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이애란 칼럼니스트(문헌정보학 박사)​

제5차 평생교육진흥(‘23~’27)을 위한 청사진이 나왔다. 대학의 교육 대상이 대학생을 포함한 전 국민으로 확대한 점. 평생교육의 혜택이 선별적 지원에서 대중적 지원으로 학습 권리를 확장한 점. 이에 따른 평생학습을 지원할 상시 플랫폼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확대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기차역 플랫폼이 승객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게끔 다양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거점이듯이, 대학이 전 국민의 생애 단계마다 필요한 학습을 위해 갈아타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대학은 교육의 인적 및 물적 인프라가 우수하므로 ‘평생학습 상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격이다. 하지만 대학의 교육이 정규교과목을 수강하는 학령기 대학생 중심의 교육체계이므로 확장된 교육 수요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미 세계의 대학들은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도 비학위과정을 통해 자신의 전문 분야 역량을 키우는 평생학습 사례는 흔하다. 미국의 하버드대 익스텐션 스쿨(Extention school)이나, 오스틴 텍사스주립대 익스텐드 캠퍼스(Extended Campus)는 일찍부터 입학 전 고교생이나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 단계에 필요한 다양한 평생교육과 전문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비학위 과정은 일반적으로 학위과정과 교육 수준이 비슷하며, 수업은 온라인 강의나 대학 내 교실 수업뿐만 아니라 현장실습이나 인턴십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학위과정을 이수하면 각 대학의 학사 규정에 따라 학점을 부여하며 이를 활용해 대학의 다른 학위 과정에 신청도 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학위과정으로 연계가 쉬우므로 대학에 성인학습자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에서 개설하는 비학위과정에 대한 학점 인정제가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대학지원 사업의 대부분이 학과와 연계한 비학위과정 일색으로 운영되지만, 외국의 대학처럼 학점 인정이 되지 않아 과정 이수자가 대학의 정규입학 자원 수급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교육체계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전국에 지정된 대학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토대로 기초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발전에 부합하는 재직자 재교육이나 신중년 재취업교육과 같은 단기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전직 혹은 창업을 할 수 있는 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그러나 교육 수료자들이 학과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교육을 확장하기 어려운 장벽과 마주쳤다. 가령, D 대학의 실내디자인학과는 비학위과정으로 홈플래닝 현장 전문 기술교육을 했다. 수료자는 70시간 이상 직무역량 교육을 이수하고 지역에 있는 관련 회사에 모두 취업했다. 직업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취업시킴으로써 지역사회의 정주 여건 개선에도 기여했지만 계속 교육 확장할 수 있는 디딤의 연결고리가 없었다. 

U 대학도 상황은 같았다. 호텔조리학과는 교육과정을 개편해 웰빙 음식 전문가과정을 운영했다. 50대 후반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편성한 단기과정에 필자도 교육생으로 참여했었다. 교육은 해당 학과의 전임 교수들이 담당했고, 강의실과 실습실도 학위과정과 동일한 장소에서 수업했으므로 정규교육 대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교육은 해당 분야의 창업 역량 개발은 물론, 건강한 식생활이 노인의 질병 예방과 지역사회의 의료비 경감에 기여하도록 편성했다. 수료 후, 학점 인정과 같은 매력적인 요소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편입학이나 다른 학위과정으로 갈아탈 유연한 교육체제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렇듯 대학에서의 비학위과정에 대한 학점 인정이 무엇보다 시급하지만 학점 인정제의 정립은 빨라야 오는 2024년 하반기쯤이며, 시행은 2025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점 인정의 신속한 시행은 우리나라 인구의 80%가 25세 이상인 거대한 학습자를 대학에 유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학점 인정 시기를 앞당기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이브(HiVE) 사업처럼 국가사업 수행기관에서 개설하는 비학위과정을 대상으로 시행 대학이 학사 규정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학점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학점인정제 정립을 위해 현재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연구나 지침개발과 다른 측면의 실사구시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많은 대학들이 평생학습 이수 학점 부여를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고 있듯이, 우리도 비학위과정을 학사 운영 규정에 따라 각 대학이 학점을 자율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생애단계에 걸친 ‘전국민의 보편적 평생학습’ 욕구를 만족시키는 교육체계 정립이 전제될 때, 대학의 평생학습 상시플랫폼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대학의 자율성은 곧, 평생학습 상시플랫폼 역할을 강화하는 장치이자 지름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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