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취임…노사관계 전문가로 다양한 보직 거쳐 경력·전문성 갖춰
임기 동안 ‘강한 고대’ 사명 완수, ‘사회공헌’도 강조…“현실과 대학의 거리 좁혀야”
재정 위기 해결 위해 ‘기금 교수제’ 도입 추진, 평생·생애주기형 교육 눈 돌려야
AI기술 적극 수용…국내 대학 최초 챗GPT 가이드라인 제정, 창의적 프로젝트 수행 활용
첨단 산업 분야 학과 정원 늘리고, 산업계 연계한 계약학과·마이크로디그리 신설·확대 운영
학교폭력 정시전형 반영은 심각한 수준인 7, 8, 9단계(학급교체, 전학, 퇴학) 이력 위주로 고려
‘고려대학교 발전위원회’ 구성해 “다가올 120주년을 모멘텀으로 삼아 한 단계 성장 기회로”

김동원 총장은 취임 소감으로 기쁜 마음보다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동원 총장은 취임 소감으로 기쁜 마음보다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두 번째 출마 만에 이룬 성과라 기쁜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김동원 신임 총장은 지난 2019년 첫 총장 선거 출마 이후 재수 끝에 지난달 1일 고려대학교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현재 대학들이 맞닥뜨린 문제가 단순히 국내만이 아닌 전 세계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신임 총장은 고용·노사관계 학자로서 명성을 쌓아왔을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도 다양한 보직을 거쳐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이 뒤따르고 있다. 총장 취임 후 바쁜 한 달을 보낸 김 총장을 지난 3일 고려대에서 만나 현재 대학을 둘러싼 위기와 해결 방법,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총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총장에 취임했는데 취임 소감은.
“크게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두 번째 도전 끝에 8년 만에 총장이 됐으니 기쁜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현재 고려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학이 위기 상황이다. 특히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단기적인 부분이고, 역사적으로 봤을 땐 대학과 사회 사이의 괴리가 커지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라는 산업 전체가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 부분이 특히나 무겁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고려대는 대표성을 가진 대학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해야만 하는 위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책임감을 갖고 맡은 바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

-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해결의 단초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역사 속에서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연구하고 성찰하는 데 목적을 둬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학과 사회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대학을 졸업해도 기업이 몇 달간 가르쳐야만 한 사람 몫을 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연구는 지식인들만의 리그로 되고 말았다.
사회적 환경도 변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전을 통해 지식의 대중화 시대가 됐다. 즉, 대학이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 자체의 존립 이유도 의심받고 있다. 아직 이들이 대학을 대체하기엔 어려워 보이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져야만 한다. 대학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곳이 돼야 한다. 이미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태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회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원 총장이 앞으로 이끌어 갈 고려대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동원 총장이 앞으로 이끌어 갈 고려대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취임사에서 ‘강한 고대’를 강조했다. 임기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물질적 측면이다. 현재 국내 모든 대학이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이 빠듯하다. 그나마 고려대는 나은 편이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상태다. 대학들의 재정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와세다 대학이 90년대에 재정적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세키 쇼타로 와세다 대학 부총장이 『와세다 재생』이란 책을 썼다. 그 책의 부제가 ‘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도 없다’인데 ‘강한 고대’는 재정적으로 탄탄한 대학을 의미한다. 재정적으로 튼튼해야만 우수한 연구진·교수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향은 사회를 리드하는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세계의 모든 대학이 예전과 다르게 위축된 상황이다. 고려대만 하더라도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때 주요한 역할을 맡았던 대학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부분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사회공헌이라는 측면에서 위상을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례로, 15년 동안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됐는데 대학 밖에서는 아무도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위상이 이 정도 뿐인 것이다. 대학의 위상이 강화돼야만 사회에 메시지를 제시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 등록금 동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정난으로 우수한 인재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현재 일반 유치원 수준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 주요 대학이라고 해서 재정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젊고 유능한 교수들은 고연봉의 미국 대학 및 대기업으로 떠나도 붙잡을 방도가 없다. 출생아 수가 100만 명에서 2022년 기준 20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즉, 20대 학령인구를 중심으로 한 대학의 모델은 이미 파산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패러다임은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애주기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 재교육을 위한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키워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강의를 만들어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여름방학부터 동남아, 중동, 남미 등 한류의 영향력이 큰 개발도상국에 방문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김동원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김동원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국내 대학 최초로 챗GPT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챗GPT가 불러올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기술 발전 속도를 생각해보면 챗GPT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아마존, 구글 등 해외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테크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든 이상 단순히 챗GPT를 어떻게 막느냐라는 수세적 자세는 해결 방법이 아니다. 챗GPT가 촉발한 이러한 변화는 우리 대학에 있어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챗GPT가 교육의 미래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이를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과거 수업에서 계산기 사용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현재는 보편화된 것처럼, 챗GPT도 학생의 창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또 다른 교육 도구로 볼 필요가 있다. 반복적 영역은 AI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빠르게 해결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인력과 시간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창출하거나 창의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교수의 역할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교수의 역할이 기존에는 지식 전달자였다면 앞으로는 학습과 연구의 조력자이자 가이드로 변화할 것이다.”

-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계획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이제는 디지털 중심 세상이 됐다. 디지털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크나큰 변화의 시기는 한편으로 커다란 기회이기도 하다.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는 교양 과목에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행 1학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보적 사고’ 과목을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반영한 3학점 과목으로 확대 편성할 계획이다. 이 과목은 학생들이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을 함양할 수 있고, 코딩을 통해 원하는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과목으로 기획(가안: 데이터 분석과 코딩)돼 대단위 온라인 강의 및 플립러닝 클래스로 실습도 포함될 예정이다. 넘쳐나는 디지털 정보들을 적확하게 인식하고 디지털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을 대학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 최근 들어 첨단분야 인재 양성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고려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 부족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은 첨단 기술 및 산업의 최신 동향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체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첨단 산업 분야 학생정원 확대 및 학과 신설 △교수진 육성 및 지원 △실무 프로그램 운영 △융복합 교육 제공 △해외 인재 유치 및 국제 연구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 분야 학과의 정원을 확대하고, 산업계와 연계한 계약학과 및 마이크로디그리를 신설·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산업계 전문인력들을 겸임·초빙·전임교수진으로 확보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학생들이 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활성화함으로써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대학이 길러낸 인재 사이의 미스매치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김동원 총장(오른쪽)이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동원 총장(오른쪽)이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정부의 대학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사업 등을 통해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각 지자체가 대학과 지역을 살릴 방안을 잘 찾아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규제는 더 많이 풀려야 한다. 미국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지원은 하되, 규제는 거의 없애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대학도 빠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10위권이지만, 대학 순위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말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 최근 이슈인 학교폭력에 대한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고려대는 정시에서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간 정시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는 전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의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 대학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결격 사유를 정시전형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수립 중에 있다. 일단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은 학교폭력의 단계가 9단계가 있는데 이 중 심각한 7, 8, 9단계(학급교체, 전학, 퇴학)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려고 한다. 다만 학생으로서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너무 타이트한 기준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타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학생을 대상으로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 향후 도입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KU the Glory. 지금 우리 대학을 포함해 많은 사립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대학들이 똑같이 어려워진다. 학령인구 감소가 너무 가팔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 서울의 큰 대학들이 역할을 해야만 한다.
고려대의 경우 재정적인 부분 해결을 위해 기금조성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기금 교수제’의 경우 기업 후원금을 통해 교수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논의하고 있으며, 충분히 긍정적인 얘기를 나눴다.
또한 2025년은 고려대가 개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를 모멘텀으로 삼아 중장기 학교 발전을 위한 ‘고려대학교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고려대의 비전 사업에 지혜와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유산, 신탁 등 기존의 자산 기부 시스템을 새롭게 강화해 한국의 성숙한 기부문화를 주도하고자 한다.”

■ 김동원 총장은…

고려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노사관계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뉴욕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4년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해 총무처장, 기획예산처장, 경영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거쳤다. 2023년 3월 1일 고려대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백두산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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