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교육 방식과 내용 변화 필요…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키워야”
해외 대학들도 챗GPT로 ‘비상’…티칭 가이드라인 통해 챗GPT에 대한 대응력 ↑
아직까진 한계 명확한 챗GPT…교육·평가 방식에 대한 변화 필요성 높아져
챗GPT도 결국 ‘도구’…부정적 부분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부분 잘 살려야

지난 14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포럼'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챗GPT의 등장은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챗GPT 활용을 두고 주목할 만한 포럼이 최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 2월 챗GPT를 주제로 진행된 포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열린 포럼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이목 또한 집중됐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와 함께 ‘제6차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챗GPT의 등장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교육전문가, 시도교육청 관계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관련 주체들이 참석했다.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OpenAI에 의해 출시돼 벌써 수백만 명의 사람이 사용 중이다. 지난 1월에 이미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처럼 챗GPT는 최근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단기간에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교육계도 이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대학들은 강의계획서에 과제에 따른 챗GPT 사용 가능 유무를 적거나 평가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챗GPT가 이미 교육계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 방식과 내용, 평가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챗GPT를 제대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 또한 챗GPT가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는 “챗GPT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교육 분야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교육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디지털 신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교육 현장에서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이 챗GPT의 국내외 대학들의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화여대 제공)

■ 이미 챗GPT 침투가 시작된 미국 대학가, 대응도 제각각 =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챗GPT의 국내외 대학들의 동향 및 대응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우선, 프리스턴대학교의 경우 챗GPT에 대한 내용을 강의계획서에 명시하고 학생들에게 독창적인 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주지시켰다. 과제를 비판적·창의적으로 할 것을 요구했으며,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가르칠 것을 강조했다.

펜실베니아대학교는 과제에 챗GPT를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학생들에게 분명히 알려줄 것을 교수들에게 요구했다. 또한 챗GPT를 활용한 과제의 경우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지, 챗GPT를 탐지할 수 있는 디텍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교수들에게 안내했다.

예일대학교는 학생들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될 경우 왜 제한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예일대의 경우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툴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오히려 어떻게 하면 학습에 도움이 될까라는 긍정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대학교는 대학 차원에서 교수들이 완벽하게 챗GPT를 활용한 과제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티칭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챗GPT를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협의하고 합의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텍사스대학교는 타 대학들과 다소 결이 다른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들은 수업에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교수들이 교강사에게 안내하는 등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기보다는 활용 방법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

국내 대학의 교수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 영역 전공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를 제한해야 한다’, ‘잘 활용하면 창의적 사고를 향상시킬 수 있어 보인다’, ‘챗GPT를 그대로 쓰면 표절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다른 방식의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챗GPT를 두고 국내외 대학들의 이 같은 동향에 대해 설명한 정 교수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역량으로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챗GPT 대답의 오류 판단 능력 △자료 편집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중요해지리라 전망했다.

정 교수는 “챗GPT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개념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문제해결능력,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신장 등이 중요하다”며 “결국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다. 이제는 독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형식은 맞는데 내용은 엉터리” = 정 교수의 챗GPT 동향 발표 이후에는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이날 토론에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심재경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공공교육팀 팀장,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박남기 교수는 ‘생성형 AI 시대 학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진행했다. 박 교수는 다양하게 챗GPT를 활용했던 사례를 통해 설명을 이어갔다.

박 교수는 챗GPT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대입 제도의 문제점이 뭔지 5000자 이상으로 써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그 결과 5000자 이상은 연구 윤리에 어긋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후 챕터별로 3000자 이상으로 쓰게 했더니 하나의 논문이 완성됐다. 논문 인용 또한 APA(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스타일로 20개 이상 만들어져 형식적으로는 완벽했다.

박 교수는 “완성된 논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챗GPT가 제시한 참고문헌을 찾았더니 존재하는 논문이 하나도 없었다”며 “챗GPT는 논문의 형태는 알지만 내용은 자기가 학습했던 것을 기반으로 생성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챗GPT가 교육에 대해 미칠 영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다가올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를 만드는 것도 현재의 교육이 해줘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챗GPT와 같은 생성 AI가 인간의 고급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린 학생에게는 최대한 사용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생각하고, 자료를 찾고, 고민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뇌가 발달하는데 이를 챗GPT에게 시키고 우리는 편집만 하면 뇌는 자연스럽게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며 “초중고 학생에게는 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아이들의 역량 개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부모가 끝까지 챙겨주는 아이들,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기의 고급 역량을 잃지 않겠지만 부모가 챙겨주지 않는 아이들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고급 역량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챗GPT 활용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 도구는 활용하기 나름, 챗GPT가 패러다임 변화 이끌어 = 이어 발표를 진행한 심재경 팀장은 “원시시대에 돌멩이, 철 등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왔듯이 챗GPT가 됐든 AI가 됐든 결국 도구”라며 “도구를 활용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에 대해 접근해야지, 우리를 대체해 줄 도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심 팀장은 챗GPT에 대해 ‘코파일럿(Copilot)’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챗GPT를 사용하는 사람은 조종사이고, 사람을 도와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 혹은 빠뜨릴 수 있는 영역을 챗GPT와 같은 기술이 코파일럿이 돼 돕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술들이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AI 도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진행한 문형남 교수는 챗GPT가 불러온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챗GPT가 이슈가 되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각광받고 있다”며 “최근 어떤 AI 회사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고용하기 위해 23만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롬프트는 생성형 AI 모델에게서 이미지나 텍스트 결과를 생성하기 위한 명령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명확한 질문을 통해 결과를 생성해내는 직업이다.

정제영 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정제영 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 메타버스보다 빠르게 확산된 챗GPT, 정부 대응도 빨라야 =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왕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챗GPT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학기 초 챗GPT 확산은 정말 빨랐다”며 “새 학기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를 간단히 작성하고 달리(DALL·E,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로 그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 발표하도록 한 선생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빠르게 챗GPT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 동아리 선발 기간 중인데 학생들이 지원자들의 지원 동기를 챗GPT에 집어넣고 사람이 쓴 것인지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 검증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의 챗GPT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챗GPT를 적용해 수업시간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챗GPT와 관련한 지침이 빠르게 나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주목받았을 때 교육당국에서 사용 연령에 대한 지침을 너무 늦게 내려보내는 바람에 이미 메타버스를 교육과정과 각종 활동에 적용했던 학교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며 “챗GPT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금 더 빨리 학교 현장에 지원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사업단장은 “챗GPT를 단순히 질의응답에 활용하면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지속적인 의문점의 해석을 통해 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게끔 하는 교육의 틀로 쓴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인재 양성 100인 토론회에는 시·도 교육청, 대학, 학회, 연구기관, 교사연구회, 학생, 학부모 등이 모여 디지털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