버대와 공동으로 사이버대에서의 콘텐츠의 의미와 KERIS 우수강의 개발 사례,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개발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 기회 열렸지만 경쟁 피할 수 없어

사이버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내년 개교를 목표로 신규 사이버대 신청을 받은 결과, 6곳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18개 사이버대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사이버 춘추전국시대를 부른 것은 사이버대의 가파른 성장이다. 사이버대는 지난 2001년 9개 대학 재학생 6400여 명에서 출발, 지금은 18개대(4년제대 16·전문대학 2) 재학생 7만 6000여 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8년 만에 대학 수는 2배가, 학생 수는 12배가 늘어난 셈이다. 등록률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2002년 등록률은 59.4%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2005년 62.1%로 크게 올랐고, 2006년 77.4%를 넘어 2007년에는 80.0%를 기록했다.

고등교육법으로 이관되면서 날개까지 달았다. 18개 사이버대 중 12개대는 내년부터 4년제 대학과 같은 효력의 학위를 수여할 수 있게 됐다. 고등교육법 이관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사이버대가 4년제 대학과 동등한 위상을 지니게 됐다는 점, 다른 하나는 평생교육 시장에 접근하기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이영세 대구사이버대 총장은 올해 열린 KERIS 세미나에서 이를 두고 “사이버대는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양면성은 ‘기회’를 의미한다.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평생교육법 아래 있을 때 상당수 거부감을 가졌던 성인 학습자들이 이를 계기로 사이버대를 돌아보게 됐다.

반면 사이버대 간 내부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 81.8%를 기록한 등록률은 올해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이는 사이버대의 성장이 잠정적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생교육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포화상태와 맞물려 혈투가 불가피하게 됐다. 기회는 열려 있지만 외부(오프라인 대학)·내부(사이버대학)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된 형국이다.


■ 희비 엇갈리는 사이버대

사이버대의 대학원 설립은 사이버 춘추전국시대를 더욱 복잡한 판으로 몰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시장에서 대학원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경우 효과 역시 상당하다. 지난달 교과부가 밝힌 대학원 설립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지만, 절반 이상 사이버대가 참여의사를 이미 밝혔다.

대학원 설립 이후에는 사이버대 간 희비가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이버대는 도태하고, 살아남는 사이버대는 기회를 잡아 자리를 확고히 굳힐 수 있다. 이른바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무기는 무엇일까. 사이버대 관계자들은 주저없이 ‘콘텐츠’를 꼽는다. 시·공간을 초월해 강의가 진행되는 사이버대의 특징상 번듯한 건물과 훌륭한 기자재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강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간판보다는 내용물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는 곧 콘텐츠를 의미한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온라인교육지원처장은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이 사이버대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게 바로 콘텐츠다. 지원율이나 재학생 수, 대학의 규모 등 이른바 경영적인 면은 이후 문제”라면서 “학생들의 콘텐츠 평가 이후 향후 사이버대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사이버대의 미래는 콘텐츠에 따라 좌우된다. 사이버대는 이에 따라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초창기 오디오 파일을 내려 받아 공부했던 열악한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동영상 강좌는 물론, 실시간으로 교수와 질문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갖춘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강의의 질도 대폭 개선됐다. 국내 유명 교수들이 속속 사이버대에 입성하고 있다. 해외 유명 교수의 강의도 늘어나고 있다.


■ 콘텐츠 강한 대학, 어떻게 개발하나?

지난 2007년 최우수 사이버대에 선정된 경희·한양·서울사이버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콘텐츠가 강한 대학’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이버대가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경희사이버대는 모든 교과목을 자체 제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노하우 축적 및 질 관리를 위해 자체 제작인력과 시설을 확보했다. 모든 교육 콘텐츠 개발 업무는 온라인교육지원처에서 담당한다. 교수설계·영상제작·개발지원·콘텐츠관리·시스템운영·디자인팀에 모두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대학 직원 절반가량이 콘텐츠 개발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연간 600여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05년에 새로이 개발한 강의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으로 학습자료와 진도율, SMS 및 이메일 발송 등 수업 관리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한양사이버대는 사이버대 최초로 ‘강의개발관리시스템(Learning Contents Development & Management)’을 도입했다. 다른 어느 대학보다 엄격한 관리체계를 도입해 질 높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 관리·운영의 실무 담당자는 모두 교육공학 전문가로 구성했다.LG CNS와 시스템·콘텐츠 계약을 체결, 전문인력을 활용한 외주개발을 하고 있다.

내부 개발인력은 기획단계부터 평가·관리 개발 전반에 참여한다. 콘텐츠개발팀과 정보지원실에 각 8명이, 운영과 수업을 맡은 수업운영팀에는 직원 3명과 조교 20여 명이 참여한다. 개발은 1차 업체인 LG CNS가 기획 후반부부터 참여하며, 프로덕트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직접적인 개발은 3~4개의 2차 업체가 맡아서 한다. 연간 400여 과목을 운영하며 매 학기마다 80과목을 신규로 개발하고 있다. 콘텐츠에 매달리는 인원은 외주 업체까지 합칠 경우 가장 많다.

서울사이버대의 경우 전체적인 콘텐츠 제작은 대학 콘텐츠 개발 관련 인력이, 제작은 외주업체가 하고 있다. 대학이 전체적인 교수-학습 전략 및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내부에서 자체 제작할 과목이 설정되면 교수설계팀이 교수들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강의형태를 결정한다. 이후 개발자에게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주면, 개발자가 강의를 제작한 후 교수들의 피드백 과정을 통해 수정을 거듭한다. 매년 600여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 내 20여명이 콘텐츠 설계·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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