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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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다. 그분들과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 아이의 현재 성적으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내용이다.

그 시기의 부모로서 당연한 질문이다. 하지만 현재 성적으로 미래가 온전히 결정되는 일이 아닌데, 그 점만 궁금해하시는 점이 못내 아쉽다. 청소년 시기에 학교와 학원, 집이라는 고정된 환경만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단순한 경험만 가진 청소년들은 더 큰 환경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어, 기대 이상의 발전이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며칠간 온 세상 자연의 주인인 양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을 보려고 출장 중에 그 지역의 인적이 드문 야산의 공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만개한 벚나무에서 벌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벌들이 무리로 날아다닐 때와 같은 소리로 벌떼가 내게로 날아오는 줄 알고 벌에 쏘일까 봐 겁을 먹었다. 하지만 벌떼는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벚꽃마다 벌이 꿀을 채취하러 부지런히 들락거리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수많은 벌이 날갯짓을 하며 꿀을 빨고 있으니 벌 소리가 크게 들릴 수밖에.

한 강연에서 어떤 벌은 생태적으로 날아다닐 수 없는 몸 구조를 가졌다는 내용을 들었다. 몸집은 큰데 날개가 너무 작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 벌은 모두 잘 날아다니면서 생명 활동을 한다. 이유는 벌이 태어날 때부터 모든 벌이 날아다니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고 자란 벌은 자연적으로 자신도 날 수 있다고 믿고 날갯짓을 하면서 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이것을 ‘보는 힘’이라고 칭했다. 우리 인간은 어떤 것을 보면서 성장하는가에 따라 그것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연자는 말했다. 과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필자에게는 큰 울림을 줬다. 자녀를 키움에 있어 자녀가 무엇을 보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준 이야기였다.

필자가 인생의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20대 초반에 어느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도 있다. 옛날 페르시아 한 나라의 왕자는 척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왕은 그 아들이 보기 싫어서 남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집을 짓고 왕자를 살게 했다. 왕자는 혼자서 아버지가 감추는 슬픈 운명을 갖고 살았다. 그러다가 13세가 되던 해에 왕자는 아버지 왕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자신의 생일 선물로 다름 아닌, 자신이 온전해진 20세의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조각한 조각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버지 왕은 아들의 청을 들어 아들이 온전하게 된 모습을 만들어 아들의 생일날에 아들의 집 앞마당에 세워줬다. 왕자는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20세에 이 돌 조각의 모습과 같은 모습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왕은 믿기지 않았지만 왕자의 의지는 결연했다.

왕은 아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가끔 아들의 집을 방문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왕자는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한 조각상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 너는 나. 나는 반드시 너같이 온전한 20세 청년이 될 거다!’ 왕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도 노력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왕자는 성장했고 왕자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왕자가 20세가 됐다. 20세가 된 왕자의 생일, 왕은 깜짝 놀랐다. 어릴 때는 척추 장애인이였던 왕자가 반듯하고 건장한 20세의 청년이 된 것이다. 이 이야기가 비과학적일지는 몰라도 사람이 원하는 대상과 동일시하면서 노력하면 그 대상을 닮아간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날개가 작은 벌의 이야기와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는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 교육의 원리를 담고 있다. 부모는 자녀가 어떤 모습을 갖기를 원하는지, 무엇을 보고 경험하는 환경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원하는 것을 보게 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고, 자녀를 어디에 노출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자녀는 자신이 노출된 환경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상담자를 찾아서 자녀 성적으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는가를 판단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급히 해야 할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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