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손으로 뽑은 ‘직선제 총장’ 책임감 남달라, ‘불평즉명(不平則鳴)’ 의미 되새겨
전문대의 정체성, 재정, 입학자원 문제 겪으며 길러온 통찰력 발휘할 수 있을 것
‘지역 생태계’ 조성함으로써 다문화 학생, 성인학습자, 인근 대학 등과 상생 도모
‘일학습병행’ 제안해 안산공고, 염광여자메디텍고 등과 평생직업교육 연계 실현

윤동열 안산대 총장은 지난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생태계’를 조성해 전문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윤동열 안산대 총장은 지난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생태계’를 조성해 전문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불평즉명(不平則鳴),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당나라 한유의 글이다. 우리 안산대 구성원들이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좀 더 낮은 자세로 다가가 그 소리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윤동열 안산대 총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7일 안산대 총장실을 방문했다. 총장실에 들어서자 ‘불평즉명’이라는 사자성어가 적힌 커다란 액자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자 하나의 한 획마다 안산대 구성원들을 향한 윤 총장의 애정과 헌신의 마음이 새겨진 듯했다.

윤 총장은 자신이 총장으로 취임했다는 사실보다도 ‘안산대’ 그 자체에 대해 말할 때 눈에서 빛이 났다. 윤 총장은 “안산대는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를 돕고자 했던 선교사들의 헌신과 봉사로 세워진 기관”이라며 “그 뜻을 본받아 우리 지역 사회를 섬겨야 한다는 자세를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섬김의 마음은 ‘지역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큰 뜻을 향하고 있었다. 각자도생이 난무한 시대다. 하지만 윤 총장이 그리는 안산대의 비전은 ‘안산대만 잘 살겠다’가 아닌, ‘우리 함께 잘 살자’였다. ‘공존’으로 ‘생존’하자는 윤 총장의 선한 영향력이 앞으로 어떤 생태계를 그려낼지 기대가 됐다.

- 교수 시절부터 이번에 직선제 형식으로 총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132개 전문대학 중 직선제 형식으로 총장이 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좀 더 본보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게 교수와 직원들이 선택으로 탄생한 총장은 과연 뭐가 다를까’하는 주변 관심이 많을 것이다. 안산대는 총장 선출이 교수들, 정직원들의 투표에 의해 직선제와 다름없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저를 선택해주었을까. 이 생각을 항상 마음 속에 되새기며 직원들의 뜻을 잘 받들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특히 저는 20년 가까이 안산대에 재직했지만, 학연과 지연을 많이 따지는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었다. 제가 인문·사회 계열의 교수라서 정원 규모가 큰 간호·보건이나 공학 계열 등의 교수들보다는 불리한 점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총장 선거 나갈 때 무조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렇게 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남다른 감동과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해 구성원들께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안산대 구성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그 마음을 다잡는 혼자만의 방법이 있는가.
“당나라 한유의 ‘불평즉명(不平則鳴)’이라는 글귀를 되새긴다. 총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분의 교수들이 총장실을 방문해 ‘불평즉명’이라 적힌 액자를 선물해주셨다. 평탄하지 않으면 운다는 뜻이다. 보통은 저 사람 왜 우는가에 집중하지 않는다. 시끄럽다며 그 소리 자체에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다. 이들이 뭐가 구체적으로 불평등한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소중한 자산이자 가족인데 시끄럽다고만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오히려 그 소리의 원인에 집중하면 많은 혜안이 나온다.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그 소리치는 소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다짐한다.”

-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다양한 보직을 거치며 격변의 세월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통찰력을 얻었을 것 같다.
“여러 보직을 맡으며 전문대학에 세 가지 변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처음 기획처장을 맡았을 때 ‘전문대가 고등교육기관인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인가’하는 그 갈림에서 정체성의 혼란이 있던 시기였다. ‘평가인증체제’를 도입하며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전문대가 어떤 기조로 운영돼야 하는지 연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재정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였다. 정부가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15년간 등록금 동결된 결과 재정지원사업이 중요해졌다. 재정지원사업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그 대학의 재정문제, 더 나아가 대학의 힘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때 제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단장과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육성사업(WCC)단장을 맡게 돼 재정지원사업을 주도하게 되면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학령인구의 감소 문제다. 이는 정부나 대학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반에 걸친 문제다. 입학자원이 감소하면서 전문대학의 역할의 문제가 대두됐다. 과연 기존의 시스템, 개념을 가지고 전문대학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였다. 그 시기에 저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발전협의회 전국회장을 맡으면서 입학자원을 성인학습자까지 확대하자는 뜻을 제시했다. 단순하게 입학자원을 확보한다는 차원으로 보지 말고 사회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이 세 가지 우여곡절들이 저를 오히려 단련시키고, 생각을 굳게 만들고, 저를 좀 더 성숙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전문대학 발전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 안산시는 상대적으로 다문화 정책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육성사업 단장 시절,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문화 시대에 안산대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구상 중인가.
“다문화 수용성을 높여 다문화 학생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안산시는 다문화 인구가 많은 지역인 만큼, 전부터 다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제 다문화가 ‘이슈’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 다문화를 말한다는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는 일상이고, 현재이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요즘 출생률이 상당히 낮은데, 지금부터 출생률을 올린다고 해도 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려면 최소 20~30년이다. 그 사이의 많은 일을 누가 담당할 것인가. 그런 관점에서 다문화를 이질적으로 보면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다문화 수용성이 낮은 편이다. 우리 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교과목 개설을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할 생각이다.
다문화 학생들이 의무교육으로 진행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비율이 한국 학생들처럼 비슷해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중도탈락이 많다. 특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우리 대학이 중·고등 단계의 학생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들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때 다문화 수용성의 시작은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전문대는 입학자원 확보 차원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구축까지 고려해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의 차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윤동열 안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윤동열 안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지역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이 뒷받침돼야 하는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 학생, 성인학습자, 청소년들 그리고 인근 대학까지 함께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대학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대학 장점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전문대를 운영하려고 보니 결국 ‘우리 안산대를 잘 발전시키겠다’ 정도의 차원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직업교육이 전문대학의 뿌리이자 큰 자원이라고 한다면,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간호·보건, 유아교육, 사회복지 등을 잘하고 있다. 반면 인근 대학 중에는 공학 분야나 예술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서로 잘하는 것을 연합해 안산시를, 더 나아가 안산시 주변까지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 윈윈(Win-Win)하지 않을까. 특히 우리 지역은 단원 김홍도의 마을로 알려져 있으며 평생학습관, 화정영어마을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할 잠재력 충분하다.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총장이 된 후 안산공고, 염광여자메디텍고 등 고등학교와 연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와 같은 연계가 가능했다고 보는가.
“특성화고교에 방문해 고등학생들이 취업과 진학, 이 두 가지를 모두 잡는 해법을 제시하는 교수가 있다면 이들에게는 최고의 교수인 셈이다. 제가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률, 대학 진학 둘 다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교에서도 마침 원했던 부분인 것이다. 물론 고교를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 우리가 방문했을 때 고교에서 어떤 반응일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아까 말했던 ‘불평즉명’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들이 외치는 ‘불평’소리가 무엇인지 주목하고자 했다.
결국 고교가 원하는 것은 역시 어떤 식으로든 입학자원을 확보하고 싶다는 것이다. 고교는 자기전공에 대한 변화, 자기 전공에 대한 도전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그동안의 각종 재정사업에 참여하면서 마련할 수 있었던 기자재와 실습 환경 등을 공유하고 교수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특히 우리 대학의 간호·보건 분야는 전국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고교와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들을 갖추니 이제 강북, 성남 지역까지 연결되더라.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염광여자메디텍고는 너무 멀어서 가능하려나 싶기도 했는데 결국 협약이 성사됐다. 이러한 발걸음이 ‘지역 생태계’ 조성을 향한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최근에 수도권 전문대학도 대학 운영이 많이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된 전략이 있는가.
“입학자원 확보를 위해 평생직업교육의 의미를 강화하고자 한다. 여기서 평생직업교육은 성인학습자뿐만 아니라 다문화 학생들 등 다양한 배경에 놓여있는 학습자들을 아울러야 하는 개념이다. 전문대가 이들을 본격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려면 유연한 학사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학사제도를 만드는 것은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 국가 전체적으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하는 부분이다.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다수의 성인학습자들을 모집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 대학이 잘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전공부터 성인학습자 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단기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잘하는 ‘웰니스(wellness,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와 ‘글로컬(Glocal)’ 등을 잘 살려서 성인학습자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일종의 맛보기 강의로 제공하는 형태다.”

- 올해로 안산대는 50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어떤 비전을 그리는 중인가.
“그동안 우리 대학이 강조해 온 ‘지역 섬김’의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지난 50년의 세월을 뒤돌아봤다.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것을 향유할 줄은 알았지만, 우리 대학을 세운 선교사님들의 뜻을 우리 주변으로 전달하는 것에는 좀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한국전쟁 당시 해외 선교사들은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유서를 남기고 왔다고 한다. 이들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지역 섬김의 의미를 국외로 확장해 해외에 직업교육대학을 설립하는 것에도 뜻을 두고 있다.”

- 안산대 구성원들에게 앞으로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나.
“구성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안산대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한 총장으로 남고 싶다. 직선제 총장이 되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대학은, 가족은, 우리는, 나만 행복하면 안된다. 모두 더불어 행복해야 하고, 서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 최근에 학교가 갑자기 어려워지니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덕목을 뽑아봤다. 우선 ‘창의’가 필요하다. 체제의 변화는 창의적인 생각없이는 안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공의’가 중요하다. 누구는 잘되고 누구는 소외되는 식이면 안된다. 강요된 공평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마지막으로 ‘열의’를 떠올렸다. 아까 말한 그 모든 것이 결국엔 열의가 없으면 시행될 수 없다. 이 ‘3의’를 바탕으로, 그리고 그동안 여러 보직을 거치며 쌓아온 저의 경험을 통해 우리 대학의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윤동열 안산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윤동열 안산대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윤동열 총장은…
단국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중국문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안산대에 재직하며 기획처장, 국제교육원장,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단장,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육성사업(WCC)단장, 웰니스특성화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특성화 전문대학육성사업발전협의회 전국회장, 경기인천지역기획처실장협의회 회장,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컨설팅 및 평가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 2월 15일 안산대 제7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정은아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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