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이 부총리)은 국립대·사립대(국립대 법인 포함) 대상의 주요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서 ‘2023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올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로 확충된 재원을 바탕으로 포괄적 방식의 일반재정지원을 약 1.4배 확대해 ‘규제 없는 지원’과 ‘두터운 재정적 뒷받침’을 통한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발표는 그동안 “대학 현장에서 제기해왔던 블록 딜(block deal) 방식의 재정 운영 허용을 반영한 획기적 조치”로 평가된다.

인건비와 경상비 사용에 있어 제한했던 지침이 대폭 완화됐다. 전년도까지 지원금 중 인건비는 사업 수행을 위한 신규 교직원 인건비 등에만 집행이 가능했는데, 이번 계획에서는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도 인건비를 사업지원비 총액 한도 25% 내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바꿨고, 총액 한도 10% 내에서 관리운영비를 포함한 기타 경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아울러 국립대학 육성사업도 사업비 집행기준을 우선 허용(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선하고, 최근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대학의 재정난을 고려해 공과금 등 경상비성 경비를 20% 한도 내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 재정지원사업 집행 기준이 너무 빡빡해 대학에서 불만이 폭증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늦었지만 ‘참 잘했다’라는 평가를 해주고 싶다.

윤석열 정부 들어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등교육 관련 혁신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전 정부에서 시행하지 못했던 과제들이다. 특히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용도 제한 완화’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대학가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항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용도 제한 완화’ 조치는 ‘고등평생교육 지원특별회계’ 설치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 고등 교육정책 혁신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학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수익결손으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 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2년 10월 20일에 발표한 ‘사립대학교 재정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 기준 전국 156개 사립대학에서 2조1471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10년간 누적 적자는 18조80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졌다니 신기할 정도다.

이런 상황을 인식해 윤석열 정부는 교육개혁을 노동, 연금 개혁과 함께 3대 핵심 개혁 과제로 천명했다. 그중 교육개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발 빠른 개혁 행보는 수혜 대상인 대학에도 상응하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경상비 지원으로 방향을 잡는 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일부에서는 인건비, 경상비 지원이 대학 구조개혁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상 일부 대학은 “문 닫을 대학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해 갈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다.

다른 한편 대학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 대한 불신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것도 부담된다. 이런 불신은 방만한 회계 운영과 편법적 회계부정 사례로 대학이 자처한 일이기도 하다. 각 대학들이 교비보다 국고보조금 운영을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불충분한 형편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정 운영 체계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해야 한다.

국고 지원금을 인건비와 경상비로 지출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한 경영 체제를 구축·운영하기 바란다. 재정 관련 법규를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재정 운용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회계 부정에 대한 엄벌주의’ 원칙을 세워 비리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학내 비리 행위 적발을 위한 검증체계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추진되고 있는 고등교육 혁신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학이 처한 여건에 따라 각각 다르나 전반적으로는 호평이 주류를 이룬다. 평가에 인색한 대학가에서 오랜만에 보게 된 ‘긍정적 평가’다. 이제 공은 정부로부터 대학으로 넘어갔다. 모든 이들로부터 신뢰받는 대학으로의 변신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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