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영리 IT 교육기관 ‘에꼴42’…학비·교사·교재 없는 3無 학교
장상윤 교육부 차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추진 위해 에꼴42 직접 방문
기업 현장 기반 프로젝트·협업 중심, 게임 레벨 높여가듯 과제 수행
악명높은 입학 테스트 ‘라 피신(La Piscine)’, 취업률이란 확실한 성과로 보답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프랑스 IT교육기관 '에꼴42'에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교육과정을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파리=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학비는 전액 무료, 교사도, 교재도 없는 학교가 있다. 혁신적 IT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자자한 프랑스 ‘에꼴42(Ecole42)’가 바로 그곳이다. 에꼴42는 이론보다는 업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코딩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게임을 하듯 레벨을 높여 특정 레벨까지 오르지 않으면 수료하지 못하는 방식은 학생들이 끊임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에꼴42만의 특별한 교육 과정이다. 최근에는 학사와 석사학위까지 인정받으면서(유럽 내 기준) 교육 내용의 우수성도 증명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교육부 관계자들은 프랑스 파리 17구에 소재하고 있는 에꼴42를 방문했다.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 수립을 구체화하고 해외 모범 사례를 살펴보면서 국내 시사점을 분석하기 위함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에꼴42는 2013년 프랑스 이동통신회사 ‘프리모바일’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인 1억 유로(한화 약 1425억 원)를 개인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 IT 교육기관이다. 기금 및 타 기업 지원, 졸업생들의 지원금으로 꾸려지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꼴42와 제휴된 26개국 47개 캠퍼스에 학생 1만 8천여 명이 재학 중이다.

샤를 모블랑 42파리 홍보담당자는 “(에꼴42는) 기존의 전통적 교육시스템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가는 학생들을 기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만들어졌다”며 “창의력을 갖춘 다양한 사람들이 입학해 배울 수 있도록 학비, 교사, 교재가 없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 생존수영을 떠올리게 하는 입학 테스트 ‘라 피신(La Piscine)’ = 에꼴42는 입학을 위한 특별한 입학조건이 따로 없다. 학력, 자격증도 필요 없으며, 국적도 묻지 않는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응시할 수 있고, 4주간에 걸친 입학 테스트 ‘라 피신(La Piscine)’을 통과하면 된다.

피신이라도 부르는 이 입학 테스트는 에꼴42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악명이 높다. 에꼴42는 ‘키보드와 마우스만 사용할 수 있으면 누구든 응시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4주간의 서바이벌 테스트는 15명 중 1명만 입학을 허락한다.

입학 테스트는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통한 논리와 추론 능력을 테스트하며, 2단계는 4주간 합숙을 하며 피신에 참가한다. 지원자들은 동료들과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료 간 평가가 이뤄진다. 최종 합격자는 평균 3년의 무료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피신 과정에는 주중, 주말도 없다. 테스트에 참여하는 학생은 매일 같이 출석해 문제를 풀어야 하며, 이 문제를 통해 코딩 C언어를 배우게 된다. 매일 이런 문제들이 하나 또는 여러 개 주어지기도 하며, 금요일마다 시험을 본다. 또한 주말에는 그룹 프로젝트가 주어져 일요일 11시 42분까지 제출해야 한다.

피신은 프랑스어로 수영장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수영장에 던져서 헤엄쳐서 나와보라는 의미다. 이 비유를 코딩을 하나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 매년 3000여 명의 지원자가 도전하지만 최종 선발되는 학생은 200여 명에 불과하다.

에꼴42에 다니고 있는 한국 학생인 이경은 씨는 “테스트를 위해 새벽 3시에 집에 돌아가 다시 아침 9시에 나오는 일과를 반복했다”며 “입학 이후엔 혼자 매일 울면서 공부를 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꼴42(Ecole 42)’의 대형 코딩 실습실 ‘클러스터’의 모습. (사진=백두산 기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꼴42(Ecole 42)’의 대형 코딩 실습실 ‘클러스터’의 모습. (사진=백두산 기자)

■ 학비·교사·교재 없는 3무無 학교 ‘에꼴42’ = 에꼴42는 이론보다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학비와 교사, 교재가 없는 3無 학교를 표방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없으며, 공식 교육과정과 교재도 없다. 재학생들은 클라우드에 있는 스터디맵을 보고, 관심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과제를 수행하면 된다.

프로젝트는 실제 기업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학습 시기는 각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과제 평가 또한 라신처럼 학생들끼리 이뤄진다. 자신이 만든 코드를 두고 임의로 배정된 다른 학생과 평가를 주고받으며, 평가에 대해 인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직원들의 중재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에꼴42에 다니고 있는 이동빈 씨는 “피평가자가 평가자의 평가를 인정 못 하면 인정할 때까지 논쟁을 주고받는다”며 “어느 한쪽이 인정해야 평가가 종료되고, 드물게 직원들의 중재를 통해 합의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꼴42의 또 다른 특징은 커뮤니티성이다. 과제를 제출하려면 다른 학생과 소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구성돼 있어 모르는 사이에도 소통을 해야만 한다. 과제 해결을 위해 인터넷 사용은 물론, 이미 수료한 선배들의 도움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다.

에꼴42를 수료하기 위해서는 게임처럼 레벨을 높여야만 한다. 레벨 1~9는 공통핵심과정이며, 레벨 10~21은 분야별 프로젝트·협업 중심 심화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레벨 21을 달성하게 되면 유럽연합 기준으로 석사 인정학위도 받을 수 있다.

■ 어려운 만큼 확실한 성과…취업률 100% = 에꼴42는 입학하기가 어려운 만큼 결과물도 확실하다. 에꼴42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을 수료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100%에 가깝다. 스타트업을 설립한 학생도 12%에 달한다.

이동빈 씨는 “프랑스의 엘리트층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 그랑제콜처럼 에꼴42는 IT업계의 준 그랑제콜처럼 되고 있다”며 “(IT업계에서) 명성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프랑스 내에서도 에꼴42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설립 당시에는 성공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렸지만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적이라는 평이 많아졌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사회학 석사 1학년까지 마치고 에꼴42에 입학한 최규봉 씨는 “에꼴42의 교육과정은 자기와의 싸움에 가깝다”며 “기회가 평등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에꼴42 입학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꼴42가 설립된 국가 중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2019년 12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에꼴42와 제휴해 한국캠퍼스를 ‘42서울’을 운영 중이다. 2020년 1기 교육생을 선발했으며 2022년 11월 기준 2153명이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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