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여러 곳에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용어가 회자된다. 코비드19(COVID-19)와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은 그간 유지됐던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의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챗지피티(ChatGPT)의 진화는 그 추세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제 ‘혁신’을 외면하는 자는 어느 순간에 자신의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많은 사회를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변화가 가장 더딘 곳으로 종교집단과 대학이 꼽힌다. 종교는 그 자체가 전통적 가치와 규범을 고수하는 성향이 강하고 제례 의식도 전통 속에서 그 존재감을 인정받으니 이해할만 하더라도 혁신의 최첨단을 이끄는 대학이 변화에 가장 둔감한 조직 중 하나라고 하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학이 ‘변화에 둔감한 조직’이라는 평가가 (일부 예외 사례는 있지만) 대체로 맞는 말임을 알 수 있다. 혁신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곳이 대학이다. 일명 ‘대학병’으로 통칭할 수 있는 질환으로부터 대학 경영진, 교수 그리고 교직원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대학 경영진은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 혁신에 실패하고, 단순히 오너십(ownership)에 집착해 대학을 ‘사유재산’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교수와 직원 역시 익숙한 제도와 관행을 고집하며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구태(舊態)’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종종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자문하곤 한다. 대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은 교수를 위한 조직인가, 아니면 학생을 위한 조직인가? 이러한 원론적인 질문에 한마디로 답할 순 없지만 ‘학생 성공 대학’, ‘학생 맞춤형 교육’이 화두가 되는 현실에서 ‘학생을 위한 조직’에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분명하다.

‘학생 성공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교육 방법이 바뀌어야 하고,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과 울타리와 대학과 유관 기관과의 경계도 허물어 ‘경계 없는 대학(zero barrier college)’으로의 변신도 도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 역할의 변화가 핵심이다. 교수는 변화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

대학은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 참여를 독려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꿈쩍도 하지 않는 교수’들이 있다. 이른바 ‘막가파’ ‘마이동풍’ 교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업에 소홀하고 연구를 등한시’하며, ‘학교 일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루에 몰아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날에는 학교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교수’, ‘수업 결강을 밥 먹듯이 해 학생들을 공치게 하는 교수’, ‘교수학습 워크숍이나 각종 프로그램에 단골로 빠지는 교수’, ‘학생 지도는 형식적으로 하고 페이퍼로만 지도하는 교수’, ‘학과 교수회의는 물론 대학의 여러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교수’ 등등.

지금 대학에는 대학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지키지 않는 교수가 너무 많다. 이들의 ‘태업에 가까운 몰상식한 행동’에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오늘의 대학 상황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일부 ‘원로 교수’들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 보장 교수로서 신분상 안전이 보장되고, 연구나 교육 등 교수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에서도 일부 경감 혜택을 받는다. 연봉도 다른 교수와 비교해볼 때 월등히 높다. 문제는 이들이 결정적일 때마다 ‘나만 말고’ ‘냅 둬요’ ‘나 나간 다음에 해’ 등 혁신에 어깃장 놓는 짓을 서슴없이 해댄다는 것이다.

이들은 거세게 혁신에 도전하지 않으면서도 혁신의 대열을 흐트러트리며 대학 내 혁신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교수사회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대학 구성원이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들로 인해 대학혁신 동력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핑계 댈 곳이 없어졌다. 그동안 ‘안 되면 정부 탓’이었다. 일부 대학의 주장이 먹혀들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학 혁신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이 대학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냉소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판치는 대학 문화를 바꿔야 대학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인식 확산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