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서 40대 초반까지 아우르는 MZ 스펙트럼…정작 청년들은 사용 안 해
“MZ가 디지털 소통 선호한다는 생각은 편견”, “청년들의 다양성 MZ에 묻혀”
여러 비판에도 MZ 관련 정책들은 줄줄이 나와, “민지(MZ)가 원하는 대로 추진하라”
실효성 있는 정책 나오기 어려울 것, 69시간제 도입에서 드러난 MZ 정책의 모순

윤석열 대통령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함께하겠다는 직접적인 의지를 드러내왔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함께하겠다는 직접적인 의지를 드러내왔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유튜브 캡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민지(MZ세대)한테 연락이 왔어. 요즘 MZ세대가 이런 것 때문에 힘들다는데 이거 우리가 좀 나서야되는거 아니야? (중략) 우리가 시원하게 해결하자고. 민지가 해달라는데 같이 한번 해보자”

2021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하며 MZ세대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MZ세대의 머릿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 ‘민지’를 내세우면서 청년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변함없이 ‘MZ세대를 위한 정책’ 확보를 참모들에게 주문하는 등 계속해서 청년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 너무 넓은 MZ세대 범위, 젊은 세대 희화화 불만도 = 일반적으로 MZ세대는 1981년 출생부터 1996년생까지의 밀레니얼(M) 세대와 1997년부터 2012년 출생까지를 일컫는 Z세대의 합성어라고 알려져 있다. 대학내일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내놓은 도서 ‘트렌드 MZ 2019’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이후 해당 정의는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세대 구분이 광범위해 좁은 의미로는 ‘요즘 젊은 세대’를 함축하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MZ세대의 특징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뜨겁다.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흔히 MZ세대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앞두고 글보다는 영상 방식을 활용한 소통에 익숙한 세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또한 직장 선택 시 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세대라는 생각도 강하다. 지난해 12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발표한 ‘2022 MZ세대 데이터 총결산’에 따르면 직장 선택 시 MZ세대는 △연봉 △고용 안정성 △근무 지역 △직무 △근무공간 및 환경 순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대에 포함된 나이 격차가 너무 넓어 MZ세대에 속했음에도 자신이 어떤 세대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층 내부적으로 차이점이 명확한 M세대와 Z세대를 억지로 묶어 부자연스러운 단어를 만들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로 숙명여대에 다니는 이 모 학생은 “MZ세대라는 용어는 젊은 세대를 구별하기 위해 광고나 정치인들만 사용하는 단어 같아 우리 사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막상 MZ세대에 속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고 오히려 희화화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MZ세대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실체 없는 MZ…청년들의 다양성 가려져선 안돼” = 이처럼 MZ에 대한 관심이 무색하게 청년들은 자신들이 MZ세대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MZ세대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대처 방안을 내놓았다.

김 학과장은 “최근 기업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소통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어린 세대일수록 디지털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컴퓨터 기업 ’델(DELL) 테크놀로지스’ 설문조사를 들여다보면 중요한 사업 내용을 논의할 때는 디지털 방식보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예시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현재 기성세대가 M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디지털 방식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MZ가 디지털만 선호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자신의 저서 ‘그런 세대는 없다 –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를 통해 MZ는 만들어진 단어로 ‘실체가 없는 단어’이자 ‘정치적으로 도구화된 용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사회의 세대론을 분석한 신 교수는 “청년세대는 사회학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하지만 기성 세대는 세대라는 용어로 집단을 쉽게 특정지으려고 노력한다. 같은 세대라면 당연히 경험과 문화와 감성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MZ세대는 구성하는 사람이 만드는 근원적 다양성과 차이가 크다.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다양성이 가려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여러 비판에도 “민지가 원하는 대로”…정치권은 ‘MZ홀릭’ =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MZ세대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MZ를 남발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지만 오히려 MZ 정책은 늘어가는 추세다. 앞서 논란이 됐던 주 69시간 근로 개선안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격화되자 대통령실은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여당 △고용노동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노동조합 협의회와 ‘치맥회동’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참석자들과 통화를 나누며 “청년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고충을 말해주면 향후 정책 설계에 꼼꼼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8일 아침 경희대 학생식당을 찾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물가 시대 속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천원의 아침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당시 김 대표는 천원의 아침밥을 학생들과 함께 먹으며 “천원의 아침밥의 인기를 실감한다. 지원 단가를 높여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보고 참여 대학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전남대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을 먹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전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전남대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을 먹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전남대)

이에 질세라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원장, 김성주 수석부의장 등 민주당 관계자들도 지난 5일 서울대를 방문해 ‘천원의 아침밥’ 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등 여야가 하나같이 MZ세대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5일 국회에서 ‘대출금리 부담완화 입법 간담회’를 열어 상대적인 금융 약자로 분류되는 청년들에게 금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천원의 아침밥은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며 비판적 시선을 던지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정치인들이 천원의 아침밥의 인기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찾게 되는 원인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찾는 게 아닌 더 이상 찾을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에서 드러난 ‘말로만 MZ’ = 정치권의 열렬한 러브콜에도 청년층의 반응은 차갑다. MZ세대를 부르짖지만 막상 MZ세대를 위한 정책은 뒷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우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반응은 최근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6일 주 69시간 근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요새 MZ세대들은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부회장과 회장에게 자신의 권리 요청을 할 정도인데 이 의식이 근로시간 개편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보다 MZ세대의 특징을 일반화해 알아서 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대학생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서울대 게시판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대자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에 말했던 “MZ세대는 바짝 일하고 쉴 때 편히 쉬는 제도를 좋아한다”는 말을 꼬집으며 진정으로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윤 정부에서 ‘MZ노조’의 대표 격으로 평가받았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해당 협의회는 당국과 많은 소통을 이어왔지만 근로시간 확대 시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 양산에 악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근로 시간 개선안을 반대했다.

대학생 이모씨(23)는 “정치권에서 외치는 MZ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MZ세대는 모두 이럴 것이다’란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짜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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