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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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4월이다. 개나리도 벚꽃도 갑자기 폈다. 완연한 봄이다. 날씨는 따뜻해지지만 날씨와는 달리 추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사람과 그 가족,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한 대졸자와 가족이다. 이들은 모두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일은 해마다 일어나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현상이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주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지금 내가 가진 자산 중의 하나가 됐다.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온 세상을 놓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후회가 막심했고 앞으로 더 노력하면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주변의 여건은 내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현재 시점에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마음도 힘들었고 경제적 여건도 성치 못했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결정을 하라는 압박은 옳고 그름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결정하게 만들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결정에 몸을 내맡기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에 직장을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가난이 싫어서 돈을 벌고 싶었다. 100여 개 이상의 이력서를 원하는 회사에 넣었지만 내게 만나자고 연락을 보낸 곳은 단 3곳뿐이었다. 하지만 두 곳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고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에 크게 어긋났다. 나머지 한 곳은 유명한 제약회사의 연구직이었다. 설마 그곳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얼떨떨한 기분으로 시험을 치렀다. 내가 나를 평가하기에 별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서류를 통과한 후에 1차 시험을, 그리고 2차와 3차를 모두 통과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서 마지막 이사와 사장과의 면접하는 최종 2인에 포함됐다.

하지만 면접 당일에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고 면접관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내 모습에서 자신감 없는 인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는 무시당하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결과를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과정은 막막했다. 가을의 찬 바람이 내 운명처럼 느껴졌으며 가을비에 젖어 길가에 널브러진 낙엽이 내 모습처럼 보였다. 그냥 하염없이 도시의 뒷골목을 휘젓고 다녔다. 세상을 원망했고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운명처럼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고 정말 죽을힘을 다해 공부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별것 아닌 직종이었을지 몰라도 내게는 정말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러는 가운데 과거를 후회하면서 많이 울었다. 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실패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데 약한 모습을 보인다. 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현실을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멍하고 무기력한 상태(Freeze)로 있거나, 자책하면서 현실을 피하려고(Flight) 하거나, 불공정한 세상과 싸우려고(Fight) 한다. 하지만 대상이 뚜렷하지 않다. 설사 대상을 찾았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마음의 위로를 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자신의 고유한 능력이나 에너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더 힘든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실패했다고 느꼈다면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차라리 글을 써보자.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써보자. 마음껏 비난하고 욕도 실컷 해보자. 자기 마음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리자. 이런 글쓰기는 자기의 가치를 재인식시켜 준다. 새로운 삶에 대한 영감과 비전을 보고 다시 도전할 에너지를 얻게 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도록 한다. 이 같은 글쓰기는 미국의 언어분석 심리학자인 제임스 페니베이커가 많은 실험으로 입증한 감정 치료법이기도 하다.

필자도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좋은 효과를 경험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털어 넣는 글을 써보자.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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