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지난 1월에 4박 5일 동안 학생들을 인솔해 우리 대학과 자매대학인 일본의 2개교를 방문했다. 첫 번째 일정으로는 시모노세키에 위치한 바이코가쿠인대학(梅光学院大学)을 방문했다. 바이코대학은 재학생들이 재학 기간 중에 반드시 유학을 가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국제화에 매우 열려있는 대학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6개월), 2단계(1년), 3단계(1년 6개월) 중 선택해 반드시 유학을 해야 하며 전공에 따라서는 1년간의 직업 체험이 필수인 학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교류했던 동아시아학과 한국어전공 학생들은 한국어가 매우 능숙했고,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대학 문화의 탓인지 학내에서 만난 바이코대학 학생들 대부분이 외국인과 접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없었으며 매우 자연스럽게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국제화 지표에서 일본 전국 사립대학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두 번째 일정으로 방문한 대학은 오이타현(大分県)에 위치한 일본문리대학(日本文理大学)이었다. 일본문리대학은 오이타(大分)라는 풍부한 자연과 지역 전체를 배움의 장으로 해 ‘마음의 힘’, ‘사회인 기초력’, ‘직업능력’, ‘전문능력’ 등의 4가지의 힘이 결집된 ‘인간력’이라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인간력(人間力) 프로그램이란, 첫 번째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인간력개론’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살아가는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을 발견해 장래에 자신이 어떤 사회인이 되고 싶은 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숲·마을·바다와의 연결을 느끼며 전지구적(全地球的)인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파악하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기르는 힘을 키운다고 한다.

두 번째는 ‘사회인 기초력’으로 학부·학과의 틀을 뛰어넘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집결해서 기업이나 지역사회의 과제에 도전하고 과제 해결형의 실천교육을 전개하는 교육이다. ‘사회인 기초력’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일본문리대학 학생들은 오이타시(大分市)에서 공모하는 과제에 참여하거나, 본인이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나서 면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

세 번째로는 ‘전문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업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해 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인 의의나 기업이념의 중요성 등을 배우게 한다. 또한 ‘현대사회요론(現代社會要論)’이라는 과목을 통해 인구의 고령화와 같은 과제에 관해서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그룹스터디를 통해 과제해결에 대한 제안을 하는 수업을 듣게 한다.

마지막으로 교양기초과목으로 영어, 제2외국어, 커뮤니케이션연습, 문장표현기초강좌, 건강과학, 생애스포츠지도, 취업강좌와 같은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수업을 수강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밖에 정규과목 이외에도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비교과목 등 여러 가지 활동에 인간력 프로그램은 녹아 있었으며, 인간력 프로그램을 주관하기 위해 ‘인간력 육성센터’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간력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문리대학 학생들은 지역공동체에서 실시하는 자연을 살리는 행사나 마을 축제, 다문화가정과의 교류 등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즉, 일본문리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고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사회성을 기르는 인간력 프로그램을 대학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필자는 바이코가쿠인대학의 총장께서 자부심을 가지고 바이코대학의 커리큘럼 및 국제화프로그램, 그리고 취업프로그램에 관해 설명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작지만 매우 탄탄한 대학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일본문리대학의 인간력 프로그램의 설명을 들으면서 요즘 우리나라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ESG 프로그램과 비교되는 프로그램이어서 한국 대학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17일 일본정부에서는 203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40만 명을 받아들이고 일본인 유학생 50만 명을 외국으로 보내겠다는 대학의 국제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일본의 대학들은 자신만의 특성화를 위해 국제화나 인간력 프로그램 등과 같은 그 대학만의 고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인 것 같다. 그에 비해 한국의 대학들은 어떨까? 한국의 대학들도 학생들을 육성하기 위해 그 대학만의 특성화 프로그램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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