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정말로 특이점이 오는가 보다. 미래학자 커즈와일이 2005년 《특이점이 온다》라는 저서에서 주장했던 이른바 ‘기술과 인간 지능의 융합’의 시대가 오는가 보다. 질문하면 엉뚱한 반응을 일삼던 AI 스피커나 휴대폰에 “하이, 빅스비”를 불러 전화하며 좋은 세상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갑자기 AI 대혁명이 숨겨왔던 재능 보따리를 확 풀어 보였다.

ChatGPT를 통해 생성적 AI를 직접 경험해 본 많은 AI 연구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수 년간 노력했던 연구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제 무슨 연구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고백을 털어 놓는다. 그 짧은 시간에 벌써 ChatGPT-4 버전이 발표되면서 MS의 코파일럿을 통해 PPT를 자동 생성하는 시연을 보고 있자니, 기업에서 구글링으로 최신 자료를 조사하고 PPT 보고서를 만드는 일로 살아왔던 수많은 화이트컬러들도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2015년 맥킨지 보고서에서 그 당시의 기술로도 약 45%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이미 분석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생성적 AI 기술은 말만 잘하면 요구사항만 명확하게 알려주면, 자료 정리는 물론 체크리스트도 뽑아주고, 보고서도 잘 써주는 일당백 후배 사원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최신 자료를 정리해 선행연구 분석을 도맡아주는 조교가 될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에 대한 학습 분석을 통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알려주고, 학생의 과제 평가와 토론 활동에 대한 평가들을 도와주는 보조교사가 될 수도 있다. 정말로 그 특이점이 전속력을 다해 달려오는 중이다. 

AI 대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명암은 앞으로도 계속 갑론을박이 이어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교육이 가야 할 새로운 길로 빠르게 들어서야 할 시점이라는 데 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첫째, 각 분야의 기본 지식은 개인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으로 자유롭게 진행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역량과 AI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리터러시를 개발해야 한다. AI를 비롯한 에듀테크 기술은 이미 학습자의 요구와 수준을 진단하고 일정 수준의 기본 지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학교 수업은 탐구 및 협력 활동을 기반으로 문제중심 학습이나 프로젝트기반 학습과 같이 학습자가 주도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활동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주제 설정, 정보 수집, 정보 분석 및 종합, 해결방안 도출 및 검증의 전 과정에서 AI와 같은 에듀테크 기술들은 학습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첫째, 학습 주제를 요약 설명하는 시간보다 탐구 주제와 논의점을 발굴하고 학습자들의 지적탐구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의미있는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즉, 강의노트를 요약해 설명하고, 시험 출제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학습자의 탐구 과정에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오류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학습자 주도의 학업적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보다 근본적으로 학습자가 삶의 목표를 발견하고 학습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교육자의 사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교육의 특이점은 18세기 산업사회 이전 교육의 모습으로 향해 가고 있다. 대학에서 고사해가는 인문학과 철학, 예술과 같은 인본주의적 접근이 이 시대에 요구하는 사고력과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특이점은 하늘로 뻗어나가는 선이 아니라, 돌고 도는 큰 원으로 그려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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